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상황 대처 능력은 한 사람의 삶의 지혜와 지식, 그리고 생활 경험의 유무 등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운전자가 위급상황에서 취하는 행동에 따라 자신과 같이 탄 승객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운전 경험이 많다는 것은 이러한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교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개연성이 크다. 안일한 사고, 자기 일에 대한 사명감이 없는 사람, 자기만을 위한 보신주의 등의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인 사건에서도 이런 사실은 증명된다. 백제의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 의해 나라를 잃게 된 역사적인 사실은 바로 인접국 간의 정세 파악에 안일한 자세를 유지했고 정보에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앞을 미리 내다보는 사람은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능력이 다르다. 이율곡 10만 양병설 등은 미래를 예측한 지혜에서 나온 주장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가들은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도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과 위기상황 대처 능력, 자기 일에 온 힘을 다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젤이 사자에게 잡혀서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사자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하고, 타조의 귀가 머리 뒤에 붙어 있는 것은 타조는 날지 못하기 때문에 맹수들에게 잡혀먹히지 않게 뒤에서 난 소리를 듣고 위기를 벗어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갈등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 교육계의 관리자들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대부분 빈약하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점수관리 능력이라는 마치 퍼즐 조각 맞추기 같은 욕심 채우기에 급급했을 뿐 타인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자신을 위해서 살아왔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와의 문제, 교사들의 간의 문제, 어린이들의 갈등처리 문제 등을 바로 보지 못하고 갈등을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가장 사무적인 태도가 문제이다. 요즈음 관리자들은 법전만 들먹이며 모든 것을 법적인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인간의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교육자로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법이란 사람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최종적인 판단을 법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갈등문제의 해결은 윤리, 도덕적인 대화와 교육적인 측면에서 교육자다운 자세로 상대를 따뜻하게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면 일은 꼬이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위기상황 대처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더욱 키우게 된다. 관리자란 학식과 덕망을 물론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겸허한 자세로 학부모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진정한 자세로 같이 도와주려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위기상황 대처능력이 없다는 것은 높은 자리에 올라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없고 그런 자리에 올라서서는 안 되는 인물일 것이다.
관리자 선발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점수관리 시스템보다는 학생, 동료 교사, 학부모, 사회공헌도 등 사회봉사와 인성 평가의 여론을 반영하는 관리자로서의 품격을 승진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18평짜리 교실에서 많은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를 이해하려는 그러한 교사 위에서 군림하려는 관리자는 빨리 퇴출시켜야 바람직하다. 관리자는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여 조력해주는 민주적인 지도자여야 한다.
교사 위에 군림하여 마치 심사관처럼 말도 안 되는 자기 나름대로의 억제주장을 펴고 따르도록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마치 어린이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같은 글자를 여러 번 쓰라는 교사이거나 학부모들이나 윗사람에게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과도한 실적을 만들어 일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전시용 일을 강요한 관리자는 각성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실적이 중요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에 건전한 가치관과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활동인데 그것을 보이려고 하면 교사들을 비교육적인 업무로 시달리게 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런 비교육적인 업무를 잘하는 관리자를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사람 또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 평가한 것이다. 제 눈에 안경이고 초록은 동색이기 때문이다.
비교육적 실적, 예를 들어 연구학교라고 하여 과대 포장한 실적물들을 가득 쌓아놓고 혁신학교라고 떠들어대는 관리자는 혁신의 차원에서 퇴출 제1호로 삼는 교육 혁신의 본질과 핵심으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히려 교원과 관리자의 승진평가기준은 매우 간단할 수 있다. 동료교사들에게 관리자의 인품에 대한 평가, 고견을 물으면 정확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라. 벌거숭이 임금님을 심판하는 가장 지혜로운 눈으로 그들을 평가할 것이다.
교육은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의 마음속 꿈과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눈빛을 보면 교사를 안다. 교사의 눈빛을 보면 그 학교 관리자의 품성을 안다.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없는 관리자는 오늘부터 인문학의 서적을 읽고 교양을 쌓아라. 그리고 명상하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은 군림하는 길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친절과 따뜻한 정을 베푸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