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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사이프러스* 속으로 내 눈빛을 날린다
멈추었을 땐
비
하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두려움 없이 피는
선한 달개비꽃 하나
포도알의
우담바라는 비의 관찰자인가
성난 바다가
끌려가고 있다
* 아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측백나무과의 관상목
[시작노트]
그 옛날 대학생 적에 MT 가서 보았지. 측백나무 같이 축축하고 날카로운 그녀. 내가 날린 비누거품의 분홍 하트는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날아가고 있었지. 아직도 그녀의 눈동자는 동박새 처럼 잘 날고 있을까. 아 옛날이여!
양평군 옥천리 측백나무 같이 축축한 그녀, 야윈 내 꿈속을 날아드는 비누거품들, 지구에서 지구로 성난 바다가 끌려가고 있었다.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