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젊은 시절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톨스토이가 나이가 들어 점점 속세에 회의를 느껴 은둔하는 생활을 하며, 과거의 자신처럼 향락에 빠진 퇴폐한 사회의 일면과 사랑이란 허울을 쓴 추잡한 욕망과 결혼의 부조리함을 비판한 작품이다. 톨스토이는 작품을 1889년에 탈고하였으나, 그 내용이 당시 일반적인 도덕 풍속을 위해 한다는 이유로 출간이 금지되다가, 이듬해 1890년 출간하게 된다.
크로이처의 뜻은 무엇인가. 크로이처는 베토벤이 헌정한 이 곡의 주인공 이름인데 원래는 브리지 타워라는 바이올리니스트 헌정하려고 했으나 그와 여자 문제로 싸우고 홧김에 프랑스의 크로이처 (1766~1831)에게 헌정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 크로이처는 이 곡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살아생전에 연주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톨스토이가 바로 이 크로이처에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 이 작품이다.
소설은 배경은 기차 안이다. ‘나’와 같은 칸에 탄 귀부인과 변호사가 사랑과 결혼해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은 사랑에 의한 결혼만이 참된 결혼이고 사랑이 없는 결혼을 무의미하다고 이혼을 해서라도 참된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때 한 노인이 과거에는 여성이 결혼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남성에게 순종하며 살았다고 하면서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 대해 한탄한다. 그리고 노인이 내리자 한 남성이 대화에 끼어든다. 러시아 귀족 출신, 포즈드니셰프, 그는 자신이 아내를 살해했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포즈드니셰프는 귀족 집안 출신이다. 16세경 대학교 1학년 형이 꼬임으로 동정을 잃었고 그 후에도 여러 여자와 놀아난다. 그러나 결혼만큼은 순수하고 순결한 여자와 하고 싶었다. 그래서 참하고 정숙한 여자를 찾는데 어느 날 곱슬머리에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부풀린 히프선을 가진 여자를 만나고 그녀가 자신이 찾는 여자라고 생각되어 고작 하루를 만나고 그녀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녀도 여느 여자와 같았다. 신혼여행 때부터 싸우고 가끔 잠자리를 하긴 했지만 서로 잘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다섯을 두었다.
그녀와 모든 것이 맞지 않았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 도시로 가야 한다는 것에는 서로의 의견이 맞아 도시로 이사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지내던 '트루하쳅스키'라는 매력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집으로 초대해 아내에게 소개해 주고서, 피아노를 치는 아내가 자연스럽게 그와 어울리게 되는 것을 방치한다. 아내는 그 음악가를 보자 남편과는 다르게 멋있어 보인다. 음악에 대해 공통점도 있고 피아노를 칠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함께 연주도 한다. 주인공은 아내가 음악과와 연주할 대 질투가 났지만 체면상 참는다. 아내와 그 남자의 합주 연주회 파티가 열린다. 사람들이 모이고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한다. 그들을 질투하며 아내가 그와 어떤 내연의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일종의 자기 암시 상태에 빠진다.
며칠 후 고향에서 귀족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출타하게 되는데 일이 끝나고 잠을 자려 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음악가와 아내가 만난 바람을 피우고 있는 상상으로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상상한 대로 아내와 음악가는 집에 함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자 아내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만다. 살인죄로 기소되었지만 그는 배신당한 남편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는 이유로 무죄로 풀려난다. 사실 아내와 음악가가 밤에 함께 있었던 것은 안 될 일이었지만 그들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는 없다. 그들은 같이 음식을 먹으며 다음 연주할 곡을 의논 중이었다.
사실 이 부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랑 없는 결혼이었다. 아내가 부정하다고 생각되고 맞지 않으면 그냥 이혼하면 될 것을,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닌 아내에게도 문제가 있으나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았던 잘못된 생각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끝나게 되는 직접적 이유가 된다. 이야기는 양성평등이 확립된 지금의 이 시대에도 아직도 여성을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향락의 도구로 여기는 일부의 정신 나간 남성들과 사랑 없이 조건에만 자신을 맡기는 여성들에게 경고한다. 연애든 결혼이든 여타의 조건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서로를 자기 자신처럼 존중하는 사랑 없이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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