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입사 시험

김태식

요즈음 경기가 아주 어려운 탓으로 회사에 취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특히 청년실업문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젊은이들에게 좌절의 쓴맛을 보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우리나라가 예나 지금이나 취직이 쉽게 이루어지고 그야말로 잘 먹고 잘살았던 역사의 기록은 별로 없다. 언제나 힘들었던 역사의 순환이었다. 그 시절과 비교해 볼 때 현재는 그때의 그토록 어려웠던 시절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라는 것이다. 

 

어느 회사든지 처음 입사를 하기 위해서는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 방법이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모집공고를 보고 서류를 제출하고 1차로 서류심사를 통과한 사람에 한해 필기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선발시험이라도 뽑아야 할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그 인원보다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의 인원이 응모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선발방법이 어려워지고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 할 정도의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나도 1명을 뽑는 외국 해운회사 중견간부 시험에서 6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는 행운을 가졌던 적이 있다. 실력은 물론이고 화려한 경력과 꽤 까다로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시험이었다. 4년제 대학졸업은 기본이고 영어와 일본어가 원어민과 회의가 가능할 정도로 능통해야 하고 대형조선소에서 부장급 이상의 근무경력이 5년 이상 혹은 선주감독 경력 3년 이상 등 연봉은 1억 2천 만 원 + 알파. 

 

나는 모든 응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시험은 간단하고 잔인했다. 원어민과 15분 이상의 토론을 하는 것이었다. 약 20년 전의 합격이야말로 참으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시험에는 물론 실력이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에 따르는 운도 외면 할 수 없다.

 

내가 직원을 선발하는 자리에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마다 필요한 인원은 광고를 통하여 모집하고 면접시험을 보아 선발한다. 일단 서류심사를 통해 우리 회사와 연관이 있는 선박기관 전공을 했는지 그리고 유사 업종이나 기술적인 경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1차적으로 선별하여 면접시험을 본다. 필요한 인원은 과장급 경력직 한 명과 신입직원 한 명 합해서 두 명인데 보통 20여 명이 지원하니 대략 10 대 1 정도의 경쟁률이다.  

 

내가 최종결정을 해야 할 직위에 있기 때문에 20여 명의 면접을 보았다. 면접을 볼 때마다 본인이 꼭 합격해야 하는 이유가 다양했다. 32살의 젊은이는 2년 전에 결혼했고, 1녀를 둔 가장인데 두 달째 직업 없이 놀고 있으니 부인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단다. 그런데 이 사람의 전공은 전자공학이고 전자제품에 관련된 품질관리만 했기에 우리가 원하는 선박 기관 쪽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지원자는 대학을 졸업 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취직을 못하고 있으니 부모님께 면목이 없단다. 뽑아 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이 지원자는 농과대학을 졸업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첫인상만으로도 성실해 보이고 신체가 건장해 보여 2차 관문으로 뽑고 싶었지만 이 사람의 전공은 국어국문학이라 도저히 통과시킬 수가 없었다. 

 

면접을 보고 전공이나 경력이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조건에 가장 근접한 5명으로 압축했다. 최종심을 위해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참석하라는 통보를 하라고 여직원에게 지시를 했다. 퇴근길에 낯선 전화번호가 나의 휴대폰에 떴다. 귀사에 지원한 누구누구이고 조금 전에 나에게 면접을 본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이번 달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되어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하는데 열심히 일할 기회를 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무역학을 전공했다.

 

어느 분야이든지 이 사회는 무한경쟁시대다. 어떤 사람을 선발할 때는 대충 뽑을 수는 없다. 자격이 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시험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시험은 냉정하고 때로는 인정사정없이 매몰차기도 하다. 따라서 지원자의 읍소에 가까운 부탁이나 개인 사정을 들어주는 편향된 선발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03.21 11:37 수정 2023.03.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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