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아의 산티아고 순례기] 걷는 것의 단순함

이수아

순례여행에서 나의 첫 번째 기록이다. 기록자가 되는 것은 처음 접하는 일이라 상당히 힘든 작업이다. 이제 3일째인데 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걷는 것 밖에 없었다. 

 

걷는 것이 비록 단순한 일이지만, 내 발과 몸을 보호하는 것부터 지도 보는 법과 위치 찾기 등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고 생각해야 할 것들도 많다. 

 

나는 고든을 보내고 나서 정말 엄청나게 바쁘게 지냈다. 정신없는 업무 스케줄은 사람을 녹초가 되게 했다. 게다가 계속된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은 바쁜 일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색하고 갑작스런 홍역을 한바탕 치르고 나니 이제 강력 드라이브는 오히려 아주 정상적인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지난 10월에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나서 순례는 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다. 그것은 결국 내 인생에 있어서 지난 이삼 년 동안 일어났던 엄청난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허락했다. 마치 글자 그대로 내게 심원한 사랑과 생에 대한 ‘지름길’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난 지금 팜플로나에 있는 숙소 방안 제일 꼭대기 칸 침대에서 오른발을 벽에 걸치고 침낭 속에 누워 있다. 친구 로젠나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퉁퉁 부어오른 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맨 처음 발의 불편함이 느껴졌을 때 콤패드 실리콘으로 만든 일회용 반창고를 사용하여 지금까지는 발에 물집은 생기지 않았다. 나는 지금 그걸 다섯 개나 발랐다. 신기하게 통증도 없어지고 편안하다. 이미 두 개는 써서 버리고 다시 채워 넣었다. 콤패드가 없던 시절의 하이킹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사람의 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걷기는 내게 놀라운 경험이다. 무엇보다도 복숭아뼈가 많이 부어오르고 종지뼈가 깨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하나하나 무게를 달아가며 챙겨 넣었던 물건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내 침상 아래에 있는 미국 여인 펄은 엉덩이 근육이 늘어나 벌써 숙소에 붙어있는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갖고 있던 코데인 함량이 높은 진통제 파라세타몰을 반 이상을 주어버렸다. 이 모두가 짐을 가볍게 하는데 도움이 됐다.

 

내 순례의 기록은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안다. 나는 잠시 멈추고 밖으로 나가 팜팔로냐 거리의 식당가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재충전하며 이 멀고 험한 순례가 순조롭게 잘 마치길 바랐다. 이것이 여행 중 나의 첫 기록이며 노트북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록을 하면서 순례의 끝에 도달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순례의 순간들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순간들이 나를 붙잡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

 

작성 2023.02.10 11:49 수정 2023.02.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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