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희의 인간로드] 하늘과 땅과 사람이 기뻐하는 사상의 아버지 ‘단군’

전명희

나는 사천삼백오십육 년 전 인간 ‘단군’이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세상의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리석고 문명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크고 흰 산은 아름답다 못해 찬란하여 동물도 사람도 살아가기 좋은 곳이다. 그 아름다운 태백산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은 또 자손을 낳아 유구하게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땅은 아직 미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명은 열리지 않아 하나로 뭉쳐지지 않고 있었다. 하늘과 땅은 서로 배척하며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확장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 세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많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신화이거나 사실이거나 아니면 역사이거나 누구나 언제든 재해석 할 수 있는 문제다. 나의 아버지 환웅은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는 청동검과 청동거울과 청동방울, 그리고 삼천 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로 내려와 신의 도시를 세웠다. 신시에는 많은 종족이 서로 싸우거나 동맹을 맺거나 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튼튼하고 인내심 강한 곰을 숭상하는 웅족의 여자와 용맹하고 강인한 호랑이는 숭상하는 호족의 남자가 아버지 환웅을 찾아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아버지 환웅은 수성을 제거할 수 있는 쑥과 마늘을 주면서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인내심 많은 곰은 약속을 지켜 사람이 되었으나 인내심 없는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동굴을 벗어나 사람이 되지 못했다. 

 

사람이 된 웅녀는 신단수 아래에서 하늘에 기도하며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 모습을 본 나의 아버지 환웅이 웅녀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나 ‘단군’이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탄생했다. 하늘의 아버지 ‘환웅’과 땅의 어머니 ‘웅녀’로부터 나는 신성한 기운을 물려받았다. 나의 탄생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모두 함께 기뻐했다. 드디어 하늘의 신성(神性)과 땅의 물성(物性)이 하나가 되고 균형과 조화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다툼이 사라지고 평화가 지속되면서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미명에 잠겨 있던 이 땅에 서서히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나는 마침내 아침의 나라 ‘조선’을 개국했다. 나는 나라를 열면서 혈연도 배척하고 민족주의도 배척했다. 지역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계급적으로 차등을 두지 않았으며 인종적으로 폐쇄하지 않았다. 하늘과 땅을 향해 열린 인간의 주체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렸으니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여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잘 살고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홍익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다. 나는 그런 세상을 위해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을 개국했다.

 

나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복을 주기 위해 ‘홍익인간’을 만들어 종교나 철학까지 포옹했다. 함께 잘 사는 사회, 함께 공존하는 사회는 우리가 모두 지향하는 사회다. 모두를 위한 모두의 제도로 유구한 미래의 주인공들에게도 그 영역을 확대하고자 했다. 나는 민족의 시원이 되기 위해 촘촘하고 섬세하게 ‘홍익인간’의 제도를 만들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했다. 이 제도는 확장성과 소통성을 갖추고 다양성과 이질성을 통합했다. 멀리 높이 그 가치가 전해지도록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함양했다.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와 소통으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홍익인간’은 널리 퍼져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제도와 도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일들을 법으로 엄격하고 공평하게 다스렸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남을 다치게 한 자는 곡식으로 갚게 했으며 도둑질을 한 자는 노비로 삼고 만약 용서받으려면 돈을 내도록 했다. 법치국가를 만들어 법으로 다스리니 사회는 안정되고 범죄 발생률도 낮아져 백성들은 다툼이 적고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갔다. 벼농사로 안정된 먹거리가 생산되었고 소금과 간장, 된장을 만들어 요리에 사용했다. 또한 김치와 술도 담가 먹었다. 가마를 이용해 토기를 구워 사용했으며 삼베와 모직 명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반움집을 짓고 쪽구들을 놓아 방을 따뜻하게 하여 삶의 질을 높였다. 

 

나는 백악산의 아사달에서 조선의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널리 이로운 사람들로 거듭나게 하도록 했다. 노비, 일반인, 귀족들이 토지나 경제적 기반을 따로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며 공동체를 대표하는 리더들을 불러 집단적인 제의를 통해 정서적인 일치감과 정치적,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루어냈다. 나는 드넓은 대초원을 누비며 북으로 북으로 뻗어 나갔으며 남으로는 원만한 통치를 통해 통합시대를 열어나갔다. 사람들은 미명에서 깨어나기 시작했고 상생과 평화를 기반으로 생명 사상을 널리 펴고, 창의성을 가지고 우리의 저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는 홍익인간의 밑바탕이 되었다. 

 

나는 천오백 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길고 긴 시간 세상의 신화로 살다가 역사의 주인이 되었다. 나는 한 나라의 통치자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 홍익인간의 시대를 열어 통치하다가 사람들을 피해 산에 숨어 살았다. 그리고 천구백팔세에 신선이 되었다. 한 나라의 시조가 된다는 건 한 민족의 정체성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도덕완성자 홍익인간으로 부활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시작이며 끝이다. 나는 너의 오래된 미래다.

 

하늘과 

땅이 만나

사람이 생겨나니

그가 바로 나 ‘단군’이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

이메일 jmh1016@yahoo.com

 

작성 2023.03.20 11:49 수정 2023.03.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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