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골든타임은 4분. 10.29 참사 골든타임은 4시간

- 98건의 신고는 외면당하고, 경찰은 없고

- 눈앞에 쌓여 있는 주검! 아비규환 비명소리만

 

K People Focus  최영미 기자 


10.29참사현장에 있던 충청권 모대학 경호학3학년에 재학 중인 이 경민(가명,22)씨와 지난 19일 인터뷰를 진행했. 참사 당일 이경민씨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클럽에서 경호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기자는 인터뷰 내용을 가감 없이 실으려 노력했고 괄호 안은 기자의 단상임을 밝혀 둔다. 책임을 져야할 권한을 가진 이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건실한 한 청년을 만나 인터뷰할 수 있어 감사드린다.

 


10.29참사가 일어난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역 입구에 19일 어느 가드가 남기고 간 추모 메시지( 인터뷰이와 관련없음)


 Q; 먼저 역대급 거리 참사로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사고에 관해 취재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심경이 어떠신지요 어떻게 지내세요? 

A; 잠을 못 자요. 지금은 그나마 조금 괜찮아졌는데 밤만 되면 예민해지고 생각이 납니다. 그러니 낮엔 정신없고, 쪽잠자고 일어나면 새벽 1시쯤. 그때부터 참혹했던 그날의 시신들과 아우성 비명소리와 함께 있는 거 같아요. 

사고당일은 아무생각이 없었어요 상황이 너무 급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눈앞에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누워서 발버둥 쳤고 살려달라는 소리뿐이었어요. 뒤엉켜있는 그들을 본능적으로 꺼내기 바빴고 호흡과 맥박이 남아있는 실신자를 찾아 심폐소생술을 했고 또 다른 실신자에게 까치발로 뛰어가면서 주변사람들에게 도와 달라 소리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실신자의 호흡 맥박에만 집중하며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 새벽 화장실에 가려고 있어나서 저도 모르게 핸드폰 라이트 켜고 까치발 들고 이리저리 뭔가를 피해 가더라구요. 화장실 문을 열면서 정신이 들었죠. 이런게 트라우마구나 싶었어요

주변이 어두워지고 조용해지면 보이고 들리는 거예요 파노라마처럼. 내가 그 전쟁터 같은 곳에 있었구나를 느끼면서, 바쁘게 움직이던 나는 없고 누워있던 사람들의 참혹함이 생생해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 아픔에 매몰 돼 버려요. 

(경민씨는 한 눈에 봐도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얼굴도 부어있고. 그날의 아픔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끼고 있는 그를 보며 왈칵 눈이 뜨거워졌다)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자꾸 떠올라요 

무의식적으로 까치발을 하고 실신자 사이를 뛰어다녀요

    

Q; 주로 어떤 장면이 많이 떠오르시나요? 

A; 처음 심폐소생술을 했던 분이 많이 생각나요. 맥박과 호흡이 희미하게나마 있어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죠. 그리고 인공호흡을 하려는데 입술 색이 없더라고요 맥박과 호흡을 다시 확인하니까 멎어 있고 복압도 슬슬 차더라고요 옆에 있던 의사분이 심정지 환자는 몸이 굳으면 안 되니까 손을 얼른 모으라고 해서 모으고 나니 119 구급대원들이 그분을 들것에 실어갔어요. 한 생명이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꺼져버리는 걸 보고 저는 패닉 상태가 됐죠. 

 대부분은 이미 심정지가 왔고 또 어떤 분은 심폐소생술 하던 도중에 이미 내장파열로 숨을 헐떡이다가 돌아가신 분, 눈 뜨고 돌아가신 분, 다리가 골절되어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몸, 구해달라는 몸부림을 하다가 굳어버린 양팔들, 제가 놀란 건 거의 6겹으로 겹겹이 쌓여있는 시신들의 자세가 양팔을 위로 올린 같은 자세였다는 거였어요. 살려 달라며 팔을 위로 올린 채 압사당하고 만 거죠. 코와 입에서 터져 나오던 피들, 정말 참혹했어요. ( 얼마나 참혹하고 다급했을까, 기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지난 11월 19일, 10.29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입구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과자, 곰돌이 인형, 스파이더맨 소품들. 


 Q; 지금 경민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무엇인가요?

 A; 그게, 제 손에서 냄새가 났어요.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배었나봐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어요. 피 냄새, 토사물 냄새, 내장 부패한 냄새가 제 손에 배어서 밥을 못 먹었어요. 

왼손에서 그 냄새가 계속 나니까 왼손을 일부러 안 올리리려고 애썼고 속이 울렁거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그의 까무잡잡한 손을 보며 여러 생명을 살린 고귀한 손입니다라며 꼭 잡아드리고 싶었다)

 

 손에서 냄새가 나요. 심폐소생술하면서 배었나봐요. ,토사물, 내장부패한 냄새들이

  

Q; 이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는 지인이 또 계실까요? 

A; 저와 함께 경호 일을 한 후배가 있어요. 저는 내부 경호를 후배는 야외 경호를 맡았는데 키가 190센티미터 몸무게도 110키로 정도 돼요. 그런데도 그 후배가 인파에 밀려 공중에 떠서 십 미터가량 떠내려갔어요.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과호흡에 손 떨림 증세가 심했고 잠꼬대를 많이 했다고 해요.

 

Q; 많이 힘드셨을 듯한데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가요? 

A; 밤이 되면 여전히 힘들긴 한데 친구들의 도움이 커요. 밤늦도록, 새벽까지 함께 있어주고 밥 먹이려 일부러 밖으로 나오라 해서 집에 혼자 있게 두지 않아요. 고맙죠. 이 친구들이. 밥을 먹어놓고 저를 위해 모른척하고 또 먹는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운동도 많이 하구요. 

너 때문에 산 사람이 있잖아 최소한 세 명을 살렸어라는 말에도 힘을 얻었어요. , 제가 구해준 분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저로서는 그 당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자리에서 사람으로서 할 도리를 다 한 것 같으니까요. 

일단 살려야겠다”. 저는 경호가 체질인가 봅니다(라며 살짝 웃는 이 젊은이, 참으로 고맙다) 

, 상처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제가 그곳에 있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Q; 참사 당일 사건 현장을 어떻게 목격하게 되셨나요? 

A; 내년에 졸업반이니까 취업 준비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서 경호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면 스카웃 제의도 받거든요 그래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의 클럽으로 일하러 간 거예요. 클럽 내부 경호를 맡고 있었는데 1020분쯤 외부 근무자에게 무전이 들어 왔어요. 빨리 나오라고. 

 

"허공을 향해 뻗은 채 굳어버린 양팔, 6겹으로 쌓인 사람들"

 

 Q; 현장에서 보신 상황을 말씀 해 주세요. 또 무엇을 하셨나요? 

A; 무전을 받고 내려갔을 때는 클럽 앞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압사 당한 줄 몰랐어요. 

실신한 사람들이 보이길래 물을 갖다 주고 다른 클럽에서도 생수를 뿌렸어요. 정신들 차리라고 이러다 죽는다고. 대부분 클럽에서는 사태가 심각하니까 음악을 껐구요. 그리고 일단은 구급차가 진입할 수 있게 길을 뚫어주는데 이상한 거예요. 

해밀턴 호텔 옆 모자 가게앞쪽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시신이 대여섯 겹으로 쌓여 있었어요. 다리가 다 꼬인 상태에서 넘어지니까 옆에서 보면 부채꼴모양이었어요. 

다른 클럽가드들과 주한미군 10여명, 경찰 네다섯 명, 구급대원 3.4명이 구조작업을 시작했고 한참후에 경찰이 대거 합류했구요. 다리가 꼬인 상태로 넘어져서 한 사람 한 사람 꺼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사람이 6층까지 쌓여 있으면 56층은 살아있었어요. 다리가 부러지긴 했지만. 4층부터 1층까지는 심정지 상태였고 겹겹이 쌓여있는데 양팔은 구해달라는 모양으로 허공으로 뻗어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호흡이 멎고 굳은 거예요 

제 발로 걸어 나가는 사람은 서너 명 밖에 없었고 대부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 숨은 쉬는데 눈을 못 뜨는 사람들이었어요.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 요청하면서 맥박과 호흡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찾아 심폐소생술을 했어요. 주로 남성은 남성을 여성은 여성이 심폐소생술을 했어요. 남성들은 여성 심폐소생술을 꺼리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성분들에게 도와달라고 많이 했죠. 

(최근 심폐소생술로 살려놓았더니 성추행으로 소송하더라는 일화가 떠오르며 씁쓸했다)

 

 Q; 이 사건의 목격자로서 다양한 시각으로 보도하는 매체나 시민들의 반응을 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A; 어떤 이들은 가드들이 통행을 막았으니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던데 그거는 저희가 경찰 지시 하에 막았고 한편으로는 클럽에서 구경 나오거나 귀가하겠다고 우왕좌왕 쏟아져 나오려는 사람을 막은 거예요. 초기 대응을 가드들과 주한미군 10여명이 먼저 시작했는데 상황도 조사해보지 않고 처벌해야한다는 소리를 듣고 어이없고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 기사, sns는 요즘 안 봐요. 진심으로 현장에 와보고 쓴 건지 의문이 드는 기사들이 많고 또 패닉 올까봐 두려워서요. 

 도와주는 시민도 많았는데요. 모른 척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어요. 다리 부러진 여성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 모른 척하며 담배 피우고 있던 아저씨, CPR을 위해 쳐놓은 팬스와 불과 1미터 거리에있는 야외 바에서 술 마시던 몇몇 시민들, 상의 탈의하고 CPR하는 모습을 구경하듯 동영상 찍는 사람들을 보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어요. 

( 생사를 오가는 팬스 너머에 또 다른 결의 차가운 무덤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돼서 집으로 가는데 용산 구청 쪽은 여전히 춤추고 파티하고 있었어요. 한쪽에서는 생과 사를 넘나들고 한쪽은 여전히 흥겨운 분위기 였어요. 사고난지 1시간 만에 경찰이 대거 투입되고 소방차 경찰차도 꽤 지나가서 그분들이 사고 난 걸 몰랐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거든요.

 

 Q; 다른 도심의 인파가 넘치는 거리를 보면 어떤 심정이 드나요? 

A;저도 매년 이태원 가서 놀기도 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난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걸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증상이 생겼어요. 

 

사다리타기식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책임전가는 이제 그만 

복지부동도 그만, 어려운 일 앞에서는 힘을 모아야

 

 Q; 앞으로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위해 당국이나 시민, 매체 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사고의 책임 공방을 보면서 사다리타기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매듭 없이 물꼬만 있으면 미끄러져 내려가는 사다리타기 게임요. 결국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뭇매를 맞고 있는데요. 아니라고 봅니다. 10만 명이 유입될 거라는 예상은 있었는데도 대책은 애초에 없었어요. 7시경 출근할 때 1번 출구에서 클럽까지 경찰이 안보였어요, 제 눈에는. 인근 바에서 마약을 뿌렸다는 소리가 들리니까 몇 명이 온 거 뿐이에요 경찰이 10명만 있었어도, 일방통행을 유도만 했어도 즐겁게 놀다갈 수 있는 이벤트였는데 안타깝습니다. 또 심정지 골든타임은 4분이지만 이번 사건 골든타임은 4시간이었어요. 112에 처음 신고가 들어간 저녁 634분부터 사고시각 1015분까지. 도와달라는 시민들의 절박한 외침, 구조요청이 외면당한 거예요. 이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태도 또는 일선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 그 이유들이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매체는 사실 확인을 면밀히 하고 기사를 써야한다고 봅니다. 베끼기 퍼 나르기 그만하구요. 진정성 없어 보이는 기사를 보며 아쉬웠어요. 

시민들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질서의식이 습관처럼 몸에 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저도 이번에 절실히 느꼈어요. 그리고 위급상황에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구요. 그날도 정신없이 구조 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있는가하면 나 몰라라 하는 분들도 있었거든요. 그 손들이 얼마나 필요했고 사실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 손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K People Focus 최영미 기자 (wast47@daum.net)


 케이피플 포커스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표기 의무


■ 제보하기
▷ 전화 : 02-732-37
17

▷ 이메일 : wast47@daum.net
▷ 뉴스홈페이지 : https://www.kpeoplefocus.co.kr



작성 2022.11.23 18:03 수정 2022.12.08 08:41

RSS피드 기사제공처 : K People Focus (케이피플포커스) / 등록기자: 최영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