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는 경제학자로 명성이 높지만 이에 앞서 『도덕 감정론』을 쓴 윤리철학자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의 저서 『국부론』이 자본주의 물질적 측면을 조명했다면, 『도덕 감정론』은 자본주의의 정신적 측면을 조명한 저서다.
이 저서에서 그는 도덕 과제를 제시하고 “인간이 도덕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도덕적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 모든 도덕적 감정의 근원에 놓여 있는 감정은 ‘동감’이라 불리는 감정이다.”라고 주장하고, 7개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4부에 효용이 도덕 판단에 미치는 영향의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도입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자연은 인간을 기만한다. 인간은 막상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이 고생을 겪으면서 추구하였던 경제적 부나 사회적 지위가 허망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연이 자신의 심리에 강제하는 원리에 따라 허망한 가치를 좇는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의 기만에 따라 부나 명예를 좇는 것이 인류 전체의 역사에서 볼 때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기만 때문에 인간은 근면하게 일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을 개척한다. 그러나 도덕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만이다.”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이 물질적인 부를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자신을 부러워할 것이기 때문에 물질적 부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남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이러한 본능에 의한 부의 추구를 신이 인간에게 행하는 도덕적 속임수로 본 것이다. 부에 대한 욕망 추구를 도덕적인 측면에서 살펴본 이론이지만 결코 부의 추구가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추구는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실현하는 도덕적으로 용납된 가치이다.
허망한 가치를 좇아가는 인간의 속성을 성경의 전도서 1장 “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라는 솔로몬의 지혜에서도 찾을 수 있다. 허망한 가치를 좇아가는 줄을 알면서도 인간은 숙명처럼 허망한 가치를 좇아가며 살아간다.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다가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가야겠다고 할 때 죽음이 찾아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축적이 다수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부가 인간이 바라는 영원한 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적인 가치를 부에 두고 부를 추구하여 부를 축적하면 남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언정, 신이 인간에게 주어진 생명은 모두 평등하다.
생명은 부로 교환할 수 없다. 그러나 편의상 인간이 살아가는데 각종 재난으로 목숨을 잃을 때 목숨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여 유가족에게 전달되지만 그것이 생명의 가치가 부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리석게도 부를 가지면 부를 가지면 생명도 부로 교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부로 모든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생명에는 교환가치가 성립되지 않는데도 생명도 부로 교환하려 들 때 각종 사회악이 생겨나게 된다.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때에 따라서는 부를 통해 지위와 명예를 교환하기도 한다. 지위와 명예는 교환가치가 성립된다. 다만 엘빈 토플러가 말한 “권력은 돈, 폭력과 지식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때 돈으로 환산되는 부와 지위의 변질된 형태인 폭력, 두 가치 간에는 교환행위가 즉시 이루어질 수 있으나 지식은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결국 그것도 앞서 말한 두 가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위와 명예는 자칫 사회악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사회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감을 철저히 무시한다. 사회악은 자신만을 위하여 타인의 생명 가치를 짓밟는데서 비롯된다. 악마는 늘 생명을 무시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한 생명가치는 시간이며, 시간의 투입으로 부를 실현하나 부로 시간을 살 수는 없다.
허망한 가치를 좇아가지만 허망한 가치를 좇아가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간 속에서 동감을 얻으면서 부를 추구해야지 동감을 저버릴 때 인간의 가치는 추락하게 된다. 동감은 도덕의 기본이다. 동감 없는 법의 잣대로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것은 추악한 인간의 모습이다.
머리는 있으되 가슴이 없는 메마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비록 신의 기만을 어찌할 수 없지만 살아가는 동안 머리와 가슴, 頭心一體로 살아가야 한다. 차가운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를 껴안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어린이들에게 일깨워주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