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역사는 광기와 폭력의 역사였는가? 역사를 공부해 보면 이 질문에 대해 “NO”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근대 이후 제국주의와 제1, 2차 세계대전, 냉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가 근대화와 문명화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위들을 저질러 왔는지 경악스러울 정도이다. 인간성을 파괴하고 폭력과 수탈이 난무하던 시대, 인도에서 홀로 인간성의 회복과 평화를 주장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인도의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이다.
근대 인도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 매우 닮아있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3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착취와 억압을 당해야만 했듯이,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많은 수탈과 차별을 받았다. 폭력을 앞세운 제국주의에 대해 간디는 비폭력 불복종이라는, 언뜻 보면 무모한 가치를 내걸고 제국주의와 맞서 싸웠다.
제국주의가 내세우는 근대화란 필연적으로 폭력성을 수반한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하에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은 긍정되고 타인의 삶을 돌아보기보단 타인의 것을 수탈하며 이용할 기회만 노린다. 인간은 피부색, 인종 등으로 차별하며 식민지의 문화와 관습을 야만적인 것으로 간주해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와 높다란 공장 굴뚝으로 대체해 버린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폭력성에 대해 간디는 소금행진이나 물레질, 단식과 같은 퍼포먼스로 저항한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자본주의가 죄악시하는 느림이며, 비효율이며, 자기성찰의 행위이다. 간디는 이러한 퍼포먼스를 통해 제국주의와 폭력적 근대화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단순히 행위 그 이상을 넘어 간디가 인류에 던지고자 한 메시지인 비폭력과 불복종, 나아가 평화의 메시지는 이후 많은 국가, 다양한 인종에게 인간성이란 무엇이며 인류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근대화와 자본주의라는 달리는 철도를 바라보며 과연 세계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하였다.
간디가 저항한 대상은 비단 제국주의만이 아니었다. 간디는 민족공동체 내부에 존재하는 신분제, 분열과 갈등에 대해서도 저항했다. 간디는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비판하며 불가촉천민들과 교류했고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갈등을 막기 위해 그의 일생을 바쳤다. 그렇게 간디라는 이름은 평화, 화해, 공존, 인류애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인도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 매우 닮아있다. 인도와 한국(조선)은 모두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공동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영국과 일본이라는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 통치를 겪고 많은 고통과 착취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두 국가의 위대한 국민들은 폭력적 제국주의 통치에 비폭력 불복종으로 저항했다.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운동과 한국의 3.1운동은 모두 폭력적 제국주의를 비폭력적이고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한 인류의 위대한 저항이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물러난후 두 국가는 모두 분열과 갈등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인도는 종교에 의해, 한국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민족공동체는 분열되고 말았다. 이러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에서는 마하트마 간디가, 한국에서는 백범 김구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갈등이 극화되는 시기에 이 두 위대한 민족지도자는 회색분자로 양 진영 모두로부터 공격받았고, 결국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암살되는 운명을 겪고야 말았다. 그러나 간디와 김구. 마하트마와 백범이 민족공동체에 던진 비폭력 불복종,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는 그들이 눈을 감고 난 후에도 영원히 각 나라의 국민들에게 계승되며 숭고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위대한 두 민족주의자가 꿈꾸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대립하며 두 국가 모두 핵무기로 서로를,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한국은 북한과 남한으로 나누어져 70년이 넘은 아직까지도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가진 인도와 한국, 두 국가는 이제 세계평화를 위해 위대한 민족주의자인 마하트마와 백범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국가는 비슷한 경험을, 기억을,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의 좋은 동반자이자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인도 속에 한국이 있고, 한국 속에 인도가 있다.
인류의 역사와 오늘날 한국, 인도의 현실을 보면 인류의 평화란 한낯 허울좋은 이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화를 향한 인류의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멈춘 바로 그곳에서부터 우리는 다시 평화의 행진을 시작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면서, 평화로운 세계, 억압과 차별 없는 인류의 내일을 꿈꾸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평화로 가는 길을 없다. 평화가 길이다.
(There is no path to peace. Peace is the path.)
-마하트마 간다
[문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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