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걷는 우주’를 보호하는 것과 성찰의 자유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한 후 오늘은 온종일 제이드, 그리고 죠지와 함께 걷기만 했다. 나는 이들과 함께 걷는 것이 참 좋았다.
겨우 두 시간 반을 자고 나서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어둠 속에서 출발했다. 숙소에서 자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깨우지 않고 짐을 싼다는 것은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물건들을 욕실로 가져가서 짐을 꾸렸다. 제이드와 죠지도 같은 방법으로 했으며 우리는 바깥에서 만나 아침 요기를 하고 오늘 행로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에스텔라를 떠나 높지만 거리가 짧은 산길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가장 오래된 루트임을 알았다. 그리고 오늘 도착 예정지보다 약 7km를 더 가서 토레스 델 리오까지 가기로 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길거나 또는 짧은 하루가 되게 하는 이동계획이다. 어제는 20km를 걸었고 오늘은 27km 그리고 내일은 21km, 모레는 28km를 걸을 것이다.
이른 아침 어둠을 뚫고 도시를 가로질러 걷은 것은 엉뚱한 경험이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히 매력적인 일이다. 하늘의 달은 500년 만에 한번 일어난다는 동지 개기월식을 준비 중이었다. 하늘은 우리에게 달의 판타지를 보여주려고
서서히 어둠의 커튼을 걷고 있는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곧장 마법에 걸린 숲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들어섰다. 비틀어지고 뒤틀린 고목나무들이 이끼로 덮여 있었다. 아침 첫 햇살을 받아 환상적이다. 숲은 이내 매끄럽게 변하여 크고 널찍한 전나무 숲은 끝이 없고 침엽수 낙엽이 스펀지 카펫처럼 깔렸다. 숲을 벗어날 즈음 먼동이 밝아왔다. 이름난 ‘와인 샘’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다.
옛날 나바르 왕국이 소유한 땅 중의 하나인 보데가스 이라췌에는 순례자들의 영혼과 건강을 위하여 순례길 옆에 분수를 설치하고 와인을 나눠주고 있다. 분수 옆에 있는 안내판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와인을 공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불행히도 아침 7시 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가 세인트 장 피에드 포르트를 출발할 때부터 배낭에 매달고 다녔던 가리비 조개에 기대를 갖고 수도꼭지에 갖다 댔다. 빙고! 와인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어쩌랴, 두 번째 조개껍질을 꼭지 아래 갖다 댔을 때는 와인이 말라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토스트 하나를 먹을 수 있는 양의 와인은 챙겼다. 오, 멋진 까미노!
다른 순례자들이 조금 실망하면서 지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떠나고 싶지 않아서 8시 20분까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와인을 얻는다.’라고 상상해 보라. 그것은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찌꺼기일 뿐이지만 순례자에겐 멋진 와인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는 줄곧 즐거운 시간이었다. 계속 무릎과 아킬레스건이 아팠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 어느 날 보다 훨씬 느낌이 좋았다. 비탈길은 비교적 쉬웠으며, 갈림길의 언덕에서 우리는 지상 최고의 아침 식사를 했다. 토티야와 보카디요 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셨다. 자판기가 여기저기 있고 에스프레소 자판기로 많이 대체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날씨가 흐렸다. 한낮이 되어도 지나간 날들의 열기만큼 뜨겁지 않아 정말로 반가웠다. 만약 여름날이라면 나는 순례길에서 참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제이드 그리고 죠지와 함께 나누는 대화는 쉽고 다방면에 걸친 주제를 망라했다.
나는 개미의 진화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길게 자란 다리는 사막의 열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놈들은 진딧물과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공생하기 위해 완벽한 생태시스템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생식욕망도 포함되며 그것이 결국 진딧물의 진화를 이끌기도 했다. 나는 또한 ‘심슨네 가족들’이란 프로그램의 작가들이 모두 수학 천재들로서, 많은 시간을 도식적인 수학적 농담을 그 프로에 결부시키는 데 사용한다는 것도 배웠다.
멍게는 바다 밑바닥에서 붙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암반을 찾기 위해 바다 속을 샅샅이 살피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 암반 위에 눌러 앉아 그들은 더 이상 두뇌를 사용할 일이 없으므로 멍청하게 서로를 잡아먹는다. 이것은 마치 철밥통 직업에 비유된다고 한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예상 목표지점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가 지났다. 우리는 태양 아래서 스페인 샌드위치 보카딜로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토레스 델 리오에 도착하기 위해 나머지 7km를 더 걸었다. 일찍 떠나는 것은 매력적이다. 앞으로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