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칼럼] 이순신과 의병은 임진왜란 승리의 양대 축

군 통수권자가 무능하고 관군이 썩어빠지면 현장 지휘관과 의병이 나서는 것은 역사의 교훈

임진왜란은 1592년 4월 13일(이하 날짜는 음력) 왜군의 기습 침공으로 시작되었다. 부산포에 상륙한 왜군은 불과 20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 개전 초기에는 조선군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궤멸되었다. 경상좌수군과 경상우수군이 지리멸렬 도망쳤고,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친 신립 장군의 8000 군사도 거의 전멸했다.

선조는 왜군이 서울에 입성하기 직전에 의주로 향하여 피난길에 올랐다. 조선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았다. 그런데 선조가 임진강을 건너 개성을 지나 평양 쯤 갔을 때인 1592년 5월 7일 남해 바다 옥포에서 이순신 장군이 최초의 승리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경상도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주로 지방의 선비들이 개인 사비를 대고 사발통문(沙鉢通文)을 돌려 의병을 모았다. 이들은 이론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주기론자(主氣論者)였던 남명 조식의 제자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제일 먼저 경상우도의 의령에서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는 남명의 외손 사위이며, 합천에서 기병한 정인홍은 남명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다. 고령의 의병장 김면 역시 남명의 제자다. 

이들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의병이 일어났다. 충청도 옥천에서 조헌, 전라도 나주에서 김천일, 담양에서 고경명, 경상좌도 영천의 최응사, 함경도의 정문부, 황해도 연안에서 이정암 등이 의병을 일으켰다. 묘향산에서 수도하던 서산대사 휴정의 제자인 사명당 유정이 금강산 건봉사에서 거병하였고 영규, 처영 등의 승병장들이 합세했다. 옥형, 의능, 삼혜 등과 같이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을 도운 의승수군(義僧水軍)도 큰 활약을 했다.

조선을 침공한 왜군은 단기간에 서울과 평양을 점거하고 함경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왜군은 길어진 보급선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부산으로 상륙한 왜군이 평양에 진주하고 있는 군사들에게 식량과 탄약, 피복 등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남해와 서해를 통한 해상 운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해상 병참선은 이순신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육상으로 보급품을 운송하는 것은 더욱 험난한 길이었다. 큰 배 한 척이면 싣고 갈 물량을 병사들이 짊어지고 가려면 족히 3천 명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육상 보급로마저도 곳곳에서 창의한 의병들이 끊어 놓았다. 침공 후 6개월도 되기 전에 조선의 북쪽 지역에는 혹독한 겨울이 닥쳤다. 초여름 날 얇은 옷을 입고 침공해 왔던 왜군은 추위에 시달렸으며, 군수품 보급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해 점차 패전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명나라 원군까지 참전해 오자 왜군은 남해안으로 철수하여 해안에 왜성을 쌓고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강화협상을 시작했다.

임진왜란은 7년 동안 동아시아 전체가 전란에 휩싸였던 대규모 국제전이었다. 명나라가 참전하여 조선을 도왔으나 그들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로 자기들 울타리 밖에서 싸우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명나라 군대는 천군(天軍)의 행세를 하면서 방관자처럼 소극적으로 싸웠다. 1597년에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조선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명량과 노량에서 기적을 이루어낸 이순신 장군이 있었고, 육지에서는 관군으로 편입된 의병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7년전쟁은 최종적으로 조선이 승리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임진왜란을 종결시키고 조선이 승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수군과, 전국에서 창의한 의병들의 활약 때문으로 분석된다.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가 무능하면 이순신과 같은 현장 지휘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하고, 관군이 썩어빠지면 의병이 나서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역사의 교훈으로 남았다.

이순신전략연구소장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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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2.12.30 11:46 수정 2022.12.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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