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백절불회 진심 (百折不回之眞心)
2023년 새해 1월도 어느덧 중순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올해, 자신의 표어를 하나쯤 정해 보셨을까요.
저희 연구원도 팬데믹 사태를 관통해 가며 여느 소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부침을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중독자라 불리는 저에게도 별 수 없이 이 십 여 년 만에 불청객, 무기력 증상이 찾아 왔습니다. 평소 5인 양의 일을 하고 산다는 진단을 받은 제가 일을 아예 줄인 건 아니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처음으로 ‘스스로’ 가 두려워지는 마음을 만났습니다.
이미 오래전, 알게 된 진실 하나는 늘 열정적인 삶의 자세를 표방하는 사람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결국 스스로의 마음인 것을요.
그 까짓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여기기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에 놓인 그 마음 말입니다.
그런 과정을 호되게 겪으며 저는 쓸모 있음을 지향하던 삶에서 어떻게 하면 쓸모없어지는 삶이 될 런지. 무쓸모를 모색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 제자의 발병소식을 듣고 그 병증을 앓는 거처럼 저도 같이 견딘 시간에 답장처럼 제자가 7차 항암과정을 무사히 끝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무쓸모를 모색하거나 20여 년 간의 몸살을 한꺼번에 앓는 듯 하던 무기력증이 제자의 발병소식과 함께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마음을 비웠다면서 저는 잠들지도, 읽지도 못하는 겨울밤내내 7개의 목도리와 하나의 가방, 그리고 상의 두 개, 뜨개질을 완성하며 보냈습니다.
한 번도 배워 본 적 없는 뜨개질을 소일 삼는 저를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실수 할 때 마다 뜨개를 다시 풀며 매사, 기초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 됐습니다.
마치 초침이 멈춘 듯 하던 그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며 제가 외웠던 주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무쓸모에 대한 죄책감 갖지 않고 그저 살아 있음을 바라보기.
칠흙 같은 어둠 뒤에는 반드시 여명이 온다는 순리를 기다리기.
그 주문을 외우는 동안, 어쨌거나 무쓸모를 도모하던 시간이 이윽고 물 잔처럼 찰랑이게 되니
다시 헤어나지 못할 거 같던 수렁에서 정말 천천히 수면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어차피 하기로 결정 한 일, 어떻게든 해내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20여 년을 자신이 선택한 배역을 해 내왔다’ 「이상한 변호사」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해내 K드라마를 빛낸 박은빈 배우가 유 퀴즈 인터뷰 중, 한 말입니다.
어떻게든 해내려 하니 그 캐릭터를 연구하고 어떻게든 잘 해내어 탁월한 결과를 내게 된 것이지요.
2022년이 그러했듯, 더 어두운 2023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지만 우리는 결국 살아가는 일을 해내게 되고야 말 것입니다. 잘 해내서 2024년의 첫 편지를 제가 다시 독자 여러분께 드리게 될 것처럼 말입니다.
올 한해 저희 연구원, 제가 푯대로 삼는 표제는 채근담 수성편에 실린 글입니다.
士人有百折不回之眞心 纔有萬變不窮之妙用.
(사인유백절불회지진심 재유만변불궁지묘용)
선비는 백절불굴의 진실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비로소 만 가지로 변한다 해도 다함이 없을 오묘한 쓰임이 있다.
무쓰임의 시간을 애써 보내려던 제게 다가온 ‘다함이 없을 오묘한 쓰임’ 이 구절은 인간의 무용함이 결국 죽은 시간에 불과하다는 걸 제가 다시금 새기게 된 까닭이었겠지요.
‘백 번 꺾여도 굽히지 않는 진심’ 은 어떤 상황에 놓여도 우리를 단단히 세우는 기둥 같은 구절입니다.
제자가 발병 후 치료의 시간을 정성껏, 부단히 견디었듯 다시 옷매무새를 정갈하게 여미고,
우리 연구원에서 만나는 인연에 늘 그러했듯 진심을 쏟아 부으며 올 한해도 살아보겠습니다.
부단함을 지나 날개를 활짝 펼친 공작새처럼 언제나의 제 신념처럼 무던히, 부단하게. 그리하여 상황이 만 번을 변하여도
굽히지 않는 마음을 다져 보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 분들 중 지금 몹시 힘든 가운데 계시다면 손을 맞잡고 함께, 올해도 늘 무던하게, 지치지 않도록 조금만 부단히 걸어 보시지요.
공부 하는 이들은 늘 연결 되어 있어 어디서든 만나지고, 연대 할 수 있다는 믿음도 돌아보니 늘 진심(眞心) 이 되기에 말입니다.
새해, 계묘년. 모쪼록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늘 평화와 성장의 은총이 머무시길, 마음을 다해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정예서 uebermensch3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