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편집부 [기자에게 문의하기] /
나는 간다
나는 날마다 간다, 이른 아침
동쪽 150리 길을 달려가서
제자들이 기다리는 교실로 가고
교실에서 교무실 가고 화장실 가고
점심 먹으러 식당으로 가고
다시 교실 회의실 휴게실로 간다
해질 무렵 서쪽 150리 집으로 가는
불타는 하늘에 걸린 시간의 궤도를
오늘도 시속 80킬로 국도에 달린다
집에 와서 큰방으로 다시 건넌방으로
물 한잔 마시고 길 건너 이발관으로
가고 또 가고 다시 가지만, 결국
아무데도 가지 못하는 하루
늘 제자리에 머무는 하루가 저문다
이 세상 어디 가도
영원히 머무를 곳이 없으니
조신호
1946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중등학교와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였다.
1991년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구봉산 가는 길], [꽃동네 언덕에], [눈부시다], [나는 간다], [하운산방]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