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밤에 몇 번을 깨었지만 내 침낭의 안온함을 즐겼다. 방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 했더니 우리가 밤새 창문을 열어놓고 놓고 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어제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아침 기상전화 벨을 울리는 시간에 대해 약간의 이견이 있었다. 하르트무트는 7시로 하자고 하고 나머지 순례자들은 7시 30분에 한 표씩을 던졌다. 그래서 결국 7시 30분으로 결정했다.
제이드가 여기에 대해서 약간 불만이었다. 그녀는 일찍 출발하고 싶어 했다. 요즘 보통 우리는 8시 30분에 출발하는데, 이것이 다른 때보다 약 1시간 늦은 시간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목적지에 오후 6시경에 도착할 수 없고 그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는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니라면 약간 일찍 가고 싶어 했다. 어떤 경우에라도 우리는 알람을 6시 33분, 6시 42분, 7시, 7시 7분에 맞추기로 합의했었다. 만약 하르트무트가 우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결국 이른 시간을 원했다. 그러나 7시가 지나자 숙소 전체는 집집마다 아베 마리아 노래 연주로 가득했다.
나는 그것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즐겨야 했다. 음악은 나를 즐겁게 했고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나는 음악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아주 행복한 여인이다. 헤아리며 기록하지 않아도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축복의 날은 드물었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음악에 맞춰 일어나야겠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를 듣는 듯했다. 어제 조금밖에 못 간 것을 만회하기 위해 오늘은 몇 킬로를 더 가야 하지만, 나는 몸을 푸는 데 필요한 2킬로미터의 경사가 없는 평탄한 길이 너무 반가웠다.
우리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오 세브레이로에 대해 말할 때에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도 가도 오름길뿐이더라고. 위대한 프란츠조차도 그의 책에서 “그것은 1,450m 높이인데, 너무나 가기 힘든 곳이다.”라고 했다. 그 높이가 어제 우리가 올랐던 것의 두 배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영국에서 제일 높은 산 보다 높았다. 나는 아주 두려웠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바람이 하늘을 깨끗하게 쓸어버려서 해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는 정감어린 농담을 하며 서서히 올라갔다. 제법 일찍 탈수 증세가 멈추자 나는 다시 신선한 오렌지주스 생각이 간절했다. 우리는 유독 하르트무트의 유리잔에만 순례자의 노란 화살표가 찍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기뻤다. 우리가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그가 또 그런 잔을 발견하게 하려고 단단히 기억해 두었다.
선술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이 지긋한 두 사람을 만났다. 영국 셰필드에서 온 사람들이다. 아주 친근했다. 한 분은 나이가 82세인데 아직 소파 커버를 갈아 끼우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그 선술집에서 떠나올 때 하르트므트는 이상하게 뒤에 남았다. 거기서 그는 여주인에게 자기가 마신 잔을 팔 수 없느냐고 흥정하고 있었다. 그건 1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아주 크고 무거운 잔이었다. 게다가 새 잔도 아니고 자기가 마신 바로 그 잔을 팔라고 하고 있었다. 거품이 묻어있는 채로 말이다. 우리는 거북이 같이 우직한 이 친구가 우스웠고, 그는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스스로 더욱 어려운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떤 면에선 사랑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곧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섰다. 적어도 우리가 기대할 만한 멋진 음악과 음식이 있는 고장이다. 갈라시아 바위 앞에서 다시 셰필드에서 온 명랑하고 매력적인 분들을 만나 사진을 같이 찍기도 했다. 짧은 바지와 셔츠만 입은 그런 강인한 사람들을 보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그런 분위기는 멋진 전염성이 있었다.
순례는 즐거운 길을 따라 계속 되다가 갑자기 해질녘과 같은 짙은 구름과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드디어 오 세브레이로오에 도착했을 때 일이 벌어졌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소리와 바이올린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꿈인가 했다. 그러나 우리가 갈리시아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갈라시안들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처럼 켈트족이다.
나는 여기가 아직 오 세브레리오 직전의 어느 다른 마을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내 짐작은 틀렸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우리는 산길을 10km 이상 걸었고 아직 오전이었다.
우리는 기뻐서 빙 둘러서 선채로 손바닥을 높이 들어 마주쳤다. 축하하기 위해 따뜻한 초콜릿과 럼주를 마셨다. 멋진 친구 데이비드가 건배를 하고 케이크를 먹었다. 셰필드에서 온 강인한 사람들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실내가 덥고 소란하여 안개 속 바깥에 앉아 있었다.
실내에서 몸을 녹인 후 우리는 이제 내리막길이라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직도 오르막이 아닌가! 놀라고 실망했다. 아직도 길이 멀다. 나는 우리가 무슨 실수를 했나 의심했으나 화살표는 틀리지 않았다. 하얀 눈이 있는 고도까지 올랐다. 우리는 거기서 하르트무트에게 그의 기막힌 등산 동작을 보여 달라고 우겼다.
4km가 채 안 되는 다음 마을까지 갔을 때, 작은 동굴처럼 생긴 식당에 들렀다. 그곳에는 테이블 가득 동네사람들이 앉아 무슨 잔치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오! 맙소사, 저게 오늘의 메뉴라고 한다. 그 다음에 바로 옆에 있는 카페 코르타도스에 들렀다가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맛있는 음식들을 배불리 가득 먹었다.
마음속으로 기억하면서 내가 앞으로 남은 4km 동안 남아있는 물 전부를 마셔버리겠다고 내기를 건 것은 별로 똑똑하지 못한 결정이었다. 이것은 내가 낮 동안 걸으면서 충분한 물을 마시지 못한 깊은 좌절 때문에 그랬었다. 1.5리터면 내게 충분했다. 나는 거의 병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내 확신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대단하지도 않은 내기이지만 누가 과연 첫 번째 술을 살까?
폰프리아에 있는 숙소가 푸른 색깔로 길옆에서 불쑥 나타났다. 겉모습은 현대적이나 매력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하르트무트의 안내책자를 보기로 했다. 미슐랭스타 3개의 최고급이었다. 그곳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완전 달랐다. 아주 잘 꾸며진 목조 인테리어에 둥근 나무 술통처럼 생긴 바 안쪽에는 식당이 있었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탁 트인 경치가 보이고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난로 앞에 책들, 게임기 그리고 의자가 있었다.
이층침대는 딱딱한 나무 상자처럼 생겼는데 아주 편안했다. 기우뚱하고 조잡하게 만들어 삐걱대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좋았다. 수압이 좋고 깨끗한 샤워시설도 좋았다.
샤워를 한 후 우리는 카드놀이를 했다. 잘 모르는 새로운 게임이었으나 금세 따라 할 수 있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지난 여정에서 만난 많은 순례자들을 만났다. 친숙해서 좋았다. 저녁 식사 후 간단히 한잔 하는 또 다른 라운지에서 보니 아직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순간 나는 이날 밤 잠이 많이 오지 않는 것에 놀랐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