[민병식 칼럼] 안톤 체호프의 '목 위의 안나'에서 보는 권력과 물질 추구의 부작용

민병식

 

안나 훈장은 러시아에서 종교인, 군인, 행정관리, 왕실 관리 등에게 수여했던 훈장으로 급에 따라 착용하는 자리가 달랐는데, 그중 2급은 목에 걸었다고 한다. 러시아어에는 '누군가의 목 위에 앉아 있다'라는 관용구가 있는데, 이는 '얹혀살다', '부양의 짐을 지우다'라는 뜻이다. 안나 두 개가 목에 있다는 것은 하나는 안나 훈장을, 하나는 '안나'라는 아내를 부양하고 있는 것을 비유로 말한 것이다.

 

안나는 아버지, 남동생 둘과 함께 어렵게 살아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늘 술에 취해 사는 아버지, 어린 동생들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급기야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이런 상황 속에서 아버지는 나이 오십이 넘은 하급관료가 안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집 세를 해결하기 위해 안나를 시집보낸다. 

 

자신의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기대했던 안나, 그러나 그의 남편은 그녀에게 보석 들을 선물하고 오페라를 함께 구경 다니지만 그녀에게 실질적으로 돈을 주지는 않았다. 실질적인 경제권이 없었던 것이다. 하루는 그녀가 학교에 다녀온 동생들에게 저녁을 먹이려 하자 “이 세상에 노동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며 동생들의 식사를 막는다. 그녀는 실질적으로 가족에게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던 것이다.

 

어느 날 남편이 그녀에게 돈을 주며 저녁에 무도회장에 갈 것이니 화려한 드레스를 사오라고 한다. 남편은 드레스를 사온 안나에게 “이제껏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주었으나 이번에는 네가 나를 행복하게 해다오!”라는 말을 한다. 이번 무도회에 오는 공작과 그의 부인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었다. 무도회에서 안나는 단번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떠올랐고 많은 남성들이 그녀의 집으로 꽃을 들고 찾아오고, 공작까지도 그녀의 집을 찾아오게 된다. 공작이 남편에게 안나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도 허락한 남편, 그는 그녀를 판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안나는 이제 남편에게 굽신거리지 않아도 외었고 오히려 지금까지의 상황이 역전되어 오히려 남편을 지배하게 된다. 무도회장에서 만났던 귀족 남성과 매일 파티에 참석하고 돈도 마음대로 쓴다. 공작은 남편에게 1계급을 승진시키고 훈장을 수여한다. 안나가 행복한 생활을 보내는 동안 그녀의 집안 형편은 어려워져 급기야 집안의 가구는 모두 팔리고 마침내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아버지와 두 남동생이 집에서 쫓겨나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찰나 한 귀족과 파티에 참석하러 가는 안나를 보고 아버지가 쫓아가 소리쳐 부르지만 안나는 못 듣고 그냥 지나친다.

 

체호프는 이 단편을 통해 인간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가족을 생각하고 걱정하였으나 향락을 쫓아가면서 가족을 등한시 하고 변하게 되는 주인공 안나를 통해 인간의 쾌락을 향한 욕심이 어디까지인가를 비판하고, 출세를 위해 아내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편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와 출세주의의 속물근성을 비판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모습에는 따뜻한 가족과 가정이 없다. 사랑도 없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권력과 물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나 무엇이 참된 행복이고 무엇이 삶의 목적인지 돈과 권력, 명예가 전부인 것처럼 변해버린 세상, 내 삶의 가치는 어디에 두고 살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9.28 12:32 수정 2022.09.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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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