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아의 산티아고 순례기] 휴일 새벽

이수아

최근 며칠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리하여 나는 또다시 여기서 내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 것을 알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은 정작 내가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의 순례가 이제 막 시작된 느낌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얼어붙은 수도원에서였을 것이다. 그날 두 번째 커피 시간에 나 홀로 맥주를 마시면서 마지막으로 글을 쓴 뒤에 새로운 순례는 시작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시간이 오전 11시밖에 안 되었었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는 ‘어떻게 저러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매일 4시간 정도를 걷고 난 다음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찬 맥주를 약간 들이키면 몸의 피로가 풀리고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마침내 새벽이 오고 나의 휴일이 되었다. 나만의 휴일엔 낮에 술을 조금 마셨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많은 일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나의 순례가 휴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음을 알았다. 지금까지 이것은 내 자신에게 첼로연주나 일을 하는 것 말고 뭔가를 하게 하락하는 가장 긴 시간이었다. 나는 ‘빈둥거리기’를 내 순례의 이유 중 하나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지금까지 지나온 가장 큰 도시인 부르고스를 향하여 느릿느릿 가면서 아주 작은 마을마다 다 머물렀다. 숙소는 오후 4시까지 열지 않았으며 우리는 휴가처럼 빈둥대며 시간을 보냈다. 스페인 전통주 파챠랑을 파는 집에 들러 아니시 향료에 얼음을 타서 한잔했다. 

 

우리는 부르고스를 향하여 걸어가는 단출하고 즐거운 팀이었다. 큰 성취라고 할 수도 없는 28km를 걸어야 하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보다 속도를 반으로 줄여 터벅터벅 걸어 아름다운 공원을 지나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도시로 접어들면서 일정한 속도에서 포장길이 충격을 주어 갑자기 오른쪽 정강이가 심하게 아파져 왔다. 이것이 나를 거의 기어가는 속도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길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부르고스에서의 숙소는 그래도 훨씬 나았다. 너무나 깨끗하고 현대적이고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편안한 침대마다 소켓과 전등이 따로 있었다. 공동 시설과 세탁기도 있었다. 갖고 왔던 모든 빨랫감을 세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저녁 식사하러 나가기 전에 건조기에서 옷이 마르기를 기다려야 했다.

 

올라프와 마르코는 부르고스에서 우리와 헤어지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올라프는 다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전부 16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겨운 대화가 오갔고, 순례 여행에서 모은 기념품과 유용하고 의미 있는 선물들을 주고받았다. 그것은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올라프가 계산을 했다. 우리는 9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 

 

작성 2023.04.28 11:06 수정 2023.04.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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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