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한 자루의 촛불] 3과 4가 주는 의미

김관식

현대는 숫자의 시대다. 열쇠통과 열쇠라는 이분법적인 문화에서 비밀번호 열쇠로 단일화를 이루면서 번호의 조합문화가 일상화되었다. 아파트방문의 번호 키, 은행 업무를 볼 때도 번호, 숫자를 기억해야 문이 열리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너무 많은 수자로 된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대문 옆에 자기만 알아보기 쉽게 비밀번호를 적어 놓았다가 도둑이 그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남의 집을 침입했다는 신문보도를 듣고 비밀번호가 많아 다 기억하지 못하는 오늘날 사람들 생활상이다.

 

핸드폰의 전화를 걸 때에도 번호를 눌러야 하고 그 많은 번호를 다 기억할 수 없다 보니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불러내어 전화를 걸게 된다. 핸드폰에 의존하기 때문에 옛날처럼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한다. 문명의 도구 의존도가 심해진 것이다. 

 

“알리바바의 40의 도둑”이라는 이야기에는 도둑들의 은신처 돌문의 비밀번호는 “열려라, 참깨”였다. 그때 이미 음성감지 동작 시스템이라는 상상력으로 동화가 씌어졌다. 오늘날에는 카드, 지문이라든가 눈동자, 음성인식으로 문이 열리는 보안시스템을 적용하는 곳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 우스갯소리로 40인의 도둑들이 옛날 비밀번호를 외치면 잡혀 들어가기 때문에 비밀음성인식 번호를 바꾸었다고 한다. 왜 바꾸었을까? 하는 문제의 답은 참깨는 고소하므로 고소당하기 때문에 바꾸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오늘날에는 비밀번호가 컴퓨터 인터넷 비밀번호처럼 문자와 숫자, 또는 특수문자를 조합해야 비밀번호가 새어나가지 않는 보안성이 강화된다고 하여 보안을 요하는 곳에 비밀번호가 까다롭고 또 가끔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만으로 비밀번호를 만들어놓으면 해킹을 당해 쉽게 노출될 우려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 주요 인사들의 핸드폰까지 북한에 의해 해킹을 당했다는 뉴스가 있고 보면, 핸드폰도 컴퓨터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해킹 위험의 시대가 되었다. 날로 지능화되어가는 범법자들은 은행에 저축해놓은 남의 돈까지 빼어가고 보이스피싱으로 남을 속이려고 드니 세상이 믿을 수 없는 요지경의 시대가 되고 말았다.

 

비밀번호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본격적인 3자와 4자의 숫자 이야기를 꺼내 보겠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4자를 싫어했다. 터무니없는 미신이지만 전혀 관계도 없는 동음이의어인 4를 한자의 한자문화권인 중국의 영향을 받아 죽을 死자이기 때문에 4자가 싫다는 발상으로 4를 경원시하는 문화의 개념은 은유적인 발상이다. 

 

서양에서는 13을 싫어 한다고 한다. 그것은 성경에서 예수의 13번째의 제자인 유다가 예수를 배반했다는 명백히 싫어하는 근거가 있지만 그것도 13에 배반의 의미를 부여한 맹목적인 거부반응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8자인데 8자의 발음이 ‘빠’로 발음되어 ‘빠’가 “발전한다. 늘어난다. 불어난다.”는 의미가 담겨 부자가 된다는 미신에 의해 자동차 넘버에 8자의 숫자가 여러 개이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중국인이 싫어하는 숫자는 4자이고 ‘69’자와 ‘73’자를 싫어하는데 ‘69’는 맹자가 돌아가신 날이라서 싫어하고 ‘73’자는 공자가 돌아가신 날이라서 싫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문화 영향을 받아 4자를 맹목적으로 싫어하여 빌딩의 승강기의 층수를 가리키는 숫자판에 4자를 없애버린 곳도 더러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가의 전통율은 거의 3자와 4자의 음수율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말의 낱말 구성이 3자와 4자가 리듬을 맞추기에 좋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굳어진 율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문화에서 3자의 의미는 신격화된 대상에 3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하늘, 땅, 사람이라는 우주 원리도 3자요, 삼신할미, 삼신당, 단군신화에서 한웅이 무리 삼천을 거느리고 인간 사회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였다고 한데서도 3자다. 우리나라를 일컬어 삼천리(3) 금수강산(4)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의 섬이 삼천 개, 삼천갑자 동방삭이 삼년고개, 도깨비와의 씨름에서 삼판 이승제, 등 옛날부터 삼자와 친근한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그러다가 오늘날에는 경찰청 113, 마약범죄 종합신고 1301, 군사기밀, 간첩, 방산스파이신고 1337 등 신화적인 3자의 이미지가 현대에 와서는 범죄를 잡아내는 113으로 사용하고 있어 3자에는 신성성의 의미와 공포와 폭력성의 이미지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4자의 이미지는 중국문화의 영향 이전에는 인간 세상의 이미지이다. 3자가 불안한 홀수의 상태라면 4자는 안정된 상태의 이미지로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보다는 4개의 바퀴를 가진 자동차가 더 안전감을 주듯이 두 발로 직립하는 사람, 조류 등 보다는 네발 동물이 지구상에 살아가기에 안정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사지가 멀쩡한데 구걸하느냐”고 걸인을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이때 사지란 4자의 의미는 정상을 지칭한다. 

 

우리나라 시가에서 3자에서 4자로 반복되는 구조는 신적인 것에서 인간적인 것으로, 불안한 홀수의 상태에서 안정 상태를 지향하는 4자의 음수율로, 3과 4를 반복하거나 4자와 4자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심정을 호소하였다. 가락국의 건국신화 동요인 구지가의 경우 한자의 글자 수는 4자이나 우리말로 뜻풀이하면, “거북아 거북아/머리를 내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구워서 먹으리.”라고 신격화하여 3자의 형태이고, 민요, 동요, 시조, 가사 등에서도 3자의 음수율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세계인들을 흥겨운 가무로 이끌어 낸 우리나라 세계적인 대중가수 사이의 “강남 스타일”은 제목부터 2자와 외래어 3자의 구조이다. 노래 가사 중의 화자가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뽐내는 “왕자병” 이미지인 안정 상태를 지칭하는 3자를 축약한 2자의 음수율로 “오빤” 다음에 우리 글자 2자와 외래어 3자를 조합한 5자의 음보를 두 번 반복하는 리듬으로 “오빤 강남스타일/강남스타일/”이라고 전제한 뒤 “낮에는(3) 따사로운(4) 인간적인(4) 여자(2)/커피(2) 한잔의(3) 여유를(3) /아는(2) 품격 있는(4) 여자(2)/ 밤이 오면(4) 심장이(3) 뜨거워지는(5) 여자(2)/ 그런(2) 반전 있는(4) 여자(2) -「강남 스타일」 가사 일부에서처럼 3자와 4자로 짜여 있으며, 끝처리에서 “여자” 2자를 강조함으로써 오늘의 시대상인 여권상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말춤을 겉들인 흥겨운 율동에 섹시함까지 자극하여 세계인의 응어리진 가슴을 터뜨렸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전통음수율로 세계인을 흥분시켰던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모든 문화가 시각적인 회화적 이미지가 주종인 오늘날의 문화가 벙어리를 지향하는데 반해 우리나라 전통적인 가락은 너와 나를 하나로 보지만 ‘너’라는 이원론적인 상징적인 서양인의 의식구조인 2자로 종결함으로써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인 대중들의 심금을 자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시가 이미지 중심의 회화적인 흐름에서 음악성을 되찾아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흥겨운 리듬과 서구인들의 리듬을 융합한 리듬으로 다시 태어나가야 우리나라 현대시가 세계화의 대열에 끼어들어야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이 나오지 않겠느냐 하는 제안을 해 본다.

 

우리의 교육현장도 3자의 문화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3위 일체가 되지 않고서는 교육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즉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의 주체는 교육자가 분명하다. 물론 교육 방법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교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 시행과 더불어 학부모의 목소리가 커진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학부모가 주체가 되어 가르치는 교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면 교사는 소신껏 교육을 할 수가 없다. 교육의 주체를 이끌어가는 관리자가 교사와 민주적으로 한 몸이 되어야 교육은 성공하나 관리자가 “나를 따르라”하고 소꿉놀이 대장, 병정놀이 대장이 되면 그 교육집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교사와 학생을 주체와 객체로 종결하고 관리자는 뒤에서 밀어주는 교육현장이 되어야 학교교육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남스타일”의 종결에 “여자”라는 2자로 종결을 맺기 때문에 선풍을 일으킨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주체여야지 그 뒤에 받쳐주는 관리자와 학부모가 대장 노릇하는 주체가 되어버리면 교육은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갈 것이 아니겠는가? 다 같이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제 관리자는 소꿉놀이, 병정놀이 이제 그만하고 시야를 넓게 보고 무엇이 주가 되어야 하는가 생각해보라. 옛날일제시대 때에는 관리자가 마음대로 교육하는 주체 노릇을 했을지라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화, 민주화 시대에는 관리자는 교사가 교육을 잘하도록 조력해야지 교사 위에 군림하여 공문서를 뒤적이며 스트레스나 준다면 교사가 마음 놓고 학생을 가르치겠는가? 교사를 조력하는 자세로 그들을 돕는다는 민주적인 지도자의 자세가 아쉬운 교육 현실이다. 

 

선생님과 어린이, 학부모, 관리자도 모두의 3자의 음수율이다. 안정을 지향하는 교육혁신, 인화단결, 폭력추방, 교권회복 모두 4자의 음수율을 지향할 때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랑”의 2자로 종결되어야 이 나라 교육의 미래는 밝아올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3.06.19 10:43 수정 2023.06.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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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