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관객들은 대부분 고전영화를 찾지 않는다. 찾을 수 있도록 구조적 환경도 되어있지 않다. 한심한 현실이다,
기껏 낙원동 옛 허리우드극장 자리에 시네마테크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자 비상구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찰리 채플린이나 잉그마르 베리히만, 장 뤽 고다르, 러시아의 푸도프킨, 미국의 더글라스 서커, 샘 페킨파,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오시마 나기사, 한국의 나운규, 윤봉춘, 유현목 영화감독 등 모두다 현대 고전영화의 뒤안길이 되었다.
다만 그래도 한국영상자료원에 가면 그 갈증을 다소 해결할 수는 있다. 참 다행이다.
현행 흥행 영화와 현대적 고전영화가 동시에 공존하는 영화적 환경이 되어야 영화업계의 변증법적인 발전을 가져 온다고 본다.
하지만 어쩌면 관객은 현재 배급되어 쏟아지는 영화 중 각자 취향에 따라 영화를 향유하면 그만이다.
재미있는 영화, 감동적인 영화를 찾아서 소비하면 그만일 것이다. 관객이 보고자하는 영화는 흥행 수치가 올라가고,
제작자 투자자 배급업자 극장업자 OTT업체 등은 돈을 벌고, 재생산 할 수 있으면 좋다.
영화는 삶을 기반으로 해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시장에서 상품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결국 표현주의자와 장사꾼의 조우를 통해서 탄생하는 영화의 운명은 근본적으로 표리가 부동하다,
우리네 삶이 부조리 하듯이. 창작자 보다는 유통업체가 돈을 버는 게 시장의 실상이다.
인간 삶의 근간으로 출발한 영화는 유통 마케팅을 통해서 관객과 만난다.
결국 흥행한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삶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고,
마케팅 또한 차별성을 가지고 추진했기에 성공이라는 언덕길에 올랐다고 본다.
주인공의 삶을 잘 그린 영화가 결국은 보다 더 많은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과 상품으로 팔려나가는 것이 상호 보완하며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영화 수익은 미국으로 갖고 갈 것이다. 한국영화 수익은 국내에 각종 세금을 더 내고
발전 기금도 더 지불하고 다시 한국 영화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2023년 극장가와 OTT 시장을 바라보는 마음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 흥행영화를 대표하듯이 <아바타: 물의 길>이 연일 매진 행진을 할 때, 필연적으로 만난 한국영화 <영웅(윤제균 감독)>이
온 국민의 호응을 받지는 못하는 듯해서 이다. <아바타>는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제임스 카메론의 시리즈 신작이다.
가히 에너지가 넘치고 비주얼 아트의 최고 신기술을 발휘하며 관객의 시청 감각을 휘어잡는다.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의 삶을 뮤지컬 형식으로 만든 작품 <영웅>은 살신성인 위인의 내면과 위용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미국 영화의 왕성한 기운 앞에 당당해지고 싶은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아바타>는 3D 컴퓨터그래픽 신기술의 표현주의적인 측면에서 박수를 보낸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내공은 색채 연출, 이번은 물빛, 물색 표현이 뛰어났다.
그래픽 촬영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액션 기술의 개발도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구나 하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명품 상품을 내놓았다. 그 스케일, 그 스펙터클, 그 웅장함과 비장미, 물 오른 연기의 캐릭터 달인들,
미국 특유의 흥분시키는 음악 선율 등 표현수사학에서는 감동을 받았으나
내용은 논픽션 역사 뮤지컬 <영웅>에 비해서 가공된 픽션의 세계라 다소 스토리가 생경하고 어색했다.
다만, 감성표현, 상황묘사는 디테일하여 정교했다, 힘이 넘쳤다.
미국 영화가 이러 하듯 우리 삶의 터전인 한반도의 기운도 미국 영화의 기상처럼 펄펄 살아 뛰어
대한민국의 국운이 하늘을 찌를 듯이 왕성한 에너지를 분출해야 한다.
영화 <영웅> 안중근 의사의 기개와 동양평화 사상 그리고 뜨거운 나라사랑의 힘이 강렬하게 펼쳐나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한국영화를 통해서 뿐 만 아니라 우리 삶의 현실에서, 한민족의 기운이 한라에서 백두로 치솟아 오르는 민족의 정기를
강하게 표출했으면 하는 간절한 희망이 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씁쓸한 연말연시다. 이 우울한 극장관람의 기운을 떨쳐내고
각 공동체에서 진한 서민의 삶의, 대한민국 국민의 살림의 에너지가 솟구쳤으면 하는 신년의 희망이다.
글/ 손영호(영화평론가,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