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유스 / 김태섭 기자] 정부는 지난 19일 집중호우 피해의 신속한 수습‧복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13개 지자체에 대하여 대통령 재가를 받아 특별재난지역을 우선 선포하였다. 지난 2022년 8월 중부지역 폭우 사태 이후 11개월 만이다. 지난해 중부권 폭우 사태에 이어 이번 여름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집중호우는 지난여름과는 달리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장시간 내리며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0일 23시 기준 이번 집중호우 사태로 발생한 총사망자는 48명, 부상자는 35명 이상으로 집계하였으며, 이는 사망자 25명, 부상자 26명 이상으로 집계한 지난여름 집중호우 사태와 비교했을 때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는 양양 설악해변 낙뢰 사고, 청주 지하차도 침수, 맥포터널 무궁화호 탈선, 해병대 채 일병 사망 사고 등 이차적인 사고의 원인이 되었기에 사람들은 안타까운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몇몇 사고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인 동시에 충분한 사전준비와 조치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실태를 반영하기 위하여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에 ‘극한호우’ 발령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극한호우 상황은 1시간 누적 강수량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이 동시에 관측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mm를 넘을 경우 발령된다. 실제로 시간당 강수량이 50mm가 넘어가면 하수관 역류, 지하 건물 침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극한호우 발령은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자하는 선제적인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집중호우 관련 피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한국의 기후변화,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이들은 특히 최근 한국의 호우가 동남아시아의 ‘스콜(squall)’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형태를 ‘한국형 스콜’로 규정하고, 이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국이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변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일반적인 한국의 소나기는 한반도 위쪽에 0도 이하의 차가운 공기가 분포되어 있을 때 발생한다. 지상에서 더운 공기가 상승하면 상층의 차가운 공기를 만나게 되고, 이들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고온 다습한 공기와 합쳐지며 발생한 대기 불안정 현상으로 작은 지역에 단시간 집중적인 호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스콜 역시 지상의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며 발생하지만, 공기의 온도와 발생량에서 차이를 보인다. 스콜의 원인이 되는 뜨거운 공기는 소나기의 원인이 되는 더운 공기보다 온도가 높기에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고, 따라서 좁은 지역에 두꺼운 구름층을 형성하며 뇌우 등을 동반한 강한 집중호우를 만들어 낸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에 따른 한국의 기후 변화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열섬 현상의 심화를 한국형 스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열섬 현상은 도심 번화가 지역의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는 도시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이 기온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물들은 태양열, 자동차 바퀴의 마찰열,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열 등을 흡수한 뒤 쉽게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도시의 열섬 현상을 가속하는 데 일조한다. 열섬 현상으로 가열된 공기는 일반적인 공기보다 빠른 상승 폭을 보이고, 이에 따라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인 호우가 발생하는 한국형 스콜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를 열섬 현상을 원인으로 한 한국형 스콜에만 기대어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해수면 온도 상승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집중호우의 일반적인 원인은 강한 상승기류로 인해 만들어지는 적란운이다. 상승기류는 지형, 기압, 대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형성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바다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가 증발하며 적란운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온도 상승은 수증기의 증발량 자체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더 넓은 지역에, 많은 양의 호우가 쏟아지게 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전 세계의 해수면 온도 상승폭은 유례없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4월 초 해수면 평균 온도를 섭씨 21.1도로 발표하며, 이는 해수면 평균 온도 측정 이래로 최고치인 동시에 20세기 평균보다 0.83도 높아진 수치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상승 폭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해수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대기 습도가 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0.83도 상승이 얼마나 많은 폭우, 폭설,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수온은 1968년 16.1도에서 2020년 17.4도로 53년간 약 1.3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계평균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른 수치다. 이러한 급격한 수온 상승은 집중호우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해양생태계 파괴, 어획량 감소,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2차 피해와 지구 온난화 현상의 심화를 유발한다.
지난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 지구 열대화 가속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개인의 작은 활동들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