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에 있는 기독교 순례길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El Camino de Santiago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영혼의 순례길이다. 문화유산에는 예수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어간 순례길과 그 주변의 성당, 교회, 병원, 다리 등을 포함하여 역사적 중요성을 띤 건축 유산도 포함되었다. 이 순례길은 9세기의 성인 야고보(St. James)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도보여행길이다.
요즘 이 길이 치유의 길로 소문이 나서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도 찾고 있다. 특히 각종 스트레스로 행복지수가 낮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가는 힐링여행 코스 중 하나가 되었다. 코스는 대략 4 개가 있지만 가장 대중적이고 소문난 길은 프랑스의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여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속칭 프랑스길이다.
이 길은 약 800km에 이르는 도보여행길로 수많은 순례자들이 조개껍질을 매달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간 고난의 길이다. 산티아고(Santiago)는 그리스도 제자 야곱을 칭하는 스페인식 이름이며, 영어로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라고 한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성스로운 도시로 선포한 바 있으며 1987년 파울루 코엘류의 <순례자>가 출간된 이후 이 길은 더욱 유명해졌다.
사람들은 왜 이 길에 열광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스페인 북부지방의 빼어난 풍광도 한몫하지만 오랜 역사와 문화적 전통, 정열의 나라 스페인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순례길 위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각박한 삶에 찌든 우리 자신들의 본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이 살아있는 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울 근교의 청계산이나 북한산을 오르면서도 히말라야 등반대 수준의 옷과 장비를 갖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치나 허영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릴 적부터 받은 획일적 교육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니폼을 입고 같은 모자를 쓰고 비슷한 지팡이를 짚어야 안도하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런 심리의 근저에는 일본식 교복을 입고 사지선다형 교육을 받은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면 이런 허세나 획일은 필요 없다. 영혼의 짐을 내려놓는 대자유의 길 위에서는 어떤 염치나 구속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자기 편한 대로 하고 가면 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이 더 매력적인 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하지만 그곳의 날씨가 워낙 변덕스럽고 머나먼 길을 오로지 두 다리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출발 전에 꼼꼼하게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돈이 양반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세상이라 아무리 좋은 여행지가 있다고 해도 최소한의 경비는 있어야 그곳에 갈 수 있다. 넉넉한 사람들이야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약 1년 전부터 준비를 하는 사람은 당장 한 달 후 성수기에 가는 사람보다 경비를 반으로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전 구간 완주를 하려면 방학을 이용하거나 약 한 달 정도 휴가를 내든지 생업을 제쳐놓고 가야 하므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필요한 여행 준비물도 차분히 챙기기 위해서는 출발 1년 전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하루에 걷는 거리가 달라서 30-35일 정도의 코스로 보면 되는데, 숙박은 알베르게(albergue) 라는 숙소를 이용한다. 여기서 숙박하려면 '크레덴시알'이라는 여권과 비슷한 순례자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알베르게는 공립도 있고 사립도 있으며 공립이 5유로 정도이고 사립은 알베르게 마다 다르지만 공립에 비해 조금 더 비싸다.
식사는 알베르게에서 각자가 요리를 해 먹는 경우가 많고 취향에 따라 인근의 로컬 식당에서 사 먹는 경우도 있다. 중간중간 바Bar나 커피숍에 들러 쉬면서 와인이나 맥주도 한 잔 하려면 추가 비용이 든다. 하루에 약 20 킬로미터를 걷는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할 경우 하루에 약 20-25 유로가 든다. 30일을 걷는다고 하면 넉넉잡아 750유로가 된다. 공항에서 출발지까지 이동 교통비나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비비를 생각할 경우 항공료 외에 1,000 유로는 있어야 할 것 같다.
한달 이상 걸어가는데 드는 비용은 대충 항공료 100만 원을 포함해서 최소 250만 원에서 3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패키지여행의 반값도 안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것은 여행 경험이 많고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젊은 학생들이나 여행 전문가의 경우다. 운이 좋아서 왕복에 50만 원도 안 하는 싼 저가항공권을 구하면 여행 경비를 더 줄일 수 있다.
<준비물>
필수적인 준비물 말고는 과감하게 무게를 줄여야 한다. 여권, 현금, 신용카드, 등산 셔츠 및 바지 반팔과 긴팔, 재킷, 바람막이 옷, 모자, 장갑, 등산 양말, 팬티, 침낭, 베낭, 베낭 카바, 등산화 (평소에 신던 편안한 것), 샌들, 랜턴, 수통, 비닐봉지, 등산 스틱, 실과 바늘, 진통제 소화제 해열제 등 상비약, 일회용 반창고, 바셀린, 선크림, 빨래집게 3개, 베개커버, 스위스 칼, 세면도구 일체, 선글라스, 땀수건, 타월, 빨래용 가루비누 약간, 면도기, 손톱깎이, 간단한 안내 책자 등이다.
계절에 따라 아주 덥기도 하고 아주 추운 경우도 있어 잘 맞추어 준비를 해야 한다.
여행은 길을 잃고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리움으로 출발하는 설렘이다. 그 그리운 풍경이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