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유스/강승협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애니메이션인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실사영화로 지난달 24일 국내에 개봉했다. 기대작이라고 주목받았던 것에 비해 영화 흥행 성적은 처참하다. 국내에선 누적 관객 수 63만 명이며 17일 기준 박스오피스 8위다. 북미와 해외에서도 저조하다. 8억 4천만 달러의 손익분기점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런 ‘인어공주’의 실패 요인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인종을 바꾼 캐스팅이지만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
현재 대중들이 기억하는 인어공주인 에리얼의 이미지는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비롯했는데, 붉은 머리를 한 하얀 피부의 여성이었다. 원작 소설에선 인종에 대한 설명은 없으나 ‘그녀의 피부는 장미 꽃잎처럼 맑고 섬세했으며, 눈은 가장 깊은 바다처럼 파랗다’라는 구절로 표현됐다. 2016년 인어공주의 실사영화 제작을 알렸을 때 다수의 대중은 에리얼의 캐스팅에 대해 기대했다.
2019년 디즈니는 에리얼 역에 할리 베일리를 낙점했다고 전했으나 대중은 미스캐스팅이라며 비판했다. 그녀는 레게머리를 한 흑인이었기에 대중이 알던 에리얼과 거리가 멀었다. 대중들은 이런 캐스팅을 ‘디즈니가 동화에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묻혔다’며 원작 훼손을 주장했다. 각종 SNS에서도 ‘NotMyAriel’(내 에리얼이 아니다)며 해시태그를 했으며 할리 베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개봉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인어공주는 뚜껑을 열어보니 더 엉망이었다. 대중들에게 흑인 인어공주를 낙점한 이유에 대해 설득하지 못했다. 디즈니의 PC 주의는 인어공주 기존의 스토리에 전혀 녹아들지 못했고 우리 기억 속 인어공주의 아름다움 역시 표현되지 않았다. 그래도 할리 베일리의 가창력과 연기에 대해 호평이 나왔으나 그녀가 왜 인어공주로 낙점이 됐는지에 대한 시각적인 요소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외에도 인종이 모두 다른 7공주와 백인 왕자가 흑인 왕비에게 입양됐다는 설정을 넣어 PC 주의 논란을 더욱 가속했다. 계산적인 디즈니의 인종 다양성 연출도 납득할 수 없었다. 디즈니는 대중들에게 이런 사상이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 강요 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 어린이와 같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의 과한 연출
인어공주의 첫 장면은 광활한 바다로 시작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바다의 분위기는 어둡다. 흑인 인어공주와 어두운 바다의 배경으로 인해 밝은 가족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 더불어 갑작스러운 상어 등장과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폭풍우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화의 흑막을 맡은 캐릭터들은 괴수 영화에 나올법하며 영화 막바지에 마녀는 거대화를 진행했는데 이 역시 가족 영화가 아닌 자연재해 영화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이다. 이런 시각적인 요소들로 인해 인어공주가 미국에서 ‘PG 등급’(7세 이상 관람가)로 보호자의 지도가 요구되는 관람 등급으로 판정받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디즈니 간판 스타인 인어공주의 실사영화는 기대와는 달리 아쉬운 행보만 남겼다. 연출이나 캐스팅에 문제를 보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디즈니라고 생각된다. 디즈니는 인어공주 외에도 마블 영화나 앞으로 개봉될 영화에서도 PC 주의를 더욱 활용할 예정이다. 억지스러운 PC 주의는 기존 영화의 몰입성을 깨뜨릴 뿐 아니라 연출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것에 일조한다. 세상에 다양한 인종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피부색만으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내용을 영화가 주는 교훈으로 남긴다면 관객들은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어공주와 같이 어린이를 위한 영화에 억지로 내용을 끼워 맞춰 ‘세상에 다양한 인종이 있으니 차별하지 맙시다’는 관객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디즈니는 할리 베일리를 앞세워 대중들에게 그녀 때문에 흥행하지 못했다고 느끼게 하고 있다. 오히려 디즈니의 이런 모습이 인종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