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한 자루의 촛불] 친목회 운영

김관식

학교에서 교사들이 업무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동료 간에 두터운 정을 쌓는 행사가 친목회 행사이다. 옛날에는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학교마다 친목체육행사를 했었다. 

 

주로 남교사가 많은 학교에서는 친목 배구를, 그리고 학교 여건에 따라 탁구, 족구, 농구, 발야구 등의 경기를 하거나 윷놀이나 바둑, 장기, 오락게임 등으로 교직원 간의 화기애애한 친목 분위기를 조성하고 끈끈한 정을 이어가곤 했다. 그리고는 뒤풀이로 막걸리 한 잔을 나누어 마시며 서로 간의 교육애로 사항을 하소연하기도 하고 선배 교사에게 조언을 듣기도하였다. 

 

이러한 뒤풀이가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과음으로 인한 추태나 상대방과의 의견충돌로 불목이 되기도 하고 남녀교사가 눈에 맞아 연정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으며, 여교사의 술시중 시비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진풍경의 문화가 그리워지는 것은 웬일일까.

 

시대가 변하여 어느 때부터 선가 그러한 문화가 교단에서 사라졌다. 그 까닭은 컴퓨터와 자동차문화 등 사회 전반의 문화가 바뀐 탓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교류가 없어지고 사람과 기계와의 1:1 교류로 소통방식이 변화한 것이다. 따라서 한 직장에 같이 근무해도 얼굴 보기가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은 컴퓨터로 전달하고 주고받으니 굳이 만날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게 되었다.  

 

대규모 학교에서는 동학년 단위로 움직이고 다른 학년 교사와 학교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동료 교사인지 학부모인지 서로 몰라 저지른 해프닝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 관리자는 직원들의 이름을 몰라 실수를 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반의 흐름이기도 하다. 서로의 만남이 필요할 때 만나는 기능적으로 만나고 모든 것이 컴퓨터 통신이나 핸드폰으로 전화 연락으로 목소리만 소통하고 끝난다. 따라서 자신의 실존이 가상세계 속에 있는 기계속의 인간으로 자신의 존재성조차도 현실인지 꿈인지 착각할 정도로 인식이 불투명해지게 되었다. 가족관계에서도 그렇다. 모두가 텔레비전 문화에 빠져 가족 간의 대화시간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텔레비전이 차지해버렸다.

 

따라서 인간이 만들어낸 텔레비전, 컴퓨터에 의존하여 소통을 주고받는 인간 존재성이 퇴색되어 버린 시대가 되었다. 그들에게 인간의 고유권한인 생각하고 말하고 따뜻한 인정을 빼앗겨버렸다.

 

어쩌다 친한 친구를 만나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할라치면 승용차를 끌고 왔기 때문에 정주조차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자동차에게 구속을 받아 어쩔 수 없게 된 것이다. 옛날에는 친구와 거나하게 약주를 마시는데 걸림돌이 유부남의 경우 아내의 구속을 받았으나 이제 그 자리에 자동차가 구속의 걸림돌로 마음대로 친구와 약주 한잔을 나눌 수 없는 세태이고 보니 인간의 가치가 규칙적이고 인정사정이 없는 기계의 노예가 되어 윤리 도덕적인 양심의 판단기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대중매체, 전자기구, 스마트폰 등을 구입하거나 운영하는데 필요한 물질을 추구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것이 곧바로 경제활동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얻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육체적인 노동으로 돈을 모으는 것보다는 육체의 노동을 적게 하고 두뇌 회전을 시켜 주식투자, 외환투자, 부동산투자 등등 재테크에 빠져있다. 

 

이러한 돈벌이 수단은 땀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판단력과 최신의 정보를 기초로 누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돈을 많이 벌게 되는 사행심과 투기심이 가상현실의 경제활동이다. 그리고 화폐가 신용카드로 보이지 않는 화폐로 거래가 성립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실체를 보지 못한 가상의 숫자놀음으로 시작된다. 

 

자기만의 비밀을 보장하는 암호와 숫자로 통용되는 물질과 경제활동이다 보니 거기에는 인간적인 정이 없으니 삭막해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물질을 취득하기 위해 남보다 머리를 잘 굴려야 하고 법망을 피해 가며 재빨리 움직여야 살아남기 때문에 인간의 폭력성은 더욱 잔인해져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서 교육현장은 인간의 교류를 가르치는 인성교육 현장이기 때문에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어야 교육은 성공한 셈이다. 오늘날 어린이들은 참으로 불쌍하다. 부모들이 직장에 나가고 방과 후 시간을 메우고 남과 경쟁하여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능을 습득해야 하므로 여러 학원을 전전하다 보면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시간도 없이 바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현실이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끼리 마주치는 시간이 가장 많은 곳은 학교뿐이다. 학교는 참으로 어린이가 인간적인 교류와 정을 쌓아가는 유일한 창구인데 여기에서 교사들이 직업적인 지식 가르침만으로 끝난다면 어린이들이 인성을 학습할 기회가 없진 셈이다. 이래저래 교사들에게 과중한 업무만 늘어나고 옛날처럼 대접이 아니라 천대를 받는 교사 수난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생활지도를 잘해보려고 학생을 훈육하면 교원평가에 반영되어 무능 교사로 낙인이 찍혀지게 되니 누가 의욕적으로 일하겠는가? 그나마 교육자적인 양심으로 열심히 지도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것이 아니라 학교 일을 많이 한 사람, 즉 공문서 몇 자 더 쓰고 관리자 측근에 서서 부장 자리 감투 쓰고 동료 교사들 짓밟아야 교원평가에서 높은 등급 받아 돈을 많이 벌게 되니 공부 열심히 가르치고 학습지도가 잘하는 전문직 소양 갖추기 보다는 관리자 심부름꾼 역할을 충실히 잘하면 유능교사가 되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나이 먹은 교사는 무능력 교사로 치부해버려 젊은 교사들이 나이 먹은 교사를 짓밟고 있는 교육현장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 어느 날 나이 먹은 교사를 짓밟았던 교사도 얼마 후 나이 먹으면 그 꼴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단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불쌍한 교사들을 억압하고 밖으로 억지 실적을 많이 내놓는 관리자가 유능한 관리자가 된다. 유능한 관리자 밑에 있는 학교의 교사들은 그만큼 자기 권리를 포기하거나 아노미현상으로 방치하면서 자유를 속박받고 살아야 생존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무능교사, 문제 교사, 전교조 성향 불순한 교사로 내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인간의 정을 말살하고 물질적인 가치관, 확고한 교육철학이나 신념이나 교육자적인 양심을 저버리고 윗사람 무조건 복종주의 가치관, 출세만능주의 가치관을 지닌 사람만이 유능한 교사로 대접받지는 않는지 다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인간미를 나누고 서로 소통을 이루려면 바로 친목행사를 많이 하고 친목 행사만큼은 관리자가 관여하지 않고 그들이 스트레스를 풀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관리자의 리더십이다. 옛날 우리나라 조선시대 유교 질서의 신분사회에서도 광대들이 가면을 쓰고 양반들의 행동을 꼬집고 조롱하며 자신들의 응어리를 푸는 기회를 주어서 권력의 체제를 유지하였다. 

 

친목계의 운영까지도 간섭하고 관리자 자신이 유리할 때로 하는 독재주의 사고에 젖은 관리체제로 운영되는 친목회가 있다면 그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한 친목행사는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불목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관리자를 위한 친목회 운영인지 모두가 평등하게 운영되는, 진실로 인화 단결의 취지에 맞는 친목회 본질적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볼 때이다. 

 

지금도 관리자에게 명절 떡값을 주는 친목회가 있다면 그 친목회는 존재가치가 없다. 오히려 떡값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운영자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자격의 친목회원인데 특정인에게 특혜조항으로 혜택을 주어야 할 명분이 없다. 이것은 바로 독재 시대에 했던 습성대로 판단력 없이 실천하는 그릇된 관행이다. 

 

독재적 관행이 습성화되어 그것을 바꾸면 큰일 난다는 고루한 고정관념이 그 교사들의 생활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친목회 업무를 통해 관리자에게 잘 보여 출세하려는 야비한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에 그 관행을 답습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교육현장이 비민주적인 관례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풍토로 거듭나야 이 사회가 바로 선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작성 2023.01.23 07:52 수정 2023.01.23 09:0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