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3년 차, 이제 정말 시작이다 (4)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준비가 되었는가
난 3~4년 차 편집자들을 면접 볼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편집자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편집자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친구들은 적잖이 당황한다. 자신이 욕망하는 편집자 상을 이야기하거나 자기의 경험을 중심으로 편집자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린다면 일단 합격이다.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좀 쉽다. 그것이 입사하고 싶은 이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이다.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자신 있게 대답하면서도 그 분야의 책들의 정보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너무 많다.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면서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의 이름과 작품과 그 이유조차 말하지 못하다니! 적어도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면, 그림책의 열혈 독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그림책들이 시중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분석이 되어 있지 않으면 당연히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할 수 없다. “이곳에 입사하면 어떤 책을 만들고 싶나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만약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해 막연하고 이상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라면 더 생각할 필요 없이 입사 대상자에서 제외시킨다. 편집자로서 욕망할 수는 있지만, 일은 3년 차 편집자로서 당장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질문을 통과하여 입사한 편집자들과도 막상 일을 해보면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력소개서는 100%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간의 경력이 화려하고, 출간한 도서 리스트가 많아야 좋은 게 아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어느 정도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지 서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본인은 앞으로의 발전을 꾀하며 비전을 세울 수 있고, 부서의 상사 입장에서는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나 역시 경력을 믿고 일을 시켰다가 사고가 터져 낭패를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커리어 사춘기의 정점에 선 편집 3년 차의 소개서는 더 면밀하게 살펴본다. 책임자 입장에서는 모든 책을 자신이 혼자 만든 것처럼 말하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경우 가장 신중하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