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5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대충 옷을 챙겨 입는다. 레몬 물 한 컵을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고 자전거를 몰아 달리며 새벽의 시원한 공기와 함께 졸음을 쫓는다. 아파트 상가에 붙어 있는 200평 남짓의 키즈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날 종일 묵혀져 있던 아이들의 웃음과 활동량이 사방에 보이기 시작한다. 새롭게 시작되는 손님맞이를 위해 이것들을 박박 밀고 닦아 지워 놓는 일, 청소 대행업체 직원의 일과 시작이다.
담당자의 지적에 대비한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감 속에 지내다 탈 없이 약 1달 정도가 지나간다면 그 구역은 본인의 것이 된다. 어지간히 지저분하게 만들지 않고서야 특별한 마찰을 빚을 일이 없으므로 약간의 성실함만 갖추어 준다면 육체적으로는 고될지라도 정신적으로는 편한 직업일 것이라 처음엔 생각하였다.
천천히 둘러보며 그날의 견적을 내고 있노라면 장소를 이용하다 간 사람들의 모습이 구석구석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 하하 호호 음료를 홀짝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정다운 이웃과 가족들의 행복한 얼굴로 피워낸 웃음꽃들은 최소한의 문화 예절을 지켰다는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은 악마의 미소일 뿐, 매장 전체를 수놓고 있는 음식물 자국과 머리카락 사탕 봉지가 줄줄이 끼워져 있는 놀이 매트에 아무 곳이나 널브러져 있는 각종 비닐포장지, 바닥에 눌어붙어 지워지지도 않는 오색빛깔의 소스와 음료수 덩어리들,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청결하게 만들어 주어야겠다 마음먹었던 초심은 덕지덕지 구석에 눌어붙은 이기심에 억눌렸다 폭발하여 매장 매니저와의 마찰을 불러일으키고야 말았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 같은 업체가 있는 거지!”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막을 후비고 들어와 고통스럽게 퍼져나갔다. 분리수거 철저히, 일회용기 깨끗이, 주변을 청렴하게 와 같은 군자 조항이 전부 지켜지는 대한민국 사업장이 어디에 있었던가. 고된 업무 후에도 청소까지 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외주업체를 불러 비싼 대금을 치를 리는 없을 것이라는 상식을 어렵사리 받아들이면서도 소인배의 비참한 자존심은 여전히 사장에게 불만이 남은 듯 구석에서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피로로 인해 단순한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거나 보상심리와 같은 교만함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이나 본사로부터의 개선사항 지침은 대부분 어깨를 짓누를 때가 많다. 성실하게 몸만 쓰면 되는 것이란 생각은 항상 문제의 원인이 되었으며 작업장의 상태와 직원들과의 상호관계 등 복잡한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 낸 간극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되는 청소업무는 육체노동임에도 감정노동자가 겪는 고충을 일각에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크고 작은 실책과 함께 얻게 된 소중한 경험들은 더욱 성숙한 노동자가 되도록 이끌어준 계기가 되었다.
잔업과 같은 상황으로 인하여 거래처 직원들과 마주칠 때면 수고한다는 격려의 말과 함께 간단한 간식거리를 받게 되는 일도 생긴다. 20년 동안 특허에 관련된 일을 해온 특허법인 기업 전문직 대표에게 직접 추출된 커피를 받아 마시며 사무실에 배치된 간식까지 마음껏 이용해도 좋다는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는데 여간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되었더라도 놓친 부분이 없지 않을까 싶어 몇 번 더 사무실을 돌아다니다 퇴근하게 된다.
사무실을 함부로 쓰는 직원들은 노동 강도를 무겁게 만든다. 엄연히 쓰레기통과 분리수거 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상 위나 바닥에 폐휴지와 망가진 개인 소지품, 반 이상을 먹다 남긴 취식 용기들이 굴러다녀 분리수거만이라도 해달라 부탁하면 돈 받고 치우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슬 퍼런 분위기를 서로 갈아대다 사소함으로 인해 이성이 끊어지는 상황을 연출하게 되기도 한다.
청소 노동 인력은 무분별하게 어질러 놓는 쓰레기나 줍고 따라다니며 뒷정리를 하는 전담반이 아니다. 쓰레기 수거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작업일 뿐 고객들이 청결한 분위기에서 본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무실 구석구석을 포함하여 세밀한 정리정돈을 해 주는 것이 주 업무이다. 일반인들이 평소에 신경 쓰지 않는 곳의 먼지와 얼룩을 제거할 수 있는 베테랑은 고객에게 높은 만족을 주고 갑을 관계도 돈독하게 만들어 낸다. 포스트잇으로 짤막한 감사의 인사를 받기라도 하는 날엔 노동자의 보람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고등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술사나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권고사항이나 주의사항은 철저히 지켜내려 노력하는 반면 청소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말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꽁초 복도에 버리지 말고 침 뱉지 말 것, 플라스틱 용기와 깡통 유리병 따위의 투척 금지 분리수거 부탁과 같은 기본적인 윤리나 도덕에 관한 것뿐인 것을 사회적 입지는 다를지언정 대금을 받고 일하는 같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인식과 낮은 직위의 사람들이라는 편견 탓에 청소업종에 관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유독 강한 반발이 잦다.
맨정신으로 전깃줄 끊고 소화전, 발전기 때려 부수며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터 만약 벌금이나 형벌 때문에 못 하는 것이라면 사무실의 청결 상태에 따라 추가 요금을 물린다고 하거나 공용장소에 음료수 용기 따위를 버린 사람들을 찾아내서 벌금을 부과한다는 입주 시의 조항이 생겼을 시 순순히 따라 줄 것인지나 의문이 든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의 먼지와 오물을 제거하는 것을 귀찮다며 회피하거나 건성으로 치우는 청소직원들도 있다. 지적 시엔 이런저런 변명만 늘어놓고 커피믹스나 사무실 간식까지 한 주먹으로 챙겨간 뒤 역정을 내기도 하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 버리러 온 사람들을 붙들어놓고 용기와 비닐에 묻은 음식물 자국이나 분리수거 상태 하나하나까지 잡아 언성을 높이는 청소직원을 만나면 고개를 젓고 갈 진풍경이 펼쳐지게 된다. 유독 갑질이 심하거나 항상 날이 서 있는 사람들의 뒷배경에는 여러 가지 비슷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곳이라도 모난 곳이 보이거나 근무시간이 몇 분 초과 되기라도 하면 화를 내가며 능률 저하로 이어지던 키즈카페와는 달리 지금은 최대한 구역을 깨끗이 하려고 스스로부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잃어버렸던 초심은 돌아왔다 할 수 있겠지만 다시 그곳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냐는 내면의 물음엔 많이 망설여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각적인 사고방식과 함께 쌓아 올린 경험이 어느덧 경력 6년 차의 베테랑으로 만들어 주었다. 존중되는 갑을 관계와 배타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넘쳐나는 곳에서의 능률은 현재 8곳에 달하는 사업장을 담당하게 해주었다. 비록 일개 청소원일 뿐이지만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그들의 업무 성과도 향상되고 거기서부터 긍정적인 시너지가 제삼자 사자에게까지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의 한 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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