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톨스토이 단편 '달걀만 한 낟알'에서 보는 만족과 감사의 삶

민병식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위대한 사상가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안톤 체호프는 "톨스토이는 모든 이를 대변한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문학에 거는 기대와 희망을 모두 충족시켜 준다."라고 말했으며, 막심 고리키는 "한 세기에 걸쳐 체험한 것의 결과를 놀랄만한 진실성과 힘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라고 말하며 톨스토이를 '세계 전체'라고 일컬었다.

 

어느 날 골짜기에서 어린아이들이 한가운데 줄무늬가 있고 달걀만 한 곡식 비슷한 것을 발견한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귀한 물건이라고 생각되어 이를 사서 황제에게 바친다. 황제도 처음 보는 것인지라 현자들을 불러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하나 현자들도 처음 보는 것이라 알 길이 없다. 

 

창문 위에 놓여있던 그 물건에 암탉이 날아 들어와 쪼기 시작해 구멍을 내자 이것이 씨앗인 줄 알게 되고 현자들은 호밀이라고 황제에게 보고를 한다. 황제는 다시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알아보라고 명을 내리고 현자들은 알 길이 없자 늙은 농부에게 물어보자고 한다. 황제는 사자를 보내 늙은 농부를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그 농부는 얼굴도 푸르죽죽하고 이도 다 빠져서 겨우 지팡이 두 개에 의지해 황제를 알현한다. 

 

그러나 농부는 이런 곡식을 심은 적도 수확한 적도 산적도 없다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어보겠다고 한다. 황제는 사람을 보내 노인의 아버지를 데리고 오게 한다. 노인의 아버지는 지팡이 한 개를 짚고 왔는데 시력도 그런대로 괜찮아 곡식을 볼 수도 있었으며 아들보다 귀도 좋아 잘 알아들었다. 그러나 노인의 아버지도 곡식을 밭에 뿌린 적도 거둔 적도 없다며 그 시절엔 돈이라는 게 없어서 산적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어봐야겠다고 대답한다. 이번에는 노인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부른다. 그런데 이 노인은 지팡이도 안 짚고 눈도 밝고 귀도 잘 들리며 목소리도 또렷했다. 노인은 곡식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깨물어 보더니 자신의 시절에는 이런 곡식을 밭에 심었고 평생 먹고 살았으며 다른 사람도 먹여 살려왔다고 대답한다.

 

황제가 곡식을 어디서 샀으며 밭에 뿌린 적이 있느냐고 묻자 노인은 곡식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었고 곡식을 팔고 사는 죄받을 짓은 하지 않았으며 돈이라는 것도 몰랐고 자신이 직접 심고 거두고 타작을 했다고 대답한다. 황제가 다시 어디에 곡식을 심었고 어디에 노인의 밭이 있었느냐고 다시 묻자 자신의 밭은 하늘 아래 어디에나 있었고 쟁기질을 하면 거기가 밭이었으며 땅은 모든 사람의 것이었으며 지금처럼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자신의 것이라고는 노동뿐이었다고 대답한다.

 

황제가 두 가지를 더 묻는다. 하나는 옛날에는 이런 곡식이 자랐는데 지금은 왜 자라지 않는가, 또 하나는 손자는 두 개의 지팡이를 짚고 오고 아들은 한 개의 지팡이를 짚고 왔는데 왜 노인만 지팡이 없이 혼자 걷고, 이도 실하고 눈도 밝고 말도 또렷한 것은 어찌 된 영문이냐고 하자 노인은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땀 흘려 일하길 그만두고 남의 것을 넘보기 때문이며 옛날 사람들은 신의 뜻을 조차 남의 것을 탐내지 아니하고 제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작품은 작은 것에 만족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의 모습을 농부의 모습에 비추어보자. 물질, 명예, 지위, 권력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남의 것을 탐내지 아니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 불쌍하고 가난하며 어려운 이웃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감사에서 만족이 나오고 기쁨이 나오며 사랑의 씨앗이 싹튼다. 감사함으로 사랑의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삶의 기본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3.03.15 08:32 수정 2023.03.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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