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온 나이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올해가 환갑의 나이다 보니 소크라테스의 말들이 실감나게 읽혀집니다. 환갑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돌고 돌아 다시 시작되는 느낌입

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69년에 태어나서 기원전 399년에 사망했습니다. 70년이 철학자의 인생을 채우고 있습니다. 공자도 인생 70 이후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이제 대충 10년 정도가 남은 것 같습니다. 백세시대? 그런 말로는 위로가 안 됩니다. 그래도 조급해지지 말자고 다짐해 봅니다.


지나온 10년을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10년 정도의 시간을 철학자의 인생으로 살았습니다. 그 이전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도 결국에는 그 10년 정도의 가르침 속에서 전해지고 전달된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이 남겨 놓은 이야기 속에서, 그런 이야기의 형식을 통해서 불멸이 되었습니다. 책 한 권도 쓰지 않은 철학자가 불멸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기만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을 만나서 행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하얀 백조가 날갯짓을 하며 비상하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다음 날 한 노예가 귀한 집안의 아들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그는 이 아이를 보자마자 꿈에서 본 바로 그 백조라고 확신했습니다. 


스승은 사람을 알아 보았습니다. 천재가 천재를 알아 보듯이, 그렇게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을 알아 본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기원전 407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3년이 남은 상황, 그런 전쟁 속에서 둘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게 됩니다.


선생 소크라테스는 62살이 되고, 제자 플라톤은 20살이 되었을 때의 사건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형성되던 때의 나이들입니다. 


플라톤은 그 때부터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치열하게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흘러가게 됩니다. 단 한 번도,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배움에 임했습니다. 학기로 치면 16학기 동안 매학기 스승의 과목을 들었던 것입니다. 스승이 독배를 마시던 399년까지 말입니다.


스승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할 수가 없어서 플라톤은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결석하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결석이었습니다. 마지막 수업을 듣지 못한 것입니다. 파이에서 언급되는 그 멋진 마지막 수업의 내용은 그러니까 그 수업에 참가했던 다른 동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어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플라톤은 그토록 존경했던 스승을 잃은 슬픔으로 방황을 하게 됩니다. 12년 동안이나, 플라톤은 12년이란 세월을 방황했던 것입니다.


기원전 387년, 플라톤은 아테네로 돌아와 근교에 아카데미라는 학당을 설립하고 나서, 수업 시간에 다룰 강의노트 형식으로 교재를 집필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스승 소크라테스였습니다. 플라톤에게 끼친 소크라테스의 영향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플라톤은 글 속에 자기 자신을 철저히 은폐시켜 놓았습니다.


플라톤의 집필 의도는 간단명료합니다. 스승이 가르쳤던 모든 말과 그 내용을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남겨 놓으려 했던 것입니다. 참으로 놀랍고 대단한 업적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잊히기 마련인데, 그는 그 오래 전의 수업 내용을 모두 정확하게 기술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에서 한 말인지를 그는 상세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인생은 70세를 맞이하여 독배를 마시는 불운으로 끝나지만, 그는 진정 행복한 선생이었습니다. 플라톤 같은 영재를 얻어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유독, 불멸에 대한 고민이 잦아졌습니다. 소크라테스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버지가 바람 속에 남겨 놓은 말들을 기억해 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작성 2023.07.31 09:38 수정 2023.07.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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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