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로 태어나리
저녁노을 언덕에 올라서
짙은 안개 속에 휩싸이자
저 아래 세상으로부터는
가려 보이지 아니하는
구름바위 구름나무숲에서
알무스타파 외쳐 가로되
오 내 누이 하얀 안개여
아직 모두어지지 않은 숨
입 밖에 나오지 않은 말
당신에게 나 돌아옵니다.
오 내 누이 하얀 안개여
날개 돋친 하늘 숨결이여
우리 이제 같이 있어요.
다음 세상에 우리 새로
태어날 그 날까지 함께.
아 정녕 그 날이 오면
당신은 그 어느 풀잎에
맺혀 반짝이는 이슬방울
나는 미지의 어떤 여인
따뜻한 품 속 갓난애로
우리 다시 태어나겠지요.
오 내 누이 하얀 안개여
당신의 가슴처럼 스스로
깊은 속 찾는 마음으로
당신의 욕망처럼 스스로
뛰놀 듯 하는 바람으로
당신의 생각처럼 스스로
떠도는 방랑의 꿈꾸면서
당신에게 나 돌아옵니다.
영원과 무한과 절대이신
우리 어버이의 첫 아이
오 나의 누이 하얀 안개
당신에게 나 아무 것도
갖고 오지는 못 했어요.
오 내 누이 하얀 안개여
당신이 나보고 뿌리라던
씨앗들 아직까지 그대로
내 두 손에 남아 있고요.
당신이 나보고 부르라던
노래들 아직까지 그대로
내 입술에 붙어 있으니
어떤 씨앗의 열매 하나
어떤 노래의 메아리조차
난 갖고 오지 못했어요.
내 손이 밤처럼 무겁고
내 입술 떼어지지 않아.
오 다정한 누이 안개여
나의 말 좀 들어보세요.
난 삶을 무척 사랑했고
사람들 날 사랑해줬죠.
세상 기쁨에 한껏 웃고
세상 슬픔에 울었었죠.
그렇지만 넘을 수 없는
커다란 간격 있었어요.
세상과 나 사이에서요.
죽음 모르는 영원한 안개
오 나의 사랑하는 누이여
나 이제 당신과 하나 되어
더 이상 내가 나 아니죠.
우리 사이 벽 다 무너져
모든 사슬이 다 풀렸어요.
그래서 이렇게 피어올라
나 또한 안개가 되었지요.
그러니 우리 함께 더불어
생명의 바다 위로 떠돌다
삶의 또 하루 맞게 되면
아 그날 그 새벽 아침에
당신은 그 어느 풀잎에
나는 어느 여인 품속에
우리 새로 태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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