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면증으로 인해 보통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자는 것이 계속되었다. 아무리 공기가 좋고 힘든 나날이 계속되어도 소용이 없었다. 약이나 술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나는 내 생애의 이 순간부터 이보다 많이 자는 것은 필요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며칠은 도전적이었다. 나쁜 날씨 때문에 모자를 덮어쓰고 머리를 숙였다. 비바람을 맞으며 허리를 구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좋은 날씨에는 대화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화제에 참여할 수도 있는데 이런 나쁜 날씨에는 속수무책 걷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날씨와 나의 육체적 컨디션 간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비가 오면 모든 것이 나빠지고 고통스러워 다시 숙소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짐을 다음 목적지로 부쳐야 했다. 나는 고통이 충분히 나아질 때까지 이 서비스를 계속 받아야 하겠다고 결정했다.
오늘은 햇볕이 나와서 모든 것이 좀 나아졌다. 아마 잠을 좀 더 잔 것과 완전히 몰두한 대화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더할 것은 지난 며칠 동안 나는 눈으로 찍은 일정한 장소 마다 멈춰서 정강이와 발목의 근육을 푸는 습관이 생겼다. 수백 미터 간격으로 멈춰 서서 황새처럼 몸을 푸니 동료들이 아주 즐거워했다. 그것이 나를 적당하게 천천히 가게 했고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 아침 레온에서 죠오지는 그의 치아 교정기를 마지막 숙소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엘 엘비스 바에서 그날 밤 과도하게 즐긴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내가 이용했던 짐 운반 서비스는 돈을 먼저 주지 않으면 절대 배달해 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곳에 그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으나 거기 있는 누구와도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찌할 방법이 없어 죠지가 돌아서 가는 수밖에 없어서 제이드도 따라 갔다.
곧 다시 만날 것은 확실하지만, 여기서 오시는 우리와 갈라져 오늘 저녁에 다른 마을로 갔다. 하르트무트와 나는 식사를 한 곳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멈췄다. 그러고 나서 또 다음 식사와 커피를 위해 겨우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우리 단 둘이만 있으니 우리는 서로의 걸음걸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연스럽게 걷는 속도보다도 더욱 느려졌다. 그러나 대화는 즐겁고 더욱 자유분방해졌다. 나는 내가 우연히 나의 여권을 분실하고 다시 찾은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열정이나 여유가 없어 할 수 없는 대화의 주제를 여기서 다룬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온갖 질문을 했다. 한 사람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음의 힘은 물론 과거와 현재의 삶에서부터 빛 하나 만으로 사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나의 규칙적인 문자 교신으로 알아냈는데, 제이드와 죠지는 우리들의 두 번째 식사 장소에서 조금 지나 약 2분 간격으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이 레온의 대중교통에 지쳐서 택시를 타고 46km를 달려가 다시 우리와 같은 거리를 걸어왔다니 정말 대견했다. 그들은 레온 외곽에서 우리를 따라잡았다.
그럴 수밖에 없지만 레온은 도시가 확산되고 있었다. 우리는 수 킬로미터의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큰 도시들인 로고르노, 팜팔로냐, 부르고스를 생각하면 우리는 많은 산업지대를 걸어야 했고 외견상 끝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터덜터덜 걸어야 했다.
죠지 자신도 나처럼 예기치 못한 뜻밖의 시간을 경험한 것이 판명되었다. 렐리오고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그 어떤 연락도 숙소 주인으로부터 받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직도 순례자가 남아있었고 막 짐을 싸서 출발하려는 참이었다. 죠지가 그의 치아교정기를 못 봤느냐고 묻자,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 그 순례자는 자기 짐 속에서 끄집어내어 주었다. 그는 그것을 다음 목적지까지 가서 혹시나 모르니 거기다 놔 둘 생각이었다고 한다.
죠지는 그가 순례를 막 시작했을 때 로가르노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그의 모자를 찾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낮에 모자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고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사랑하는 모자의 최후였다. 그러나 그 다음 숙소의 선반위에 그의 모자가 있을 줄이야. 마르셀이란 사람이 혹시나 해서 그것을 주워 다음 숙소에 갖다놓은 것이 밝혀졌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례의 마술이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