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코스미안상 은상]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를 통해 본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문예찬

 

토끼, 거북이가 같은 출발선에서 서서 결승점까지 달리기를 한다면 이것은 과연 공정할까?

 

동료 교사인 도덕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정’에 대한 주제로 수업을 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놀랍게도 많은 아이들은 ‘달리면서 서로 반칙을 하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공정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세대가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가 생각하는 공정의 민낯이었다.

 

MZ세대는 공정에 민감하다. 아니, 우리 MZ세대에게 공정은 최후의 생명선이다. 우리 세대는 대한민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가 완성되어 사회적 모순이 거의 해결되었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장밋빛 미래를 상속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전과 다른 새로운 사회 문제들이 대두했다. 

 

학력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률과 N포,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부동산과 비정규직의 일상화. 이 모든 것에 MZ세대는 불안을 느끼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절규하는 것이다. 제발 공정한 기회’만’이라도 달라고. 그 기회만 주어지면 경쟁을 통해 나타나는 모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게임의 패배자가 된다면? 그것은 쿨하게(아니 쿨한 척하며)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상처는 트라우마를 낳고 정의에 대한 상상력을 꺾어버린다. 그리고 우리 세대의 정의에 대한 갈망은 공정이라는 작은 틀 안에 갇혀 날개를 펴지 못한다. 즉 경쟁-좌절감-상처-능력주의-혐오와 차별은 서로 하나의 순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우리 세대가 약자에 가하는 능력주의의 가면을 쓴 폭력은 이렇듯 상처받은 영혼들의 방어기제지 않은가 싶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왜 이런 심리적 병리현상에 빠져들어버린 것일까? 이 악순환 고리는 오늘날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 즉 교실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위권 학생을 배제하는 교육은 교실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학생들 스스로도 교실 내 불공정 행위에 적극 행위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p.111)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곽영신 엮, 오월의 봄)』는 학벌사회와 능력주의로 병든 한국사회를 진단하며,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이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이야기처럼 교실은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구분’하고, ‘차별’하며, ‘배제’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적에 따른 서열화와 차별은 학교에서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습득되어진다. 

 

이 폭력적 이데올로기가 MZ세대를 상처 입혔고, 현실에 순응하게 했으며, 분노하는 2030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세대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행해졌고, 생활규정과 같은 불평등 제도가 존재해도 비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세대는 어릴 때부터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구조에 대한 비판하는 능력을 거세당하고 말았다. 

 

그 결과 MZ세대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보지 못한다. 그것을 바라보고 비판할 여유도 시야도 없다. 그렇기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차별을 능력이 부족한데 불평하는 것으로, 여성의 고통에 대해 남자인 우리도 힘들다는 반응으로, 지방대생이 듣는 혐오의 언어를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는 MZ세대가 이기적이며 자기밖에 모른다고 하며, 또 누군가는 MZ세대가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전혀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 세대도 피해자이다. IMF가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에 IMF를 생활로 받아들여버린 세대, 입시위주의 교육과 승자독식의 룰에 침묵할 것을 강요당한 세대, 광복 후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세대. 이러한 불안한 수식어 앞에 MZ세대는 병들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이들앞에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 인권, 관용이란 언어는 그저 죽어버린 글자더미에 불구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답은 이 좁은 경기장에서 공정을 찾는 것이 아닌 게임의 판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공정(과정의 공정)을 우리가 과연 진정한 공정이라 할 수 있을까?...그러므로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게임 그자체이다. (p.286-287)

 

그렇다면 과연 게임을 바꿀 수 있을까? 결국 문제의 답은 원인이 발생한 지점, 교실에 있다고 본다. 그간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타파에 실패한 건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교육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대안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민주주의 교육이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비밀투표, 삼권분립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평등에 대한 비판, 다름에 대한 이해, 상대에 대한 관용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며 불의에 맞서지 않고, 역사적으로 불합리했던 일들이 다 극복되었다 믿으며, 약자를 폄훼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교실에서부터 시작해 온 사회로 퍼져나가야 한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갈망은 현재를 비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교실은 민주주의의 작은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게 하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꿈을 갖게 한다. 우리가 함께 꾸어야 할 꿈은 민주주의가 꽃피고 포용과 관용이 넘치며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는 사회여야 한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양식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 나는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 더 이상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라고 묻지 않고,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물어보며 따스하게 손을 내미는 사회를 다시 한번 꿈꾸게 되었다. 

 

[문예찬] yechan0226@naver.com

 

작성 2022.10.11 10:50 수정 2022.10.11 10:56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6월 18일
2025년 6월 17일
2025년 6월 17일
2025년 6월 17일
피아니스트 양명진, 2025 독주회 개최#양명진 #피아니스트양명진 #피아..
이란에 말바꾼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2025년 6월 16일
2025년 6월 16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ESN쇼츠뉴스]‘2025 인천국제민속영화제(IIFF 2025), 이장호..
[ESN쇼츠뉴스] 킹오브킹스 K애니로 만나는 예수 K 애니로 탄생 킹오브..
[ESN쇼츠뉴스]봉사 / 환경 / 고양재향경우회, 국민과 자연 잇는 자원..
[ESN쇼츠뉴스]김명수 응원 인천 민속영화전통과 영화가 만나는 자리 인..
천재 로봇공학자의 ADHD 고백 #제이미백 #스위스로잔연방공과대학 #로보..
세상에서 학력보다 중요한 것은?#닌볼트
생존 문제가 된 은퇴, 평생 먹고 살 대책안은? #은퇴자금 #은퇴전문가 ..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