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밀실과 자유의 광장 그 사이 어딘가... 메타버스 성범죄 취재진도 당했다

요즘 떠오르는 가상 공간 직접 체험해보니...

취재진도 당했다, 메타버스 성범죄

윤리적 제도와 더불어 기술적 대응 필요

[미디어유스 / 박소향기자] 현대 사회는 고도 산업화 사회와 정보화 사회, 그 어디쯤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편리성과 효율성 등 여러 이점을 선사했으나 이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단연 ‘성적 윤리’이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해당 기술을 접목한 포르노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한다. 기술의 등장에는 필연적으로  '성적 윤리' 문제가 뒤따른다. 


아바타 기반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도 성적 문제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특히 제페토, 로블록스 등 플랫폼의 주이용자층이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배로 커진다. 지난 몇 달간 국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안 등 관련 법안을 입법했지만 메타버스 공간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실효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 디지털 성범죄, 취재진도 당했다


취재진은 직접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 가상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실태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첫 번째로 접속한 메타버스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3억 명이 넘는 아시아 최대 플랫폼 '제페토'다. 취재진은 메타버스의 주 이용층이 10대라는 점을 고려해 아바타를 18세 청소년으로 설정했다. 이용자들은 취재진의 아바타에 관심을 보이며 인사를 건넸으나 이내 선정적인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중 20대 남성은 "우리 사귀자"고 말하며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미성년자라고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해당 남성은 성적인 농담과 함께 이동할 것을 유도했다. 


두 번째로 접속한 메타버스는 '로블록스'로 제페토보다 이용률이 높은 만큼 성범죄의 수위 또한 심각했다. 취재진은 제페토에 접속한 캐릭터의 성별과 나이를 동일하게 적용하여 아바타를 제작했다. 이후 로블록스 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던 맵에 접속했다. 맵에 입장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취재진은 한 남성 아바타가 여성 아바타를 욕실에 가두려는 모습을 포착했다. 남성은 여성을 좁은 욕실로 밀어 넣은 뒤 출신지를 물어봤고,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자세를 취하도록 거듭 요구했다. 여성 아바타를 모독하는 언행이 멈추지 않자 다른 이용자는 멈추라는 채팅을 보내며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용자로부터 제지당한 남성 아바타는 곧 취재진의 아바타로 시선을 돌렸다. 취재진은 가까이 와보라는 남성의 말을 따라 욕실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남성 아바타는 취재진의 아바타를 만지기 시작했다.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적인 발언을 내뱉었고, 취재진의 아바타 뒤로 움직이며 마치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성 아바타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질문하자 그는 '흥분되니까'라는 답을 내놓았다. 취재진이 욕실을 나오자 남성 아바타는 맵에 새로 입장한 여성 아바타로 타깃을 변경해 또 다시 접근했다.


메타버스의 기능이 점차 체험형에 가까워지면서 VR기기를 활용해 3D로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취재진은 소셜 VR 플랫폼 'VR CHAT'에도 접속해 충격적인 성범죄의 실체를 확인했다. 취재진이 접속한 월드는 'VR CHAT의 음지'로 불리는 곳으로 성관계가 목적인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해당 월드는 겉보기엔 온천탕이 있는 호텔로 보이나 실상은 디지털 유흥업소 그 자체였다. 해당 월드는 총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있었고, 맨 위층에는 근사한 경치와 함께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이 있다. 1층과 4층은 VR기기가 없어도 출입이 가능하지만 2층과 3층은 VR기기가 있어야 입장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 두 층이 디지털 성범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2층에는 클럽을 연상하게 하는 조명과 무대가, 3층에는 침실이 여럿 있었다. 2층에서 헌팅에 성공하면 성관계를 위해 3층의 룸으로 향하는 구조다. 서로를 만지며 수위 높은 대화를 일삼는 그들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용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맵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80~90%는 남성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 아바타에서는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물론 가상공간의 특성상 아바타의 성별은 현실의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특정 성별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점이다.


실제 성별이 남성인 사람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반라의 여성으로 설정해 여성 아바타 간의 성관계를 묘사하고, 이를 통해 성적 욕구를 해소한다. 심지어 이들은 여성 아바타에 부착할 성인 기구를 커스터마이징해 현금으로 거래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입에 담기 힘든 수위의 언행이 오가는 이곳을 미성년자도 쉽게 접속할 수 있다. 'Only VR', 즉 VR 전용인 이곳은 기기만 착용하면 시공간을 불문하고 입장할 수 있는 글로벌 유흥업소다. 타인의 신체를 허락 없이 만지고, 성행위를 관음하거나 나체를 촬영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이곳은 보통의 가상공간과 분명 다르다.


◆ 윤리적 제도뿐 아니라 기술적 대응도 구축돼야...


취재진은 서울디지털재단 이지영 선임과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대응 방안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선임은 메타버스가 새로운 디지털 사회로 자리매김하려면 윤리 가이드라인, 윤리 리터러시 프로그램 등의 제도 마련과 윤리 의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의 비영리 자선 단체인 South West Grid for Learning(SWGfL)에서는 유아층에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하고,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연령⋅나이⋅성별의 제약 없이 모두가 리터러시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 선임은 윤리적 제도뿐 아니라 플랫폼 자체의 기술적인 대응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디지털재단의 [메타버스 이슈 및 트렌드 레포트]에 따르면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기술적 예방책은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다. 예시로 게임사 QuiVR에서 개발한 '퍼스널 버블'(성추행과 같은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상대방에게 게임상에서 튕겨내 버리는 기능)과 메타버스 Meta Horizon World에서 개발한 '퍼스널 바운더리'(성희롱이나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아바타 간 일정 거리 두기 기능)이 있다. 이러한 대책은 이용자의 판단에 따라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 우리 모두 사이버 감찰대로 앞장설 때...


지구상에 인간이 등장한 이후에 인류는 오랜 역사를 지나오며 사회 속에서 서로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마련해왔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이자 스스로 옳은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규범을 ‘윤리'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 속도를 윤리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간극이 발생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메타버스가 새로운 디지털 사회로 자리매김했으나 결국 성범죄와 같은 윤리적 공백이 생겨났다. 


메타버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을 지적하고 제지하는 이용자 문화가 요구된다. 취재진이 로블록스 체험 중 성희롱을 당할 때 다른 이용자가 이를 만류했던 것처럼, 작은 행동 하나가 큰 불씨를 막지 않았는가. '사이버 감찰대' 역시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제언하는 바다. 결국 가상 공간에서도 현장을 통제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제3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빅브라더의 역할이 아닌 같은 플랫폼 이용자로서 건강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취재진이 평범한 메타버스 이용자 중 한 명으로 접속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윤리적 토대가 마련된다면 메타버스는 범죄가 난무하는 '밀실'이 아닌 오롯이 시공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광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c 배너기사보기 2 우리가 작성한 기사 하단에만 (898X100) 타사이트도 노출
작성 2022.11.30 11:15 수정 2022.11.30 11:48

RSS피드 기사제공처 : 미디어유스 / 등록기자: 박소향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