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23년 3월 5일 밤 10시 Google online
진행 및 기록 정리: 박수영
[참여자]
유하영: Electro Acoustic Artist @__youngha__
하병훈: 가야금 연주자 METALISM 멤버 @by_hooony
김지은: 행복한 해금왕, 해금 연주자 @bello_jieun
김유리: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브라질 음악, 아랍 음악, 다국적 민속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 중인 공연 기획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 @yurikim.violin
박수영: 다원예술가 @gong_won01
유하영(이하 하영) : 안녕하세요. 저는 소리와 소리의 합성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일렉트로 어쿠스틱을 하는 유하영입니다.
김지은(이하 지은) : 안녕하세요 해금을 연주하는 김지은입니다.
김유리 (이하 유리) : 안녕하세요. 저는 클래식 음악 전공해서 그걸 기반으로 하는데요. 현재는 브라질음악이나 아랍음악 그리고 여러 나라 민속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활동하고 공연기획도 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입니다.
하병훈(이하 병훈): 안녕하세요. 이번 팀에 청일점이자 가야금 전공하고 있는 하병훈입니다.
박수영(이하 수영): 모두 반갑습니다. 다원예술가 공원으로 활동하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박수영입니다. 이렇게 다들 공연 이후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서울 돈화문 국악당에서 열린 2023 한국 즉흥 음악 축제 프린지 공연에 참여한 팀으로 총 4회 의 워크샵과 특강 리허설을 통해 다양한 예술적 장르를 가진 20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2023년 2월 18일 과 2월 19일 양일간 진행하였다. 이번 <즉흥 좌담>에 참여한 팀은 2월 19일에 1부 순서에 참여한 그룹 3팀이다
평소 즉흥음악을 좋아하고 서아프리카 타악기와 연주 경험이 많았던 바이올린 연주자, 운명적으로 소셜 공고란을 보고 지원한 현대음악연주가, 평소 존경하는 유홍 선생님께서 이번 축제 총괄을 하신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가야금 연주자, 태국과 베를린에서 접한 즉흥음악의 매력을 알고 ‘산 공부’ 중 지원한 해금연주가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결합에 목말라 있던 다원예술가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신선한 만남이다.
유리 : 그런데 지은, ‘산 공부’가 뭐에요?
지은 : ‘산 공부’라고 일종의 음악캠프에요 저희는 보통 산에서 한다고 그래서 ‘산 공부’라고 말하는데 이 단어가 국악인들만 사용하는 이야기더라구요(웃음) 하지만 실제로 저는 산에 갔어요! 영동 난계에 가서 연습하다 왔습니다. 다양한 장르, 연주법과 연령, 성별을 가진 예술가들의 만남이라 사용하는 언어와 생각이 다채롭다. 그들의 이번 프린지 공연은 어땠을까?
하영 : 꽉 채워진 공연이었어요. 예전에 재즈 피아노를 했을 때는 공연이 끝나고 나면 되게 허무함이 많았는데 이번 공연은 테크닉과 음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계속들으면서 진행하는 집중이 무대를 하나로 만들어 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은 : 저는 그동안은 전통적인 틀에 갇혀서 어떤 완벽한 형식의 음악에 맞추어 연주하는, 정답이 있는 음악? 그 틀에 저를 맞추는 정답이 있는 음악들을 했다면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자유로운 예술을 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동안 나 자신을 위한 예술적 활동을 경험한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는 반성도 했어요. 2번 3번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는 연습, 음정 간격을 바르게 맞추는 연습 같은 기술적인 연습은 많이 해왔지만 정작 내 음악이 뭐고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예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찾는 시간들이 부족했는데 이번 프린지 기간 동안 찾아가는 시간을 합법적으로 가진 듯했습니다.
유리 : 저는 서아프리카 타악기 하는 친구들이랑 밴드를 2018년도까지 했었어요. 그 팀을 하면서 팀 자체에 화성 악기가 없어서 화성이 없는 음악을 통한 즉흥을 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때마다 좋은 경험이었죠. 이번 프린지 공연을 통해 즉흥음악을 좋아하는 연주자들을 많이 만나 앙상블을 할 기회를 얻고 즉흥음악에 대한 생각과 개념을 혼자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이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병훈 : 국악에도 즉흥음악 비슷한 결의 하나가 있다면 시나위가 있어요. 시나위 장르에서는 ‘장단’이라는 것과 ‘길’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는데 ‘길’ 같은 경우는 조 구성이 계면조, 평조, 오조, 이런 식으로 나눕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도’로 으뜸음을 잡고 그 안에서 어떻게 노는지에 대해 간략히 정해 놓고 그 틀 안에서 놀거든요. 그래서 시나위가 예술성이 높은 즉흥음악 이라고 말하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 시나위 형식을 생각하고 즉흥음악 축제를 지원했습니다.
그는 이번 워크샵에서 진행한 비형식적 즉흥음악 작업 과정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병훈 : 프린지 준비 기간 동안 특강 중에 제럴드(Jared Redmond) 선생님이 말씀하셨었는데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국악하는 사람들은 계면조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게 국악을 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적 연주 방법이거든요. 저 또한 이번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계면조를 피해 보려고 했는데도 결국 티가 났어요. 국악 하는 사람들은 계면조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괜찮다고 하셨음에도 그 계면조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 제 자신의 스펙트럼의 제한과 한계점이 드러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저의 성찰이었어요.
유리 : 어릴 적 음악시간에 계명조가 서양음악의 단조라고 배웠는데 이 둘이 정말로 같은 의미인가요?
병훈 : 표현마다 약간 다르겠지만, 설명을 좀 쉽게 한다면 ‘가장 슬픈조, 가장 슬프게 표현해야 하는 조’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장조 단조뿐만 아니라 단조가 좀 더 슬프다고 보통 이야기합니다. 비교적 가장 비슷하다고 표현하고 있긴 한데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아요.
유리: 그러면, 국악하는 사람들이 왜 계면조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건가요? 본능적으로?
병훈 : 말씀드렸던 시나위라는 장르가 남도지방에서 가장 먼저 파생이 되었어요. 그 남도지방에 계면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서울지방은 계면조가 적은 편이에요. 국악연주자들이 남도 시나위에서 즉흥 요소를 많이 가져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나위 혹은 즉흥음악을 해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계면성이 드러나는 남도 형식을 사용하게 되요.
지은 : 민속악 자체가 남도에서 올라온 것이라 계면조를 바탕으로 연주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계면조가 쉽게 말씀을 드리면 ‘진도아리랑’ 음계거든요. 그 곡의 분위기를 생각하시면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어요. 우리가 보통 부르는 ‘아리랑’이 경기아리랑이에요. 이 두 곡이 다른 분위기죠.
유리 : 아하, 그러면 계면조로 이미 즉흥을 해보았던 경험들이 현대적인 즉흥을 할 때에도 쓰이게 되는군요.
예상되는 결과물, 그리고 당연시했던 과정과 경험을 탈피하는 도전. 이 부분이 즉흥을 하는 큰 매력이자 요소라고 함께 공감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업을 통해 각자 인식된 즉흥의 의미는 무엇일까.
수영 : 다원예술가에 있어서 즉흥의 의미는 개인적 작업 시리즈인 지도 프로젝트의 경험으로 이야기해보자면 특정한 장소 나라 사이의 ‘간극’이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어요. 수많은 사전 리서치를 하는 작업임에도 즉흥성이라는 것이 생겨야 합니다. 왜냐면 다른 나라의 사전 리서치를 아무리 해도 완벽하게 그 고유성을 체화하기가 쉽지 않기에 결국 그 간극을 채우는 것이 ‘즉흥성’인데요. 그 즉흥성이 장소와 움직임 간의 동기화가 되어서 완성이 된다고 생각을 해서 제게 즉흥은 수많은 데이터를 축척한 동기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영 : 전자음악 연주가의 즉흥의 의미는 장르를 불문하고 ‘대화가 가능한가’입니다. 일상에서도 혼자만 말하고 들으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연주도 똑같아요. 나만 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악기의 소리와 테크닉들이 상대의 소리를 들으며 내가 주연 조연 혹은 퇴장, 또는 대결을 할 수도 있죠. 이런 식으로 상대와의 음악적 교류를 통해서 나의 할 일을 찾아 나가는 것이 즉흥의 의미 아닐까요
지은, 병훈 : 전통 연주자의 즉흥은 작품을 만들어가는 연주자들의 언어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연주자가 누구보다도 설득력 있게 청중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연주자도 사실 예상을 못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거기에 긴장감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청중과 연주자가 서로 조심스러운 상태이기에 그 자리에서 연주자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진행하는지가 중요한듯해요. 답을 찾기 쉽지는 않지만 1분, 1초 동안 연주자의 행위의 당위성이 존재하면서 그것이 너무 겹치지 않고 청중과 연주자 간의 설득력의 중요도가 보이는 음악이 즉흥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유리 : 클래식 연주자로 저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즉흥음악이 자유와 쾌감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있는 다른 음악을 하려면 앞서 언급하신 다양한 요소들을 정해진 음표나 형식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데 그게 아닌 즉흥은 제 마음대로 하면서도 언급한 요소들을 모두 추구 할수 있다는 것이 좋고 특히 테크닉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이런 자유도가 매우 크게 다가왔고 거기서 오는 쾌감이 어마어마합니다. 이 즐겁고 스릴이 있는 이유로 계속 즉흥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자유에서 오는 여러가지 의미들이 제게 중요해요.
어렸을 적부터 도제식 예술교육을 받다가 성인이 되어 대학 예술을 직면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만의 색으로 만들어봐’이다. 기본적인 기술과 예술의 함양을 통해 제대로 된 기술(테크닉)을 해내야 한다는 관념을 청소년기에 연마하다가 개성과 본인의 예술가적 역할을 찾게 하는 급작스러운 대학교육의 시스템에 젊은 예술가들이 간혹 헤매는 경우도 있다.
수영 :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생각해 보면 관객들은 그 클래식한 기술을 원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관객들은 또 테크닉을 즐기려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발레의 엄청난 턴 동작 엄청난 점프 동작 이런 거를 봐야 ‘내가 무용을 봤구나’ 이런 경우도 있고 음악으로 봤을 때 손 테크닉을 엄청 현란하게 썼을 때 관객이 즐기는 상황도 있고... 그래서 관객은 ‘정형화’를 원하는데 연주자들은 또 그 정형화를 ‘탈피’하는 것에서 자유를 느끼고... 그래서 이 두 관점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는가가 즉흥 연주, 즉흥 공연의 고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유리: 저는 또 각자 ‘테크닉’이라는 의미가 다른 것이 흥미로운데요. 제가 이번에 워크샵과 공연을 통해서 사용했던 테크닉이나 소리는 제가 주전공을 할 때 학교에서 혹은 졸업해서 클래식음악을 하고 무대에 섰을 때 사용했던 연주 스타일에 20%도 안 섞여 있어요. 활로 줄을 문질러서 소리를 내지만 절대 내지 말라는 소리를 내고 있다던가, 잘 사용하지 않은 음정을 사용한다던가, 악보로 그려지지 않는 것들도 사용하기 때문에 그래서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지은이가 해금연주법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면 저는 기존에 선생님들이 내지 말라는 소리로만 연주를 진행해봤어요. 저는 이번에 비브라토를 거의 쓴 적이 없는데 낭만 음악을 중요하게 공부하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 전공자에게 바이올린의 지속적인 비브라토 사용은 정말 중요한 요소거든요 사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테크닉을 가지고 다른 소리를 많이 낼 수 있어서 자유로움을 얻었고 재미있었습니다.
2023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가 과연 사회적으로부터의 자유롭고 대담한 즉흥을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을까.
수영 : 최근에 저는 영국 가수 샘 스미스(Sam Smith)가 생각이 나는데요. 샘 스미스의 요즘 행보를 보면 그 사람은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느껴져요. 물론 급진적인 스타일의 변화로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결국 바라보면 그는 정말로 원하고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억누르고 살았던 거죠. 그 대중성이 강하다는 음악 산업씬에서요. 그래서 이번 활동이 음악을 넘어서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그 전의 샘 스미스의 음악과 외형은 관객과 관중이 원하는 음악과 포지셔닝을 했다면 지금의 그의 눈빛은 ‘온 세상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가 원하는 거 할래!’ 이게 보이는 것에요. 처음엔 이질감이 사실 있었는데, 계속 그의 상황을 보고 나서 지금의 샘 스미스를 보니 ‘자신만의 즉흥’을 찾아서 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 음악이 전보다 좋다 나쁘다는 것을 넘어선 느낌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샘 스미스가 자신만의 진정한 즉흥연주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우리도 우리 인생에서 진짜 하고 싶은 즉흥을 찾아가는 것 그것을 찾아가는 행복한 예술가가 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느 유명한 무용평론가의 말처럼 why not? 정신으로 말이죠.
유리 : 저는 메모장에 “아니 될 것이 무엇인가”라고 적었어요.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악도 그렇겠지만 클래식음악도 많이 보수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좋은 소리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꼭 좋은 소리만이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느끼거든요 꼭 예쁜 이야기만 좋은 이야기인 것이 아닌 것처럼 공포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고 슬픔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고 짜증이나 화도 미학적으로 얼마든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처럼 음악도 어떠한 소리든지 음악이 될 수 있으니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까요. 이런 부분들을 요즘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편안하고 자신 있게 하면 될 거 같아요.
지은 : 저는 전통국악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20살 넘어서 대학을 가도 뭔가 정해진 틀이 없으면 ‘하고 싶은 소리를 내봐’ 해도 정작 아무 소리도 못 내는 상황을 많이 봤어요. 그렇게 기술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조차도 ‘네가 하고 싶은 음정을 내봐’ 이러면 아무 소리도 못 내더라고요. 이 틀을 깨고 나오는 데까지 저도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어요. 심지어 연주하면서도 이게 내가 맞을까 사람들이 들었을 때 이것을 예술로 인정해줄까? 음악이 맞을까 하는 주저하는 마음이 정말 컸죠. 그런데 결국 나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계속하다 보면 결국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태국에서 즉흥음악을 했을 때 태국의 경우 기존의 유럽 스타일을 아예 염두해 두지 않고 즉흥음악 수업을 매우 많이 진행을 하더라구요. 전공도 악기를 정하지 않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악기를 들고 오면 ‘아 오늘 너는 그 악기를 하고 싶구나! 연주해봐’ 그래서 학생들이 다양하게 연주해요. 그래서 악기 자체에 대한 연주실력이 높지 않아도 즉흥음악에 두려움이 없었어요. 그것을 보면서 이렇게 열어놓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MZ 세대잖아요. 나 자신이 누군지 솔직하고 투명하게 보여줘야 하는 세대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즉흥 음악이야말로 온전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내보이는 데 제격인 언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즉흥 음악이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중요한 언어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 특히 전통씬에서 더욱 틀을 깨주는 역할을 깨주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자신감이니까요.
병훈 : 저는 음악 쪽으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아직은 즉흥 음악은 정의가 덜 되어있다는 의견입니다. 여러 가지 방면으로 봤을 때는 잠재력이 높은 장르임에는 확실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각 악기에 대한 이해도와 음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이 시작했을 때, 중점을 잡아야 하는 게 다양하겠지만, 대중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악기의 이해도, 음악적 스펙트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공부가 되어있는 상태에서의 즉흥 음악과 아닌 즉흥 음악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음악가 중에서도 아직 즉흥 음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진 상황은 아니라서 저는 이 즉흥음악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번 한국 즉흥 음악축제 공연처럼 이러한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많이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영 : 즉흥은 비주류잖아요. 사실. 그리고 제가 감히 생각하기엔 주류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지금까지 대중이 바라는 주류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기 때문에요. 하지만 소수 마니아 층을 통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루어 나가고 있어요. 주류적 시선으로는 ‘즉흥? 이게 뭐지?’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류의 시선일뿐이고 비주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에요 그 사람이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던 어떤 악기를 가지고 있던 결국 즉흥의 의미는 악기의 연주보다는 그 사이에서 나오는 행위적 의미성을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젊은 예술가들이 다른 것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성공한 영화는 결말을 알고 나서 그렇구나 하고 집에 가는 것보다 끊임없는 생각을 갖게 해 주는 영화가 성공한 영화’라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즉흥이 이거와 비슷한 결이지 않을까 해요. 관객이 즉흥을 보고 나서 끊임없는 질문을 갖게 해준다면 우리는 성공한 즉흥공연을 한 것이 아닐까요?

[박수영]
미술, 영상, 무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립 다원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진행된 다원예술 <Map Project>를 통해
장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무용과 영상의 혼합적 작업을 진행하였고
현재 영국과 한국에서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