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활빈당 레전드 시리즈 제1권으로 선보인 [의적 붉은 입술]은 전설적인 의적단 활빈당이 현대에 부활해서 활약하는 내용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양극화 시대에서 약자에게는 보살핌으로, 악인은 가차 없이 응징함으로 독자에게 따뜻함과 통쾌함을 함께 준다. 등장인물이 각각의 시점에서 골고루 돌아가며 서술하는 단편 연작소설이기에 순서에 따르지 않고 편히 읽을 수 있다.
목차
1. 어둠 속 포로
2. 의적 붉은 입술
3. 사장 이름은 이공돌
4. 활빈 신협
5. 은밀한 동네
책속에서
P 10
그녀는 여전히 자유가 없다. 편의점이 주력사업인 재벌그룹 외동딸 권미경은 몇 달 전 활빈당에 납치되어 포로 상태이기 때문이다.
P 59
정호가 어색한 웃음을 보이면서 남자의 불알 두 개가 들어있었다고 했다. 뒤이어 충격적인 말을 했다.
“요즘 영등포 관내에서 벌어진 연쇄 강간범의 것이라는 쪽지가 함께 들어있었다는군.”
까만 종이에 흰 글씨로 쓰여 있었다고 했다. 아악, 그녀의 귀에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남자가 거세당할 때 그렇게 외치나? 그 소리에는 죽을 정도의 고통이 들어 있었다. 아아악.
P 73
차 위에 올라가 몸을 일자로 쭉 뻗은 다음 담을 훌쩍 넘어서 화단으로 굴러떨어졌다. 고양이가 뛰어내리는 것처럼 사뿐히 내려 주위를 둘러보더니 살금살금 걸어갔다. 높은 담장은 뛰어넘기 어렵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오면 밖에서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P 80
모나리자의 눈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초상화 뒤의 금고가 벌컥 열렸다. 그곳에 숨겨진 무기명 채권과 US달러, 엔화 뭉치를 재킷 주머니가 불룩하도록 집어넣었다. 찾고 있던 작은 수첩이 보였다. 열어보니 암호로 보이는 글씨가 잔뜩 쓰여있다.
P 99
강이는 가방에서 루즈를 꺼내 입술에 발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벽에다 눌렀다. 나중에 경찰이 CCTV를 조사할 때면 벽장을 강제로 열 때의 모습과 벽에 바른 새빨간 입술이 또렷이 보일 것이다.
“붉은 입술이다. 도둑 붉은 입술 짓이야.”
경찰들은 신출귀몰한 ‘의적 붉은 입술’의 짓임을 알고 허둥댈 것이다.
P 116
실습으로 나간 회사는 염색 공장이었다. 전자과 인원이 찼다고 회사 계열사인 염색공장으로 온 것이다. 납땜인두 대신 무거운 원단을 옮기는 일만 했다. 실습 나갈 때는 학교에서 배운 전자기술을 발휘한다는 자긍심을 가져보았지만 정작 해야 할 일, 하는 일은 막노동이었다. 염색공장에는 섬유 전공 여자 공고생들이 실습 나왔다.
“미팅할래? 미싱할래? 이게 인문고 급훈이래.”
P 130
대기가 고개를 들어 밖을 보니 원반 모양의 물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번쩍하고 빛을 내더니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유에프오 아니냐?”
“유에프오?”
동철이 스마트폰을 집어 다시 창문으로 왔을 때 원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야, 유에프오. 유에프오. 찍었어야 하는데.”
P 176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부자동네 강남 8학군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유명한 대학교수님이고 형이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누나가 수학과 교수라고 했다. 그런데 왜 김포까지 와서 공고를 다녔는지. 왜 이름을 이문성에서 이공돌로 바꿨는가를.
P 209
“사채는 빚입니다. 빚은 갚아야지요. 신협에서 빌려도 빚이요, 좌판하는 할머니에게 빌려도 빚이요, 사채업자에게 빌려도 빚이지요. 빚을 쓸 때는 달콤하지만 갚을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어야 합니다.”
P 213
신협의 주요한 일은 돈의 순환을 통해 서민경제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고리 사채가 검게 썩은 피라면 신협의 돈은 싱싱한 붉은 피다. 사채가 서민을 빈민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신협은 빈민을 서민으로, 서민은 중산층으로 만드는 것이다. 은행의 주인이 돈 많은 주주라면 신협의 주인은 마을의 조합원이다. 그래서 은행의 문턱은 높고 신협의 문턱은 낮다.
P 228
나는 남파간첩이다. 조선 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서 일본을 거쳐 남조선에 온 지 오늘로 일주일 되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두 달이 일주일처럼 짧았는데 여기서는 일주일이 두 달 같이 길다. 머물고 있는 ‘태양 여인숙’에서 찌그러진 밑바닥 인간들을 매일 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재일교포 사진작가 김현희의 이름을 빌려서 영등포에 들어왔다.
P 266~7
“북에서는 핵을 가지고 위협하지만 남도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소.”
그 말에 내 몸이 순식간에 굳어지고 등이 오싹했다.
“그 말씀은…… 뭐죠?”
“미사일 발사대를 민간인에게 탈취당할 것 같소? 그것은 자작극이라고 판단하오.”
P 272~3
아랫도리를 벗고 있어 크고 허연 엉덩이가 드러났다. 아랫도리가 반쯤 내려진 사내 위에 올라타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였다. 밑에 깔린 사내는 가느다란 신음을 냈다. 두 명의 사내가 좌우로 몸을 돌리며 망을 보고 있었다. 지금 빨간 옷의 여자가 남자를 강간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및 역자소개
존 도 (지은이)
공화주의자. 작가는 수호전(水滸傳)을 수백 번 독파한 이력이 있다. 의적을 소재로 한 소설을 통해 자유롭고 평등한 공화의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제1부는 매력적인 여자 의적 홍강이가 활약하는 활빈당 시리즈 10권이고 제2부는 여자 형사와 활빈당이 손잡고 사회악을 응징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존 도(지은이)의 말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지만 빈부격차가 심해 갈등이 최고조에 도달했다. 이에 부자와 빈자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활빈당 의적 스토리를 꾸몄다. 활빈당이 내세운 유무상자(有無相資)는 부자와 가난한 이가 서로 도와 함께 잘 산다는 뜻으로 양극화된 오늘날 꼭 필요한 정신이다. [의적 붉은 입술]은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신문기사와 동영상, 관계 서적 등 각종 자료로 했는데 주 배경은 영등포구와 김포시이나 묘사는 사실과 함께 표현주의 기법을 가미했다.
출판사 서평
[의적 붉은 입술]은 서울 영등포, 경기도 김포를 주배경으로 하는 세태 풍자소설이다. 다섯 개의 단편 희비극으로 이루어졌다. 주인공 한 명의 시점으로 서술하는 내용이 아니라 각각 다섯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단편 연작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어둠 속 포로
활빈당에서 법을 위반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은 청년들을 붙잡아와서 기억을 지우고 중노동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정신 개조가 이루어지면 봉사활동을 한 다음에 풀어준다. 재벌 딸이 편의점 알바하고 그녀의 이름으로 미국의 명문대학에 편의점 알바가 대신 다니는 것처럼 처지를 뒤바꾼다.
2. 의적 붉은 입술
여주인공 홍강이는 키스를 하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활빈당수의 딸로 고액체납자의 집을 털고 국보급 보물을 해외로 팔려는 것을 빼돌려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목표물을 탈취한 뒤에 입술 마크를 찍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3. 사장 이름은 이공돌
명문가의 아들이지만 가출 독립해서 공고를 나오고 이름을 이공돌로 개명했다. 명문대 출신은 배제하고 공고 출신, 지방대 출신을 직원으로 뽑아 4차 산업을 일구는 청년 사업가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간다.
4. 활빈신협
거대한 자본을 가진 은행과 달리 마을의 주민을 조합원으로 운영하는 마음 금융 신협의 이야기이다. 사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실상을 고발하고 대출을 통해 이들의 패자부활을 돕는다.
5. 은밀한 동네
1인칭 소설로 일본 재일교포로 위장해 침투한 여간첩 이야기다. 그녀는 매수된 국방부 대위를 통해 김정은 참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뜻밖에 남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얻게 된다.
그 외에도 강간범이 누군가에 의해 거세된다는 엽기적인 내용이 있고 외계인으로 추측되는 로봇 개발자 앨리스의 이상행동도 스토리의 재미를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