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단독자

고석근

‘그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한 인간을 규정할 때, 출신학교, 직업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렇게 될 때 그 인간은 대체될 수 있다.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다른 아이가 입학을 한다. 그가 직장을 그만두면, 잽싸게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메꾸게 된다. 그래서 은퇴한 사람들의 눈빛은 공허하다. 스스로 자신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이제 아무도 메꾸고 싶어 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그는 텅 빈 자리일 뿐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이러한 생각은 전도몽상(顚倒夢想), 거꾸로 된 잘못된 생각이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도 없다. 직장인이 없으면 직장도 없다. 학교, 직장은 실체가 아니라 개개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존재하는 건, 개개인이다. 한 인간들이다. 이렇게 실제의 세상을 보게 되면, ‘그’라는 한 인간이 지극히 소중해진다. 

 

한 인간은 어느 인간,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단독자인 것이다. 한 인간을 이 세상의 부품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발적인 노예이다. 그는 한평생 남을 위해 살아간다.

 

‘어떻게 하면 주인님이 행복하실 수 있을까?’ 그는 주(主)가 된 이 세상의 충실한 종이다. 그들은 항상 탄식한다. 

 

“인생이 너무 허무해요. 산다는 게 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쉼 없이 자신을 발명해가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비로소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여보게

 우리 잠깐 쉬어가세나

 그동안 뒤도 안보고

 숨 가쁘게 뛰지 않았는가

 쉬어가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걸세

 

 - 김승희, <내가 나에게> 부분 

 

 

뒤도 안 보고 숨 가쁘게 뛰는 삶, 노예의 삶이다. 노예는 항상 분주하다. 주인님의 행복을 위해서 분골쇄신한다.

 

시인은 쉬어가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 시대의 예언자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6.08 08:05 수정 2023.06.08 08:06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오리부부
거미줄
왜가리 영토
무궁화
까마귀와 인삼밭
2025년 8월 5일
탁류
봉선화와 나팔꽃
러시아군 20%가 HIV 환자라고? 충격실태보고
일본해에서 중국러시아 합동훈련?!대체 무슨일?
트럼프 핵잠수함 배치명령! 미-러 긴장 최고조
베니스 난리 난 세기의 결혼식, 제프베조스와 로렌산체스 세기의 결혼식
목적이 서로 상충되는 교육제도 [알쓸신톡 EP.04]
탐구과목 통합? 현 고3의 의견 [알쓸신톡 EP.04]
산책길
우린 모두 하나
전통
전통
하늘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전통복장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