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사랑하기와 자기를 극복하기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운명은 극복하는 자의 것입니다. 극복하는 자가 운명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한계에 도달하면 굴복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굴복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운명을 끌어안을 뿐입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아모르 파티’가 의미 있는 말이 됩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그 말이 초인의 말입니다. 나의 유언이 되길 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직 한계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아무데서나 굴복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비겁한 것이거나 게으른 것입니다. 운명은 인식의 대상입니다. 한계를 넘어서는 자에게 운명은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운명을 알면 힘이 납니다. ‘아는 게 힘’이라는 경험론적 주장도, 지천명이라는 공자의 유교적 발언도 이쯤 되면 귓구멍을 두드리게 될 것입니다.


끊임없이 극복하는 자를 두고 니체는 초인이라 말합니다. 또 그는 춤을 출 줄 아는 자를 신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나는 춤을 출 줄 아는 신만을 믿으리라.” 이것이 바로 니체의 진실한 신앙고백입니다. 춤의 신으로는 힌두교의 시바가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파괴의 신이기도 합니다. 춤을 추려면 모든 식이란 식은 다 파괴해야 합니다. 격식, 공식, 방식, 양식, 예식, 정식, 형식 등, 모든 식은 파괴의 대상이 됩니다. 파괴 없이 춤을 출 수는 없습니다.


극복은 자기를 버릴 줄 아는 지혜에 의해 실현됩니다. 춤도 추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짓밟고서 춤도 출 줄 아는 존재로 거듭나는 자가 신입니다. ‘신을 보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말을 니체는 일찍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1882년에 즐거운 학문을 쓸 당시에 이미 그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제목으로 시를 한 편을 써놓았습니다.


“그래, 난 내가 누군지 잘 알지 / 불꽃처럼 이글대며 / 끝도 없이 나를 처먹지 / 내가 만지는 건 모두 빛이 되고 / 내가 버리는 건 모두 숯이 되니 / 난 불꽃이 틀림없지.”


나는 이 시를 늘 소처럼 되새김질 합니다. 전문을 벌써 노트에 몇 번이나 반복해서 적었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시의 형식에 걸맞게, 시적 표현으로 바꿔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줬습니다. 지금 번역한 이것도 며칠 후 다시 읽게 되면 또 무엇인가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니체의 생철학적 이념은 하나뿐입니다. 그것은 자기라 불리는 혼자가 된 고독한 사람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으로 그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가능성, 즉 사람의 삶을 주목합니다. 그는 비극의 탄생에서 “내가 아무것도 희망할 수 없는 곳, 모든 것이 너무나 명백하게 종말을 가리키는 곳에서 희망을 걸었다”고 말했습니다. 희망이야말로 절망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살아남게 하는 무기, 즉 삶을 위해 사람에게 주어진 최고의 무기입니다.


또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란 자서전에서 “나의 인간애는 끊임없는 자기 극복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극복은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사랑으로 극복하는 인간이 초인입니다. 그는 자기를 희생시키며 불꽃이 되는 존재입니다.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그는 자기를 남김없이 다 불태웁니다. 뜨거운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은 타는 목마름을 느꼈을 것입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라는 철학적 인물을 통해 남겨 놓은 말입니다. “보라, 나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존재다. / 물론 너희는 그것을 불러 생식을 향한 의지 또는 목적, 보다 높은 것, 보다 먼 것, 보다 다양한 것을 향한 충동이라 부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요 동일한 비밀이다. / 이 하나를 단념하느니 나는 차라리 몰락하겠다. 진정, 몰락이 일어나고 낙엽이 지는 곳에서 생명은 자신을 제물로 바치니. 힘을 확보하기 위해!” 극복하는 존재는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칠 줄 아는 지혜로운 존재입니다. 자기를 희생 제물로 바치지만, 그 제전을 통해 자기를 다시 획득하는 수수께끼 같은 비밀로 충만해 있을 뿐입니다.


작성 2023.01.25 08:20 수정 2023.01.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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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