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아의 산티아고 순례기] 만남, 즐거움 그리고 외로움

이수아

나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순례여행을 끝내는 방법을 위해 어떤 표시를 해주는 것의 큰 이점을 잘 안다. 여권에 스탬프를 받는 것은 양피지에 받는 하나의 증표로 누군가가 순례를 끝냈다는 표현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순례여행을 보전하는 작은 선물이기도 하고, 순례자의 동지애를 더욱 돈독하게 하며 사람들이 성취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상징이고 증표라고 할 수 있다. 스탬프가 새겨진 새 양피지를 흔들며 우리는 산티아고 성당 안에 있는 성모 마리아께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뒷골목에 있는 작고 아늑한 맥주집을 찾았다.

 

그때 지나가던 어떤 순례자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너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에든버러에서 온 친구였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조 프레야라는 친구다. 나는 몇 년 전에 내 친구 메리 맥마스터로부터 조 프레야가 이번 봄에 순례여행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러나 여기 산티아고 뒷골목에서 그녀를 만나리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는 어제 여기 도착하여 내일 아침에 떠난다고 한다.  

 

조 프레야의 이야기 또한 감동적이다. 그녀도 암환자였고 작년 이맘때는 걸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집중 치료를 받아 이렇게 인상적인 여행 스케줄까지 유지시키고 있었다. 그녀만의 순례여행을 이룩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우연의 만남으로 불충분했던지, 잠시 후 나는 또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엔 에든버러에서 온 미리엄이라는 미술 조각가였다. 나는 그녀가 내 예술가 친구인 엘랜 앨리슨과 함께 전시회를 하는 곳에 간 적이 있었다. 

 

그녀는 북부 해안선을 따라 난 약 2주가 걸리는 순례길인 ‘까미노 프리미티보’의 순례를 막 마친 상태였다. 미리엄은 숙소를 정하기 전에 우리와 함께 어울려 맥주를 마셨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다음 주 에든버러 어셔홀에서 니콜라 베네트와 함께 나의 콘서트를 관람할 티켓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 후에 무대에 있을 생각을 하니 참 묘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그날 가서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순례여행 초반부터 만났던 몇몇 동료들을 우연히 또 만났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제이미를 만나기 위해 오후 2시에 성당 앞에서 모일 것이라고 했다. 

 

제이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부르고스를 지나 혼타나스에서였다. 그는 마치 떠다니는 것처럼 빨리 걸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여기 도착했다. 그러나 그의 여동생이 산티아고에 살고 있고 그는 몇 시간의 여유밖에 없어 오늘 잠시 우리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것은 즐거운 재회였고 오랜 전통의 입소문 전달 방식이 아직 살아있다는 활기참을 증명해 보여준 것이다.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모이자, 나는 우리가 이 시간에 함께 모였고, 모두가 다른 여행을 했지만 우리는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음에 경탄했다.

 

제니, 마누, 그리고 플렉스 때문에 새로운 복장 규정이 생겼다. 그들은 형편없는 까마노 여행 옷에 혼쭐이 난 터라 이 지방의 히피 상점에서 아주 밝고 헐렁한 바지를 샀다고 한다. 그들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제이드와 죠지의 투지가 가장 강했다. 선술집으로 가기 전에 단체 사진과 재밌는 점프 사진을 찍었다.

 

나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친구 도날드 쇼와 제임스 맥킨토쉬가 소개해준 그 바를 가기 위해 신경을 썼다. 내 친구들이 그들의 밴드 멤버들과 자주 간 곳이다. 나는 순례여정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미 이 집을 소개했었다. 카사 다 그레챠스는 라이브 음악을 하는 곳인데 오늘은 불행히도 라이브 음악이 없었다. 

 

운 나쁘게도 그곳은 점심시간 때까지 문도 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편 바의 바깥 햇볕 아래 앉아 있었다. 편안한 동지애로 더없이 행복했다. 오시가 그녀의 새로운 순례단과 함께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나타나자 즐거운 비명이 터졌다. 7시에 저녁 식사 겸한 우리의 큰 모임이 계획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러나 나는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사실 고든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 곁에 그가 있다면, 특히 이 자리에 있다면 하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났다. 나는 이 순간을 그와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무리들로부터 빠져나와 길모퉁이를 돌아 튤립 정원이 있는 다음 광장까지 내려갔다. 나는 햇살이 쏟아지는 벽에 기대어 서서 대놓고 펑펑 울었다.

 

거기서 얼마나 오래 기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쩐지 저 위쪽 코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귀에 익은 목소리들이었고, 나를 찾고 있었다. 다시 돌아와 함께 점심을 하고 그들과 함께 꼬불꼬불한 산티아고 골목길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친구들은 오후 내내 내게 아주 친절했다. 내가 나약하게 부서질 것 같고 계속 울어대니까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7시에 우리 순례여행 동지들과 함께 대규모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점차 그들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갈수록 눈물이 앞을 가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음을 알았다.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동료들로부터 빠져나와 프란시스칸 수도원으로 갔다. 바깥에는 부활절 퍼레이드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행진은 이곳에서부터 출발했다. 산티아고 전 시민이 다 참석한 것 같이 많은 인파가 운집해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되는 부활절 행사를 보며 옛 추억에 젖어 들었다.  

 

나는 소녀 시절에 스페인의 부활절 퍼레이드를 처음 보았었다. 그 때 학교 오케스트라 멤버로 스페인 남부의 그레나다를 여행 중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망토를 걸친 사람들이 끝이 뾰족한 광대모자를 쓰고 북을 치던 모습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멜로디도 없이 북만 치며 무뚝뚝하고 아무런 표정도 없는 행진이었다.  

 

3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행진이 나아진 것을 발견할 수 없었고 그것은 나의 영혼을 진화시키지도 못했다. 그래서 적당한 휴식을 취하며 안에 있기로 했다. 그곳은 울다가 쉽게 잠들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나는 순례여행을 마친 첫날 밤을 산티아고의 수도원에서 홀로 지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열 시쯤 되어서 겨우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저녁 하늘이 깊고 진한 푸른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부활절 행진이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정점으로 돌아와 수도원 광장까지 왔을 때 나는 밖으로 나왔다. 긴 행렬에는 여러 부류들이 있었다. 군인, 어린이, 시청 공무원 등이 망토를 입고 있었으며, 가면과 모자를 쓴 북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고, 동정녀 마리아를 태우고 가는 마차도 있었다.

 

거리는 연인들과 순례자들과 가족 그리고 나들이객들로 가득하고 메인 광장은 아름다운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광장 주변의 수도원과 건물들이 위풍당당하고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정원으로 들어가는 기둥이 늘어선 입구에서 연주하는 악대는 인상적이고 즐거웠다. 옆 골목에는 외로운 하프연주자와 기타리스트가 행인들에게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있었다. 활기찬 축제 분위기였다.

 

나는 그레이엄 바 씨 가족이 추천한 와인바를 찾아내어 한 접시의 고기와 치즈 그리고 맛있는 와인을 시켰다. 그곳에서는 함께 어울려 떠들썩하고 유쾌한 분위기에 스며들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아직도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다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낙천적인 기질과 행복한 성향이지만, 이런 가라앉은 감정은 너무 힘겹고 당황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주변 분위기나 상황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내게 최악이라는 가정해 보면 내 불행의 근원을 치유할 수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 밖에는 답이 없을 것이다. 지금 나는 큰 태풍의 눈과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

 

작성 2023.09.08 11:16 수정 2023.09.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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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