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의사를 기다리는 철학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남의 상처를 돌볼 줄 알아야 의사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상처에 매몰되어 있는 정신으로는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니체는 영혼의 의사를 원했습니다. 밖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는 자기 자신을 숨겨 놓는 보물찾기 형식으로 철학의 길을 걸었습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은 ‘영혼의 의사’입니다. 그 말과 함께 니체는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했습니다. 


“영혼을 치료하는 새로운 의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침놀 속에 던져 놓은 이 질문은 철학자가 지향하는 바를 알려 줍니다.


니체의 철학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모험 여행을 떠나게 해 줍니다. 이 여행이 끝나는 순간, 생의 여정은 마지막을 고할 것입니다. 그 얘기는, 죽을 때까지 모험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모험에의 의지가 곧 여행에의 의지이고, 그 여행에의 의지가 곧 삶에의 의지입니다. 삶에의 의지 대신에 생에의 의지, 생의지 등 뭐라고 말해도 상관없습니다.


“신은 죽었다.” 이 말은 끊임없이 질문 속에 담겨지는 구절입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처럼 만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신은 죽었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신을 상실한 자의 무서운 탄식도 아니고, 절망에 근거한 포기도 아닙니다. 


신은 죽었지만, 새로운 신의 출현을 예감한, 즉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본 자의 말일 뿐입니다.


그래도 허공 속에 내버려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는 독자가 있어서, 이번에는 아예 숫자를 적어가며,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듯이, 무엇을 밟아야 하는지를 도식적으로 밝혀 보려합니다.


1. ‘신은 죽었다’는 말은 인간이 신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뜻입니다. 신의 죽음을 체험했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종교 체험으로 봐도 좋습니다. 이것을 니체 식으로 말하면 ‘허무주의의 도래’가 됩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하는 말로 허무함을 품어야 할 상황입니다.


2. ‘신은 죽었다’는 말은 그 말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로 귀환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순간입니다. 니체는 “‘너 자신을 알라’는 학문의 전부이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즉 사람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지속적으로 ‘차라투스트라의 동굴’로 돌아가라고 가르쳤던 것입니다. 그 동굴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을 뿐입니다.


3. ‘신은 죽었다’는 말은 인간이 스스로 신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고백입니다. 스스로 자기 삶의 구세주가 되어야 하는 순간입니다. 이것을 철학적 개념으로는 ‘허무주의의 극복’이라고 말합니다. 극복하고 나면 뭐든지 수평선을 대하듯이 신선함을 제공해줍니다.


쿵푸팬더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너구리 스승이 두 눈을 감고 조용히 ‘내면의 평화’라는 말을 반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무엇을 보려고 하지 않음, 그것이 두 눈을 감게 하고, 두 눈을 감았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때 평화가 도래합니다. 이토록 간단한 원리이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수많은 수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지난주에는 키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에 대한 번역을 완료했습니다. 철학자는 밖의 사물에 매몰되어 있는 현대인의 정신을 꼬집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가 일상을 대신하고, 지금은 핸드폰이 ‘모든 것’을 해냅니다. 기계가 보여 주는 세상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이런 지경에서 철학자는 인간의 자기상실과 자기소외를 경고합니다. 자기를 찾으라고 외칩니다.


니체는 키르케고르보다 31년이나 흐른 뒤에 태어납니다. 그리고 키르케고르가 죽었을 때 니체는 겨우 11살 소년이었습니다. 니체가 그의 책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사상은 니체에게로 이어집니다. 이들이 함께 걸어 간 길을 나도 걷고 있어서 영광일 뿐입니다.



작성 2023.06.26 10:04 수정 2023.06.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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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