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북미 양국은 2차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합의를 내놓지 못했다. 이미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 외에 +α(알파)를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민수부문과 관련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결국 두 나라는 자신들의 요구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 조율에 실패를 하고 말았다.
비핵화까지 가는 과정은 긴 로드맵이 필요하다. 북미 양국은 그동안 일괄타결과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단계적 해법으로 양국의 이해가 모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많은 이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걸었던 이유다. 그런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랐다. 실무협상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α(알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사실상 회담의 결렬을 바란 의도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와 북한에 대한 신뢰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개인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에 관한 충격적인 증언을 쏟아냈다. 가뜩이나 코너에 몰린 트럼프로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전개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선비핵화를 요구하며 북미협상을 폄하하려는 주류세력의 공격에 트럼프는 이른 바 노딜(no-deal)을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미국은 영변핵시설 폐기라는 약속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신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9.19공동성명 당시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불능화 조치를 약속했으나 6자회담 결렬 후 신속하게 재가동에 들어간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뢰부족의 문제가 회담 결렬의 하나의 이유가 됐을 수도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이 비핵화 로드맵 완성 후 단계별 이행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핵관련 프로그램과 물질, 시설과 무기의 동시 폐기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2차 정상회담 후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영변핵시설의 완전한 폐기 조치는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를 통한 공동의 검증과 작업을 약속했다. 또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의 영구적 중지를 약속하는 문서도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α(알파)를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를 두고 강도적인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움직임을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움직임에 경고의 뜻을 보냈다. 그러자 이번엔 북한의 최선희 부상이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맞섰다. 이 때문에 다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전의 강대 강 정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북미 두 나라 모두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실패한 회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양국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은 최대한 자제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한 번 시위를 떠난 화살은 멈춰 세울 수 없다. 그 결과는 무력충돌이다. 이를 막기 위한 최선의 카드는 남북관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로서 북미대화의 재개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필요하다면 대북특사 파견도 검토해야 한다. 북미관계에 대한 개입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는 북미관계에 대한 개입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장금석 상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