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한 말 있다면
일곱 낮과 밤 지나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카리마가 찾아와
마실 것과 먹을 것들을
아무 말 없이 놓고 갔다.
얼마 후 카리마를 따라
아홉 제자들이 나타났다.
알무스타파 반갑게 맞아
카리마가 차려 논 음식
다 같이 즐겁게 먹었다.
저녁을 다 먹고 난 다음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나의 다정한 벗님들이여
이제 우리 헤어져야겠네.
우리 사나운 바다 건너
세찬 비바람을 맞아가며
여러 가지 어려움도 같이
여러 가지 즐거움도 함께
우리 나누지 않았었는가.
나의 다정한 벗님들이여
이제 헤어질 때 되었고
나는 나의 길 가야 하네.
부디 벗님들 안녕하시게.
그러나 헤어지기에 앞서
벗님들에게 내가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 있다네.
벗님들 모두 각자대로의
제 길 찾아갈 것이로되
제 노래 부를 것이로되
노래마다 짧게 하시게.
입술에서 일찍 숨지는
노래라야 듣는 사람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지.
아름다운 진실은 말하되
아름다운 노래는 부르되
그렇지 않다면 입 다물고
험담에는 귀머거리 되게.
다정한 나의 벗님들이여
자네들이 가는 길에 혹
발굽 가진 이 만나거든
자네들의 날개 달아주게.
다정한 나의 벗님들이여
자네들이 가는 길에 혹
뿔 달린 사람 만나거든
그에게 월계관 씌워주게.
다정한 나의 벗님들이여
자네들이 가는 길에 혹
발톱 사나운 이 있거든
자네들의 꽃잎 달아주게.
다정한 나의 벗님들이여
자네들이 가는 길에 혹
거짓말 하는 이 만나거든
그에게 꿀을 먹여 주게.
다정한 나의 벗님들이여
이 밖에도 여러 사람들을
자네들 만나보게 되겠지.
목발을 파는 절름발이와
거울을 파는 눈 먼 장님
또 사원 앞에서 구걸하는
부자를 만나보게 되겠지.
그 가운데서 부자거지를
가장 불쌍하게 여기게나.
다정한 나의 벗님들이여
사자들과 토끼들이 함께
이리떼와 양떼가 더불어
같이 노는 놀이터 되게.
자네들의 스승으로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면
난 주기보다 받을 것을
버리지 말고 채울 것을
노예로서가 아닌 벗으로
그 어떤 욕망 욕구라도
억제 말고 충족시키라고
입술에 미소를 띄우면서
자네들의 깨우침을 받은
선생제자로 기억해주게.
잠잠히 고요히 있기보다
너무 크지 않은 소리로
다 함께 같이 출렁이는
저 바다의 물방울들처럼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서
우리도 춤추듯 노래하세.
이렇게 말을 마친 다음
알무스타파 뜰로 나가자
제자들 그 뒤를 따랐다.
알무스타파에게 다가 와서
카리마가 애틋하게 말하기를
내일 길을 떠나가시는데
뭐 드실 것 좀 준비할게요.
이렇게 말하는 카리마를
애타는 눈길로 바라보며
알무스타파 대답하기를
나의 누이 내 님이시여
준비 아니 해도 좋아요.
내일 먹고 마실 것들이
어제와 오늘처럼 언제나
다 마련되어 있으니까요.
나 이제 떠나간다 해도
못 다 한 말 남아 있다면
내 몸과 마음 흩어진대도
그 말이 날 반드시 다시
걷어 모아 줄 때가 되면
새롭게 태어난 숨소리로
그대들 앞에 나타나서는
못 다 한 말 할 것이네.
나 이제 사라진다 해도
그 동안 보여주지 못한
아름다운 진실이 있다면
그 진실이 나를 또 다시
찾아줄 것이고 그때 나
새로이 빚어진 모습으로
그대들 앞에 다시 나타나
진실을 밝히게 되겠지요.
아름답고 참된 진실이란
언제고 드러나 보이지요.
나 죽음 너머 영생하리.
몸 떠난 내 넋이 있어
안개로 돌아가 떠돌면서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로
그대들 가슴 속에 살아
그대들 밥상에도 앉고
그대들과 같이 거닐면서
그대들과 함께 노래하리.
죽음이란 우리들이 쓰는
우리 얼굴 탈바꿈이리.
땅에서 노래하던 사람
살아도 죽어도 가수로
바다 속과 하늘에서도
어디에서나 노래하리.
제자들 모두 하나같이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알무스타파 떠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고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치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 잎 하나 날아가듯
알무스타파 멀리 떠났다.
엷은 한 줄기 빛살같이.
그는 하늘로 사라졌다.
그러자 아홉 제자 모두
뿔뿔이 제 갈 길 가고
카리마만 남아있었다.
저 멀리 한 줄기 빛이
어둠 속으로 없어짐을
꼼짝 않고 지켜보면서
카리마 가슴 속 깊숙이
스미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참을 수 없도록
사무치는 그리움에서
알무스타파 남기고 간
말들을 곰곰이 새겼다.
나 이제 떠나간다 해도
그대에게 못 다 한 말
남아있다면 그 말이 꼭
날 걷어 모아 줄 테고
나 그대에게 돌아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