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야생의 사고

고석근

야생의 사고라는 것은 야만인의 사고도 아니며 미개인이나 원시인의 사고도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련화되었다든가 길들여진 사고와는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이다. 

 

-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야생의 사고』에서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은 글이다. 

 

“원시인들은 여자 아이가 월경을 했다고 헛간에 며칠 동안 가둔다고 하네요.”

 

이 글에는 원시인들에 대한 경멸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언뜻 그 글을 읽으면 자신도 모르게 수긍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딸을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공주님이 헛간에서 며칠 동안 혼자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우리 문명인은 ‘인권’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가? 우리는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월경을 시작한 소녀를 헛간에 가두어두는 원시인과 월경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고 그냥 두는 문명인, 누가 더 인간다운가?

 

문명인은 ‘이성적 인간’을 상정하고 있다. “미성숙한 아이는 건전한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만 잘 받으면, 그 아이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 그런데 이 전제가 맞을까?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일까? 미성숙한 아이가 이성적인 교육을 받으면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며 성숙한 인간이 되어갈까?

 

우리는 문명사회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폭력들을 본다. 인간은 과연 이성적 존재인가? 현대철학의 문을 연 철학자들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보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을 ‘힘에의 의지’와 ‘무의식’에 의해 해명하려 한다.

 

그러면 원시인들은 어떤 사고를 할까. 프랑스의 저명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원시인들은 ‘야생의 사고’를 한다고 말한다. ‘야생의 사고라는 것은 미개인이나 원시인의 사고도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련화되었다든가 길들여진 사고와는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이다.’ 

 

원시인들은 야생의 사고에 의해 월경을 시작한 소녀를 헛간에 며칠 동안 가두어두는 것이다. 그 소녀는 헛간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될 것이다. 월경이라는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서서히 깨달아가게 될 것이다. ‘아, 나는 생명을 낳는 여자구나!’ 그녀는 어머니로서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헛간을 나올 때쯤에는 ‘한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헛간은 제2의 자궁이었던 것이다.

 

원시사회는 하나의 가족인 부족 사회였으니까 어린 여자아이 혼자 헛간에 가두어둔다고 해서 위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멋있는 야생의 사고인가! 이러한 성인식을 거치지 않고 여자가 되고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 문명사회의 소녀들은 어떤가?

 

우리는 주변에서 어른답지 못한 어머니답지 못한 다 큰 여성들을 무수히 보지 않는가? 우리는 문명인이 원시인보다 우월하다는 착각, 우리는 이 망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원시인들의 야생의 사고를 배워야 한다. ‘원초적 인간’을 배워야 한다. 태초의 인간으로 되돌아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인류, 해결책은 우리의 깊은 마음 안에 있을 것이다. 문명에 길들여진 사고,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사고로는 해결책을 찾기 힘들 것이다. 

 

 

 시인은 야생적이며 엄숙하고 

 소리와 혼잡으로 가득 차 

 황량한 해안으로 도망쳐 

 넓게 소리 울려 퍼지는 

 떡갈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 알렉산드르 푸시킨, <시인> 부분  

 

 

시인은 이 시대의 사제(司祭), 구원자, 예언자다.

그들은 태초의 소리를 듣고 우리에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9.14 11:03 수정 2023.09.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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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