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노중평
유투브를 보다가, “대통령과 나는 두 사람 다 신기가 있어 결혼했어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내 패이스북에 올리고, 며칠 후에 다시 찾으니, 그 동영상을 누가 내렸는지 보이지 않아서, 할수 없이 그 제목에 의지하여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대한민국 역사 70년 사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이 신기가 있다고 영부인이 직접 말한 분은 김건희 여사가 처음으로 생각된다. 나는 영부인의 솔직한 언급에 찬사를 보낸다. 내가 고대사를 자주 인용한 『무교(巫敎)』라는 제목의 책을 썼고, 『역경(易經)』의 사(辭)를 고대 역사로 번역하고 해설하여, “중국이 숨기려 한 우리 역사 주역에서 찾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어, 이 나라에 사는 우리 고대 역사와 전통에 무식하고 몰상식한 사람들을 위하여, 무교와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고대 역사에 들어가면, 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을 신인(神人)이라고 호칭한다. 이 말은 단군왕검이 신의 탈을 쓴 인간이라는 뜻이 아니라, 신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당시에는 왕검이 천제(天祭)를 지내는데, 제관에게 신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여서 신인이라고 호칭했다. 나는 윤 대통령에게 신기가 있다면, 나라의 제관이 되어, 이 나라를 위하여 제사를 지낸다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40년 책을 쓰며 살아오며 경험한 것을 돌아보면, 인생이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책은, 기독교 인에게 성경이 남고, 불자에게는 불경이 남고, 나처럼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주역 역경』이 남게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주역역경』은 괘와 효사 부분을 『주역』이라 하고, 사(辭) 부분을 『역경』이라고 한다. 나는 『역경』은 3권 분량의 역사책으로 (물론 오역이 많겠지만) 우리 조상의 고대 역사로 번역하고 해설했는데, 『주역』 부분은 해설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요즈음은 내 인생이 다하기 전에, 이 일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해설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주역』의 괘는 효 6개짜리 대성괘(大成卦) 1개와 효 3개짜리 소성괘(小成卦) 2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효들이 태양의 공전주기公轉週期)에 맞추어져 있고, 인생 일생의 생존주기(生存週期)와도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인간의 운명과 인간의 생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저음 접하는 사람은 재미없고 어렵고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한두 장을 읽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누구인가 자기가 타고난 팔자가 이 책을 읽을 팔자가 되지 않는다면, 그가 이 책의 한두 장을 읽었을 때, 아예 이 책이 일찌감치 그의 접근을 차단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을 읽도록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
요즈음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이 시대를 『주역』에서 보면, 인생 100세 시대가 아니라, 120세 시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세상에 태어나서 60세까지 전반의 생을 대성괘의 삶을 살고, 후반은 절반으로 나누어서 61세부터 80세까지 후반의 전반을 소성괘의 삶을 살고, 후반의 마지막 부분을 후반의 후반을 소성괘의 삶을 살도록 되어 있다.
사람이 생을 살면서 대성괘의 삶을 살 때는 신기(神氣)가 필요없지만, 후반기의 삶을 살 때는 신기를 따라 살아가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그때 자기가 하는 일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사신의 신기가 선택한 일을 자기가 하게 되는 것이다. 신기가 해주는 중요한 일은 남이 볼 수 없는 것,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는 혜안(慧眼)이다. 요즈음 기끔 역점을 치는데, 역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말은 역은 나이에 따라서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 다른데, 대성괘의 부분만 보고 소성괘의 부분을 보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백악관 곁에 싱크 탱크를 두고 있다. 그 안에서 많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연구하여 국가 정책에 반영한다. 전쟁 예측, 인플레와 디플레, 자연재해, 등등 연구하고 결정하고 대비해야 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을 박사들에게 맡겨서 연구하다가 몇 달이 지나가면, 당시에 닥쳤던 현상은 실기하여 적기를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내놓은 대책이 틀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좌파 정부 시절에 부동산 정책이 언제나 뒷북을 쳤고,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 주었다. 지금은 조선족들이 이 나라의 부동산을 마라푼다처럼 먹어가고 있다. 좌파 정부는 100년 전의 이념의 노예가 되어, 재벌을 적폐로 모는 바람에, 나라의 경제가 곤두박질쳤다. 이런 경우는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들에게 신기가 없어서 생긴 일들이다. 무슨 이유인지 그런 너절한 걸레 같은 좌파 생각들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인생들이 이 나라엔 너무나 많다.
요즈음은 초 스피드로 사는 시대인데, 박사들리 몇 달을 연구해 보았자, 신기가 없어서 실기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런 때 신기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에 국제행사를 야외에서 하려고 날을 받아놓았는데, 이때 1주일 내내 비가 오거나, 태풍이 갑자기 불어 닥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땐 도리 없이 신기에 의존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북한에서 드론을 날려 보내도 조야(朝野)가 다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왜 그럴까? 이순신 장군과 같은 혜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를 읽어 보라. 신기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신기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신기를 가졌다고 솔직하게 말한 대통령 내외 2분을 미신을 믿는 하등 인생이라고 폄하하고 음해하는 모략중상(謀略中傷)은 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다. 이롭다는 말은 『역경』에서 수도 없이 하는 말이다.
1905년 노일전쟁(露日戰爭) 때, 일본해군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大将)는 자기 조상의 원수인 이순신 장군을 군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고,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을 정자진(丁字陣)으로 바꾸어,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공격하여 거의 전멸시켰다. 신기에는 이런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