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연말 모임

김태식

한 해가 저물어 가면 이런저런 모임이 많다. 그 장소가 음식점이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만 가깝게 지내는 사람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을 때는 이런 방법은 어떨까 생각한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일본어 교수 부부가 있다. 해마다 12월 중순이면 재학생과 졸업한 제자들이 조촐하게 자리를 마련하는데 내가 참석해도 되는 자리라고 했다. 장소는 교수님 댁인데 조건이 하나 있다. 일본인들이 많이 하는?모찌요리파티?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어는 우리말로 옮기기에는 마땅한 명사가 없어서 일본어를 그대로 표기했다. 굳이 옮기자면?자기가 먹을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오는 파티?라는 뜻인데 너무 길다. 타인에게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발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부분도 있다. 

 

장소를 제공하는 주인도 음식을 만들어내고, 초대받은 방문객들도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내 놓고 나누어 먹으면서 음식의 맛에 대해 서로 얘기하며 담소를 즐기는 것은 흥미롭고 새로운 기분이다.

 

음식의 질이나 맛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본인 생각에 가장 자신이 있는 요리를 만들어 남에게 맛을 보인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이다. 남녀 구분이 없다. 음식 만들 능력이 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계란찜을 해도 되고 계란을 삶아 와도 좋다. 직접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자는 것이다. 

 

올해로 세 번째인 그 모임을 얼마 전에 했다.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르니 올해에도 술을 제공했다. 술이 빠질 수는 없으니 요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음식을 만들어 오는 사람들의 요리 종류가 다양하고 재미있다. 

 

김밥을 예쁘게 싸 온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계란말이를 해 온 남학생도 있다. 그런데 계란말이가 제대로 말리지를 않아 옆구리가 터진 채로 가져온 남학생의 힘들었다는 얘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유부초밥을 맛있게 만들어 오는가 하면 과일샐러드를 깔끔하게 만들어 오는 사람도 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김치볶음도 있다. 군만두와 찐만두도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이 음식들은 저녁 식사가 되고 술안주가 된다.

 

남자이지만 음식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전문요리사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그 교수는 시간대 별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탕수육과 닭찜에 이르기까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유학 시절 틈틈이 쌓은 요리 실력일 뿐이다.?라고 얘기한다.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은 자연히 음식 종류에 신경을 쓰게 되고 경제적인 지출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집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려면 그 집의 주인은 앉아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몇 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고 음식이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지도 궁금하여 걱정이다.

 

하지만 서로 부담이 없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모찌요리파티?는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마치 야외로 소풍 가는 것처럼 재미있고 새롭다. 

 

시간이 지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집주인은 설거지할 것이 별로 없어 더 좋다. 따라서 파티는 간단하고 실속 있게 그리고 뒤처리가 가벼운 것이 좋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wavekts@hanmail.net

 

작성 2022.12.06 11:57 수정 2022.12.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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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