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하버드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보수주의자 후지이 겐키는 『90%가 하류로 전락한다』라는 저서에서 “글로벌화에 의한” 일본 사회의 양극화 현상과 신 계급 사회의 도래를 예견하고, 한 사회 내에서의 경쟁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사람은 하류로 전락한다고 말한다. 향후 일본이 피해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경제가 축소되고 뛰어난 인재가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둘째, 관료가 민간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이 된다. 국채가 급락해 재정이 파탄난다. 셋째, 증세에만 의존한 재정 재건으로 개인 및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넷째, 글로벌화에 뒤처져 국제 정치에서도 수동적이 되고 발언권이 약화된다. 다섯째,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늘어난다. 대도시 근교 지역이 유령마을이 된다.
양극화 사회란 하류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회로 일본은 중류에서 하류로 거대한 이동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하류의 사고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하류사회』라는 저서를 집필한 미우라 아스시의 1971∼74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조사 연구에 의하면, 하류일수록 ‘자신다움을’ 중시한다. 하류일수록 ‘개성을 중시하는 가족’을 추구한다. 낮은 계층의 젊은이일수록 자기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자기가 남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다움을 중시하는 사람은 계급의식과 생활 만족도가 모두 낮다.
하류사회의 3종의 신기는 3P-퍼스널컴퓨터, 플레이스테이션, 페이저(pager, 속칭 삐삐)-이며, 페트병과 포테이토칩이 추가되기도 한다. 하류일수록 취미가 인터넷일 가능성이 높다(야외에서 활동하는, 즉 여행이나 스키가 취미인 사람은 상류로 갈수록 많다). 외식 음식 기행 등은 하류가 더 원한다(반면 요리가 취미인 경우는 상류가 많다). 하류는 쇼핑을 매우 좋아한다. 브랜드나 메이커에 집착한다(콘서트·프로 축구 경기 등)를 좋아한다. 하류일수록 자기 특유의 패션을 고집한다. 혼자일 때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하류일수록 높다(하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 상류는 공부보다 인간성 교육을 중시하는 ‘여유 교육’을 혐오한다.
이러한 조사 연구를 토대로 일본 사회 젊은이들이 변화된 사회구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 결과 현재의 생활은 붕괴될 것이고, 더욱 아래로 추락할 것이며, 브랜드 상품을 고집하고 더 이상 사드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할 때 하류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입시 경쟁에서 승리하여 고급 관료가 된 사람들은 능력이 아닌 세습이나 연공서열 시스템 속에서 자동적으로 승진한 기업 경영자들이 활보하는 시대로 지금의 엘리트는 진정한 엘리트가 아니라고 일본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는 일본 사회의 축소판처럼 모든 문화가 답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수의 계층이 하류로 전락하여 신 계급 사회와 양극화되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저자는 신 계급 사화·양극화 사회를 두 종류로 나누어 ‘밝은 계급 사회’와 ‘어두운 계급 사회’로 나누고 있다. ‘어두운 계급 사회’는 ‘세습적인 계급이 세상을 지배하고 누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지 않은 절망적 계급 사회’로 신분 상승이 불가능한 사회를 말하고, ‘밝은 계급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능력과 의욕이 있는 자기 출세할 수 있는, 희망으로 가득 찬 사회’ 격차사회, 능력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력이 한국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해왔으나 선진국에서는 학력 이데올로기에 너무 빠져있다. 학력이 아니라 실력주의가 우선 되어야 한다. 명문대나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불필요한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능력 없이 놀고 있는 한국사회, 박사라면 깎듯이 알아주는 학력 콤플렉스에서 우리 사회도 선진국처럼 깨어나야 한다.
실력사회로 실력이 있는 자가 정당한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학력 인플레이션과 학위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깨어나 진정한 실력자가 우대받는 ‘밝은 계급 사회’로 평등의식과 민주 의식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 학교 교육이 지극히 형식적인 학력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뿌리 깊은 관료의식이 자리 잡은 탓이다. 계층 간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줄이는 ‘밝은 계급 사회’ 지향으로 실력사회가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유명한 맛집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주방장의 음식 솜씨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주방장의 학력은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간판이 멋있는 집, 유명 브랜드 음식을 파는 집을 찾아서 맛없는 음식을 먹으며 거드름을 피운다고 음식 맛이 되살아나오는 것은 아니다. 숨어있는 실력, 음식 요리를 잘하는 음식점, 구두나 옷 수선을 잘하는 수선 전문가, 병을 잘 치료하는 명의는 명문대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에 실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고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 실력을 가로채서 명품 브랜드로 상표를 붙여 팔아먹는 실력은 없으면서 남의 수고를 가로채는 교활한 사람은 바로 학벌사회가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열심히 일하고 자기의 능력을 인정받는 ‘밝은 계급 사회’가 되어야 자기가 일하는 데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며 각 분야에서 우수한 기량을 기르기 위해 모두 열심히 노력할 것이 아니겠는가? 글로벌 시대의 간판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를 찾는 일은 스스로가 하류로 전락하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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