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것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당분간 보류되었다. 오늘 오후에 격렬한 구토가 났기 때문이다. 아침에 매스꺼움을 느끼면서 서서히 출발했으나 점심 식사를 위해 우리가 멈추었을 때 점심도 먹지 않은 상태로 화장실에 갔다. 순례길 최악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점심 식사가 시작되자 나는 피자를 꾸역꾸역 먹으려고 시도했고 더 이상 걷지 못하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우선 가능한 방을 찾았다. 홀로 쓰는 침대와 화장실이 필요했다. 공동으로 쓰는 방에서는 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빨리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 사실 키를 거머쥐고 3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의 멋진 친구들은 다음 마을까지 갔다. 나는 다음날 아침이 되자 구토가 멎고 몸 상태가 좀 나아져서 저녁 때 샤군에서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변태, 껍질을 벗다
19일째 녹초가 되어 출발했다. 새벽 3시부터 깨어 있었다. 나는 내 나이와 약한 몸을 경멸했다. 다리는 열이 나서 경련을 일으켰고 결국 침대에 머물게 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하루 정도는 더 쉬어야 될 것 같았다. 오늘은 30km를 가야 하는 날이다.
에든버러에서 온 나의 멋진 친구 로젠나는 지난주에 벌써 나에게 제안하기를 시간에 쫓기지 말고 까미노 순례여행을 끝내기 위해 약 1주일간의 휴가를 더 내라고 했었다. 문제는 돈이었는데, 지금 나는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머지 새벽 시간은 나는 글을 쓰며 보냈다. 그리고는 붕대를 감고 진통제를 바르는 일상적인 일을 했다. 이것은 런던에 있는 구급의료사 친구인 그레이미 던이 권유한 것이다. 그 다음에 약간 늦은 출발 시간인 오전 8시 30분에 커피를 하기로 한 약속 장소로 나갔다.
제이드, 죠지 그리고 하르트무트 이 세 명의 정겨운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내게 “안녕! 좀 나으세요?” 라고 물었다. 나는 이 한 마디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나는 며칠 더 휴식이 필요하며 순례를 제 때 끝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약 한주의 휴가를 더 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사정도 마땅치 않은 상태이기에 나는 어떤 결정도 쉽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친구들은 친절하고 대단히 실용주의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다. 우선 그들은 나에게 버스를 타고 한 두 구간을 가서 육체의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지난 눈 오던 날 언덕을 오를 때 그들은 이미 그렇게 했었다. 그들을 그렇게 포기하지 말라고 몰아붙인 사람이 나였다고 그들이 폭로했다.
나는 그때 버스를 탄 것이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은 내 기질상 아니라는 것을 안다. 신념과 다르지만 에든버러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는 나도 버스를 탄다. 그러나 여기 순례길의 이런 상황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항상 선택의 여지는 있는 법이야!” 내가 항상 하는 말인데 그들이 나에게 거꾸로 갖다 붙였다. 한참 생각한 끝에 하르트무트가 내 짐을 옮겨주겠다고 했다. 숙소에서 다음 숙소까지 짐을 가져다주는 회사에 맡기면 된다고 했다. 많은 다른 순례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나는 기운을 차려 그 회사 이름을 기억해냈다. 그 이름은 ‘제이콥트랜스’였다. 갑자기 즐겁고 활기가 넘쳤다. 숙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내게 내 이름과 다음 행선지를 쓴 봉투를 내밀며 7유로만 거기 봉투에 넣어주면 다 해결된다고 충고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내가 하루 동안 필요로 할 작은 가방 하나를 주었다. 마치 아이들이 수영장 갈 때 매는 것 같은 작은 어깨가방이었다.
출발 후 나는 순례자 친구들이 베풀어주는 따뜻한 우정과 동료애, 그리고 도움 덕분에 회복이 되었다. 나는 몇 킬로가 빠진 듯 아주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들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내게 너무 친절했다.
우리는 오늘 렐리오고스의 숙소까지 30km를 전력을 다해 가야하므로 슈퍼마켓을 들르지 않고는 출발할 수가 없었다. 가는 길에 점심 식사를 할 장소가 없으므로 우리는 먹을 것을 짊어지고 갔다. 이곳 스페인은 밤의 나라이고 낮잠의 고장이라 우리는 문을 열 때인 10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제 우리가 다시 마세타스 평원의 탁 트이고 넓은 길로 접어들자, 분위기는 가벼워졌다. 오늘은 아름다운 고대 로만로드를 택했다.
열정적인 과학자인 죠지에 의해 이야기는 양자역학과 물리학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원자 이야기에서 다중우주와 시간여행으로 화제가 바뀌었다. 이때 제이드는 그녀의 신발에 박힌 돌을 뽑아야 했고, 순간 나는 내 아픈 무릎 근육을 스트레칭 할 기회를 잡았다. 이때 남자들이 앞으로 나서서 계속 한 시간 이상을 이끌고 갔다.
이 시간 동안 제이드와 여러 가지 주제에 이야기를 집중하고 있었다. 육체를 포함해서 몸의 신호나, 알코올중독 또는 우울증 등을 무시하고 머리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발전되고 있었다.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남자들이 아직도 과학과 우주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우리가 그들을 따라잡았으니 얼마나 즐거운가! 그들 이야기의 맨 끝부분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한갓 벌레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주는 얼마나 놀라운가.…….”
우리는 순례길을 걸으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데 보냈다. 아직 마에스타스까지 16km가 남아 있는데, 거의 중간쯤에서 우리들이 벌인 소풍은 정말 최고였다. 초콜릿 비스킷을 이용한 기발한 낱말놀이로 끝을 맺었다.
누구든 나에게 마에스타스가 따분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은 싫다. 순례자들은 마에스타스에서 6일 혹은 7일간 끝없는 단순함과 지루함에서 살아남는 정신적 스테미너가 있어야 한다. 오늘은 바라보기에 가장 위대한 경치가 펼쳐졌다. 온갖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넓게 펼쳐진 갈색 들판, 초원, 눈 덮인 산, 곤충과 새, 달리는 구름 등등……. 물론 이런 것은 4-5일간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맑아야 가능한 일이다.
렐리오고스로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우박 폭풍이 불었지만 우리는 마침내 30km를 주파했고 그 해방감은 우리를 샤워도 하기 전에 선술집으로 향하게 했다. 우리가 엘 엘비스 델 까미노 데 산티아고라는 선술집에 들어갔을 때 그 기쁨이 어떠했는지는 표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곳이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다.
주인장은 유별났다. 전설적인 사람이란다. 세르베짜 맥주가 흐르고 끝없이 공짜로 나오는 치즈와 자몽 슬라이스, 그리고 둥근 치즈와 이베리아 돼지고기, 홍합요리 등등……. 이 모든 요리는 삶은 야채 요리인 파나체와 유쾌한 선율의 휘파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떠들썩한 스페인 농담과 함께 나왔다.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 언제 이런 날이 다시 올지는 도무지 예측할 길이 없었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