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의 시대에 대한 저항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세상에는 참 모순적인 일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는 주차장 입구를 차로 막고서 일주일 동안 방치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경찰은 그 차가 건물 안에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타인의 불편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어느 격투기 선수가 길을 막은 주차문제로 건달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경찰 앞에서도 주먹을 함부로 휘두르는 건달을 향해 그는 체육관에서 한판 붙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법이 못하는 일을 무명의 선수가 해 주고 있는 듯해서 내심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모든 시대에는 나름대로 선구자들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나의 선배들은 4.19세대라 불리며 선거에서 자행됐던 온갖 부정행위와 싸웠습니다. 그리고 나의 동년배들은 군부독재와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대는 궤변에 빠진 법의 정신과 싸우고 있는 듯합니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궤변의 동물이기도 합니다. 논리를 추구하지만 비논리를 더 선호합니다. 이성이 있어서 궤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자유’인 것처럼, 이성은 무한한 가능성이 펼치는 놀이터가 됩니다. 놀이터에서는 늘 힘센 자가 왕입니다.


궤변에 빠진 정신은 사람을 갖고 놉니다. 사람을 갖고 노는 그런 놀이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고 비아냥거립니다. 경찰이고 장관이고 뭐가 됐든 다 무시합니다. 막말을 해 대도 누구 하나 나서서 제지하지 못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궤변에 빠진 정신은 궤변 속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에게 인간적인 것은 무의미할 뿐입니다. 의미 있는 것은 궤변을 통한 권력 쟁취, 즉 자기 권력의 실현뿐입니다. 궤변은 인간을 어떻게 설득하고 지배할 것인가 하는 것에만 집중해 있을 뿐입니다. 정말 잔인합니다.


대표적인 궤변의 시대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들게 한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 시대였습니다. 그때는 수사학자들이 기득권이었습니다. ‘수사학’은 ‘설득의 기술’입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양심도 필요 없었습니다. 궤변으로 정의를 구현해 낼 뿐입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며 신이 된 것처럼, 소크라테스는 감옥에서 이데아에 대한 마지막 강의를 한 후 스스로 독배를 든 후 불멸이 되었습니다. 정말 교훈이 담긴 절묘한 반전입니다. 그를 고소했던 멜레토스, 아뉘토스, 뤼콘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별빛은 선명해지듯이, 시대가 암울할수록 숭고한 정신은 밝아질 것입니다. 


말을 만드는 기술자들의 시대는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권력이 아니라 조국의 안녕을 지향했는가? 아집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를 지향했는가? 그것은 아침놀이 밝혀 줄 것입니다.


상대에게 벌을 주려는 의도로 정치를 하는 자들이 정치를 후퇴시킵니다. 악의에 찬 시각이 세상을 잔인하게 만듭니다. 그런 일방적인 정의감이 국민의 생활을 볼모로 잡습니다.


“궤변은 늘 한결같이 하나의 유일한 지점에서 발생하지만, 이 지점을 고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생각하는 존재의 한계이다.” 키르케고르가 불안의 개념에서 한 말입니다. 종교재판이 난무하던 시대에 선구자는 궤변과 고집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사람은 불안의 동물입니다. 근심 걱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하나만을 응시하는 버릇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불안도 불안 나름입니다.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 앞에서 갖는 불안인지, 아니면 공격 당할까봐 겁을 내는 불안인지, 그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궤변도 궤변 나름입니다. 


발전을 위한 궤변도 있습니다. 니체의 사상은 일종의 궤변의 결과물입니다. 부정적인 기득권이 정상 노릇을 하면, ‘나는 비정상을 택하겠노라’는 논리여서 그런 것입니다. 너희들이 법의 정신이라면, ‘나는 광기를 택하겠다’는 그런 논리인 것입니다.


작성 2023.07.10 05:56 수정 2023.07.1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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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