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졸릴 정도로 실컷 먹고 그 식당을 나왔다. 죠지와 제이드는 낮잠을 자겠다며 숙소로 돌아갔고 우리는 헤어지면서 저녁 10시에 카사 다 크레챠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도 낮잠이 오는 것을 느꼈지만 하르트무트와 나는 죠지의 생일선물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는 지난주에 생일선물에 대해 의논했었다. 그 선물의 하나로 나는 그들에게 자난 번 그레이엄 바 씨가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의 아침 식사와 점심을 대접했었다. 그러나 이제 좀 더 개인적인 뭔가를 선물하고 싶었다. 하르트무트는 그동안 우리가 차를 끓여 마셨던 아주 귀엽고 작은 버너와 컵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나는 것을 적어 책으로 만들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토요일 오후라 작고 아름다운 문방구는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나 내가 친구 아이즐링 오데아로부터 순례여행을 위해 특별히 선물 받은 노트패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우리가 즐겨 찾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하르트무트에게 그림을 좀 그리느냐고 물었더니, 제법 그린다고 하기에 무척 기뻤다. 그가 바로 삽화 디자인 임무를 맡았다. 이야기 쪽지와 아이디어를 적기 위한 종이는 탁자에 있는 냅킨 통에서 휴지를 뽑아 사용했다. 종이는 아주 작고 어쩌면 트레이싱지처럼 생겼는데, 글을 쓰기에는 최고였다.
작업을 대충 마쳤을 때, 수도 없는 냅킨에 끄적거린 쪽지들과 빈 커피잔, 위스키잔 그리고 아이스크림콘 껍질이 가득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선물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하고 시간을 보니 벌써 8시 30분이 되어버렸다.
죠지에게 줄 이야기책에는 많은 증거물들과 함께 우리가 같이 했던 순례여행의 서사시를 담은 잡다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우리는 자랑스러웠고 약간은 지쳤지만 뭔가를 창조했다는 최고의 기분에 젖어 있었다. 난데없이 이런 것을 만들고 이루어낸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제본까지도 의미가 있었다. 가까스로 노랗고 파란 리본을 동네 빵집에서 구했다. 그것은 순례여행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노란 것은 이정표의 화살표 색이고 파란 색은 길 표지를 상징하는 색이다.
우리는 아직도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찾기 위해 어둠 속으로 몰려 다녔다. 미친 듯이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어떤 선물이 좋을까 하는 설렘에 들떠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거리를 돌고 또 돌아 선물을 샀다.
내가 하르트무트, 제이드 그리고 죠지에게 줄 이야기책과 선물을 다 포장하고 나니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버렸다. 그런데 염려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제이드, 죠지와 하르트무트가 마지막으로 왔을 때, 나는 벌써 주인인 비토르 벨호와 함께 큰 와인 잔을 비운 상태였다.
나는 서로 간의 친구인 도날드와 제임스에 대해서 비토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날드는 맨 처음 이 집을 소개해준 친구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는 또 다른 인연이 있음을 알아냈다. 비토르는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가 알바리노와 함께 16번 레스토랑을 경영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리고 옆에 작은 악단도 하나 꾸리고 있었다. 그가 이 모든 것을 하면서도아내와 가족들이 있는 파리에서 그들과 함께 통근을 한다니 말문이 막혔다.
오늘 밤엔 비록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없었지만, 우리가 들었던 음악들은 완벽하게 멋진 음악들이었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스코틀랜드에 있는 내 친구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특별하게도 라우, 슈글레니프티, 그리고 케이프케일리의 음악이 나왔다.
우리는 오늘 도착한 정겨운 독일 부부인 레나와 카트리나를 만났다. 그들은 우리들이 애틋하게 주고받는 작별선물을 생생히 목격하고 있었다. 진짜 기대 되는 것은 죠지와 제이드에게 줄 이야기책을 처음으로 읽어주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정말 함께 순례여행을 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이 이야기는 바다의 멍게처럼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는 절친한 사람들과 함께 동화 속 환상의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우리는 여행 중 했던 대화의 핵심에 대해 다시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다. 야성적인 경험과 사건들도 입에 오르내렸다. 죠지가 감동을 받아 전율하고 있었다.
진짜 파티는 우리가 자제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테이블 몇 개를 대충 치우고 춤을 추기 위해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우리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춤을 추었다.
[이수아]
줄리아드음대 졸업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단원
스코키시체임버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스코틀랜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고문
Mr. Mcfalls Cahmber 창립맴버
이메일 : sua@sualee.com