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의 선비 남명 조식은 방울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방울 소리. 그는 그 소리에 ‘의식(意識)’이 깨어났을 것이다. 의식은 눈, 귀 등 오감이 지각한 것들을 전체적으로 보는 능력이다. 이 의식이 깨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듣고 보았더라도, 머리에 저장되어있는 선입견으로 듣고 보게 된다. 상투적인 삶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살아가게 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고 도무지 사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그는 방울을 차고 다녔던 것이다. 항상 의식을 깨우기 위해서! 의식이 깨어 있어야 삶이 생생하다. 이 세상의 실상은 에너지인데, 우리의 감각이 지각할 때 에너지는 물질의 모습을 띠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감각이 지각하는 것들을 의식이 확연히 알아차릴 때, 이 세상은 창조가 일어난다. 항상 의식을 깨우고 살아가게 되면, 매순간 이 세상은 창조의 순간이 된다. 바로 인간은 신(神)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인 폴 발레리는 말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발레리가 말한 ‘생각’도 ‘의식의 깨어 있음’과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발레리가 말한 생각은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적(理性的) 사고’가 아닌 것이다. 이 생각을 이성적 사고로 해석하게 되면,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성적 사고는 우리는 진정한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진정한 마음은 무의식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깨어 있을 때, 우리는 무의식이 말하는 모든 것들을 들을 수 있다. 어떤 강렬한 느낌으로.
꽃을 보러 정원으로 나가지 말라.
벗이여, 그럴 필요가 없다.
그대의 몸 안에 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다.
- 까비르, <내면의 꽃밭에서> 부분
우리가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면, 인류의 마음과 하나가 된다. ‘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다. 우리가 밖에서 보는 모든 것은 바로 우리의 내면이 밖으로 비친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깨어 있기만 하면, 우리는 각자이면서 인류이고 천지자연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