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저는 약 한 달간 인도에서 파견근무를 했습니다. 수도에서 약 네 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소도시에서 지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몇몇 회사 사람들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없었고, 현지인의 동행 없이는 합숙소에서 번화가로 가는 건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겁고 건조한 여름 날씨는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던가요, 1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힘든 기억은 미화가 되었는지, 새롭게 경험했던 기억들만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다 태계일주 인도 편을 보게 되었는데 인도의 길거리 모습을 보자마자 그때의 기억이 퍼뜩 다시 돌아왔습니다. 가격을 뻥튀기하는 상인들, 끊임없이 빵빵 거리는 운전자들, 무질서 속 질서가 존재하는 거리들을 보며 ‘맞다, 이게 바로 인도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드는 한편 보면 볼수록 세 사람의 인도 여행에 점점 더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그 문화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동하지? 어떻게 이런 상태로 살아가지?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그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심지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차에서 본인의 자리에 누군가가 비켜주지 않고 계속 앉아 있음에도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내달라고 할 뿐이었고,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중앙분리대를 박아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사람들과 합심하여 차를 구한 모습들이 그랬습니다. 제가 인도에 있을 때를 돌아보니 저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제가 살아간 대로 편하게 지내려고 했던 적이 더 많았던 거 같습니다. 처음 접하는 음식은 내키지 않으면 거절했고, 인도 사람들의 관행을 제3자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이 생각났기 때문이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소설을 쓴 김초엽 작가는 "타자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불가능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놀라워하고 또 아름다워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인도뿐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조차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건 아마도 힘든 일이겠죠. 하지만 태계일주의 출연진들처럼 타자를 이해하려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나와 다르게 살아온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은 때론 지치고, 상처도 받겠지만 김초엽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나와 다른 놀라운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는 새로운 경험일 테니까요.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했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뒷걸음치기보단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K People Focus 살구미나 기자 (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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