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필 색소폰 앙상블

김태식

합천에 가면 황금빛 관악기 소리를 곱게 쟁기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듬고 다듬은 천상天上의 소리를 전해주는 재능기부 봉사단원들이 앙상블의 선율로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에게로 다가간다. 때로는 신명 나는 사람을 더욱 신명 나게 해 주기도 한다. 

 

각자의 입김과 숨소리는 다르지만 자신의 소리를 낮추고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앙상블(합주)연주를 들려준다. 단원들 각자 인생을 걸어 온 여정은 다르다. 

 

하지만 박자에 발돋움을 맞추는 마음은 봉사한다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하나의 선율이 되어 듣는 사람들의 귀에 감동으로 와 닿는다. 각자의 소리를 내지만 규칙을 지키는 참 민주주의 꽃을 피우는 곳이다.

 

강영욱, 김영길, 최판준 그리고 백정도 색소포니스트로 구성된‘필 색소폰 앙상블’이 연주하는 소리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옷을 입은 천사들의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이분들의 연세는 이순耳順 후반 그리고 고희古稀 중반에 이르지만 노익장을 과시한다.

 

그들은 청아한 소리를 내어 듣는 이들을 매료시키는가 하면 때로는 소리를 달래어 음악의 문외한일지라도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경우도 있다. 관통하는 관 속으로 2분음표 4분음표 8분음표 줄을 세워 정리된 소리를 전한다. 쉼표에 맞춰 마침표를 찍기도 한다.

 

‘필 색소폰 앙상블’은 멈추지 않고 소리 동굴을 계속 탐험하면서 그들의 연주를 기다리는 곳이면 언제라도 달려간다. 그곳은 시장이 되기도 하고 소외된 사회계층이 되기도 한다. 최고의 절정과 열정의 따뜻한 입김이 늘 전해진다.

 

그들의 소리는 마치 잿빛 아침 하늘에 깔린 구름을 잘게 조각내기도 하고 호흡 머금은 이슬처럼 개운하기도 하다. 황금빛 금관 속에서 치닫는 숨가픈 아름다운 흐느낌으로 끊어질 듯 끊이지 않는 소리 쟁기질이 이어진다. 

 

가을이면 갈바람 밤을 내려 평상에 관객으로 앉히고 높이 나는 색소폰연주를 하면 고추를 붉게 익히고 하늘을 더 높이기도 한다.

 

아! ‘필 색소폰 앙상블’의 연주는 날이 가면 갈수록 맛이 깊어지는 장아찌처럼 색소폰연주의 전설이 될 것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wavekts@hanmail.net

 

작성 2022.12.27 11:10 수정 2022.12.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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