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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오랫만에 불러보는
친구야
사는게 무언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하고
술 한 잔 기울이지 못했네
어찌 지내는지
세월 탓하기엔
아직 이른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귀밑머리 희어지고
외로움을 나누는 처지가 되었는지
나도 모름새
늘 곁에 계실 것만 같던 부모님이
세상에 안 계시니
미음 한 숟가락 입에 넣어드리지 못한 죄
불효자식이란 낙인으로 가슴이 메어지고
이런 마당에 고향을 찾는다는 건
염치없는 일인 것을
어린 시절 개울에서 목욕하고
메뚜기 잡으로 논밭을 돌아다닐 때가
마냥 그립구먼
고향 떠나온 지도 오래지만
돌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할 그곳에
그립단 말만 바람에 실려 보내다가
텃밭이 있는 홍천에다
살 곳을 마련하여 거처를 옮겼네
내가 직접 터를 다져서
집을 지어 놓았으니
혹 지나가는 길목이라면
잠시 들러 목이라도 축이고 가게나
처자식 있으니
처량한 신세는 아니다만
내 오늘 넋두리라도 늘어놓지 않으면
술과 담배로 밤을 지새울 것 같기에
꾹 눌러 참아오던 수다가 길구나
보고 싶다 친구야

[임병현]
한국문학예술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양천문인협회 회원
중림문학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