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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박물관
삼봉리 푸줏간 갈빗살과 안창살 사이
왕버드나무 어깨와 귓불 사이
힐끔 눈에 띄는
순수빛 건물,
검게 그을린 햇살이
호수처럼 모이는
박물관
유기농
햇빛이 잘 여물고
구름은 싹을 잘 틔워
그래서 비도 적절히 오는
토양의
순수
유기농
아아
유기농
하늘은 건강하고
새들은 잘 날고
농민은 땀 잘 흘리고
아이들은 똥 잘 눈다
두루 두루 잘 모인
박물관
핏빛
유기농
[시작 노트]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유기농박물관이 있습니다. 왕버드나무 곱슬머리 속에 슬쩍 감춰진 박물관이죠. 새가 와서 똥을 싸도, 구름이 와서 오물을 뱉어도 아이가 와서 소리를 질러도 유기농이 되는 박물관, 하다못해 잡풀이나 돌멩이도 유기농, 나는 난다 유기봉, 우리들은 모두 유기농.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